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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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uk ] in KIDS
글 쓴 이(By): charina (보잉~)
날 짜 (Date): 2000년 7월 25일 화요일 오전 02시 19분 24초
제 목(Title): [보잉~] 휴양..터키! -온천


터키 기행기4 - 온천.

상처를 뜯어 먹는 물고기.
따뜻한 물에 물고기가 산다는 것도 희한한데, 이 물고기는 사람들의 살을 뜯어 먹고 
사는 물고기란다. 특히나 상처나 피부병이 있는 부위에 많이 몰리는데, 일단 이 
물고기가 훑고 지나가면 금새 낫는다는데.. 이름하야, 상처를 치료하는 물고기!
물고기에게 빵이나 다른 먹이를 주면 눈알이 터져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꼭 
사람의 상처만 먹고 사는 물고기이다. 사람들은 이 물고기에게 뜯기면 상처가 
낫는다고 하니, 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악어 물떼새에게 입을 벌리고 있는 저 
멀리 정글 속의 악어와 같은 기분이 든다.
고질적인 피부병이 있는 유럽인들은 매년 여름이면 이곳으로 몰려든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물고기 온천이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세계의 관광객에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온천의 치료실은 터키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다. 

간지러운 건 참을 수가 없어, NG!
핫, 상상을 좀 해 보라. 손가락 만한 물고기 열 댓 마리가 일제히 몰려 들어 
발가락 사이에 뽀뽀를 한다고 말이다. 일단 사람의 몸이 물 안으로 들어오면 
물고기들은 어디에 상처가 있나 탐색을 하러 여기 저기에 뽀뽀를 해 댄다. 나는 그 
엄청난 간지러움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몇 차례나 NG를 냈다. 카메라는 
물고기가 몰려 든 내 발에서 틸업하여 얼굴쪽으로 오면 내가 멘트를 하기로 한 
컷이었는데, 그 잠깐을 참는 것이 내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수 차례 
거듭하다가 결국은 내 발이 아닌 김피디님 발에서 틸업하기로 했던 것이다. 초유의 
경험을 하는 한국 사람들은 간지럽다고 난리가 났는데, 이미 그것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고기의 간지러움 세례를 잘 참아 내고 있는 것이다. 
허기야 피부병을 치료 한다는데 뭔 들 못 참겠느냐마는.. 하지만 난 아직 생각만 
해도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푸힛.

어떻게 물고기가 상처를 치료 할까.
실은 물고기가 실질적은 처방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치료약은 
역시 약효능이 있는 온천수. 그러니까, 물고기가 상처부위의 살을 잘 헤집어 
놓으면 몸에 좋은 온천수가 그 상처 속으로 들어가 치료가 되는 메커니즘이다.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사이인가. 물고기가 상처를 찾고 온천물이 치료를 하고. 
마치 치솔과 치약같은 사이가 아닌가. 
우리는 개울가에서 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 아저씨는 다리에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너무 심해서 꼭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환부가 넓고 깊어 보기에도 
끔찍한 상태였다. 그 상태 그대로 물에 들어가 물고기들에게 뜯기면 너무 아프다며 
스타킹을 신고 물에 들어 가셨는데 그런데도 물고기들은 여지없이 개(?) 떼같이 
몰려 들어 스타킹 건너편의 상처를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이분은 
일주일째 이곳에 와서 물고기들에게 치료를 받는데, 일주일 전보다 많이 좋아 
졌다며 한 보름정도 더 다니면 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6mm카메라도 아깝지 않아.
우리 촬영 스텝들은 일제히 광분했다. '이건 방송 나가면 대박이야!' 
그건 그랬다.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 하겠는가? 발을 담그면 일제히 몰려 들어 
탐색전을 펼치는 저 앙증맞은 물고기들을 좀 보라. 발을 옮길 때마다 꼬리를 치며 
끝까지 따라 붙는 끈덕진 생명력의 물고기들. 김피디님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결국 6mm카메라에 랩을 씌우기 시작했다. 수중 장비를 미처 챙겨가지 못한 우리는 
부엌에서 쓰는 비닐 랩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고 랩을 꽁꽁 
씌워 다시 풀고 또 다시 씌우고.. 하여튼 랜즈를 제외한 카메라 전체에 랩을 
씌우고 김피디님은 풀 안으로 들어가 촬영을 했다. 촬영 중간 중간에 물 밖에 나와 
"야, 이거 죽인다!" 감탄을 연발하곤 다시 또 물속에 들어 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사이 어느새 물속에 있던 카메라에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 
오기 시작했다. 헐거워진 랩 사이로 물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앗, 김피디님 
물밖으로 나와 카메라를 열어 테이프를 꺼내려 했지만 이미 카메라는 작동을 
멎었고 테이프조차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거 나중에 서울 가서 드라이버로 뚜껑 열어서 테이프는 꺼내면 되는 거고, 제발 
테이프만 상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하여튼, 이런 대박을 낚는 데는 이정도 대가 
쯤은 치를 수 있는 거 아니야? 300만원 짜리 6mm카메라도 아깝지 않아."
우리는 또 다른 죽이는(!)온천을 촬영하기 위해 터키의 맨 왼쪽 끝 파묵칼레로 
향했다.

