Do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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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uk ] in KIDS
글 쓴 이(By): charina (보잉~)
날 짜 (Date): 2000년 7월 25일 화요일 오전 02시 23분 05초
제 목(Title): [보잉~] 자유..터키! -에필로그


터키기행기-에필로그

       - 내 생에 가장 자유로웠던 시간.
일상과 환경을 벗고 떠난 출장이라 그랬을까?
아니면 터키의 바람이 내 머리 속 무거운 오물들을 털어 버리게 한 것일까?
혹은 난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맘껏 뛰어 다니면서 날개를 펄럭이는지도.

파묵칼레의 폭포줄기.
끝없이 펼쳐진 카파도키아의 기암 괴석들.
반 호수에 지는 석양.
보스포로스 해협을 가르는 크루즈의 갑판.
선명한 색갈, 지중해의 향기, 안탈랴 재래시장에 부는 후끈한 바람.
빠른 타악기의 리듬과, 꺾임이 많은 피리소리.
이 모든 것 안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내가 있었다.

11일간의 터키 여정, 아--, 죽도록 아름다운 시절이야!.

터키에 있는 동안 난 무척 가벼웠다. 몸도 마음도 한없이 가벼워져서 바람이 부는 
벌판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퍼득거리면 가오리 연처럼 팔랑팔랑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던 내 피부의 두꺼운 표피가 다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코 속에 빨려 들어 오는 공기는 투명했고,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웃음이 넘쳤다. 누구나 똑같이 자유로웠고, 모두 다 같이 행복했다.

일단 터키에 한번 오면 모든 사람이 터키 예찬론자가 된다는 이희수 교수님의 말을 
나는 믿지 않았었다. 결국 내가 제일 열성팬이 될 줄 몰랐던 것이다.

터키에 다녀 온 후 난 몇 가지 꿈이 생겼다.
첫번째는 여유로운 휴가를 갖는 꿈이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로스 해협에 있는 작은 
섬들. 그 낙원같은 곳에 있는 별장 하나와 요트 하나를 빌어 한 2주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이다.
두번째는 엄마와 함께 그랜드 바자르에 가 보는 것이다. 쇼핑 좋아하는 엄마가 
그곳을 보신다면 아마 눈이 휘둥그레 지셔서 쉴 새 없이 돌아다니실 것 같다. 
하루에 다 못보고 한 나흘에 걸쳐서 쇼핑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돈은 그리 
많이 쓰시지 않으실 것이다. 원래가 알뜰살뜰 물건을 사시는 분이고 또 터키의 
물건값은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 '평생 이렇게 신나고 신기한 쇼핑은 
처음이야!'하시면서 이리저리 날 끌고 다니실 엄마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흐믓해진다.
세번째는 남편과 함께 반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이다. 꼭 바다 같은 반 호수. 
수영을 마치고 우린 춤을 출 것이다. 지는 해가 호수에 비춰 꼭 영화의 한 장면 
같겠지.
다섯번째는 꼭 다시 한 번 촬영을 가고 싶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스텝에 같은 코디네이터와 같은 운전수와 함께. 풍요와 신비의 나라 터키에 대해 
더 자세히, 더 아름답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정말 완성도 높은 작품을 꼭 다시 
만들고 싶다.

기행문을 마치기 조차 못내 아쉽다.

"난 날고 있었던 거야.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2000.07.25


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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