천상의 온천 파묵칼레.
시바스 물고기 온천에서 차를 타고 20시간 거리. 중간에 코냐에서 하룻밤을 자고 
우리는 마지막 촬영지인 파묵칼레에 오후가 다 되어 도착했다. 시간이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곳 파묵칼레의 일몰을 찍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스탄불행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으므로 오늘 해가 있는 동안 
파묵칼레의 주변을 모두 찍어야 한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솜의 성'이라는 뜻이다. 만 사천년 전에 있었던 이곳의 화산 
폭발로 인해 이런 석회붕 덩이가 만들어 졌고, 그 모양은 마치 온천탕 처럼 동글 
동글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석회수가 흘러 드니.. 이것이야말로 
금상첨화 라는 거 아니겠는가?
"저기 저거에요."
이난아 박사님의 말에 어설피 잠들어 있던 나는 얼른 눈을 떴다. 차장 밖 저기 
멀리에 보이는 하얀 산. 그 신비의 비경이 지금 우리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김감독님은 얼른 카메라를 꺼내 자동차 창문을 열고 파묵칼레의 부감을 
찍어댔다. 갑자기 가슴이 설렌다. 내가 드디어 그 유명한 파묵칼레에 온 것이다. 
내가 이런데 김피디님은 어땠을까? 전부터 자신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파묵칼레라며 사람들에게 이곳의 사진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피디님이 
이 터키 해외촬영 기획을 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곳 파묵칼레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피디님은 희색보다는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곳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 번뇌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최고를 위한 기대와 욕심, 그리고 갈등.
난 즉석에서 멘트를 만드는 타입이다. 현장에 도착해서 첫번에 느껴지는 감상이 
그대로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감상적인 카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은유적인 싯구가 될 수도 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묘사를 구사 할 때도 있고, 
사람들이 따라 오게끔 속삭이며 유혹할 때도 있다. 그런데 김피디님이 도착도 하기 
전에 파묵칼레의 오프닝 멘트를 어떻게 할 건지 미리 말해달라고 나에게 요구해 
오는 것이 아닌가. 1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와 호흡을 맞춰온 연출자가 불연듯 이런 
얘기를 하다니. 난 처음에 깜짝 놀랐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미리 멘트를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다. 슛 들어 가기 전에 내 멘트와 카메라 워킹을 맞춰 보는 
일은 있었어도 이렇게 미리 말해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나의 즉흥성과 
현장성을 높이 사던 김피디님이 이었는데, 이제는 날 믿지 못하는 건가 보다 싶어 
좀 섭섭하기도 했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고, 가 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그래. 하여튼 나한테 미리 말 해줬으면 좋겠네."
파묵칼레 주변의 스케치를 하고 만 사천년 동안이나 떨어져 내려온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며 촬영도 하고 이제 다시 산을 내려와 오프닝을 따야 하는 시간. 
"보영. 이건 터키편 제일 첫번째로 나갈 방송이고, 그 중에서도 니가 첫번째로 
하는 말이야. 하이라이트 커트 나가고 사람들이 다들 놀라고 신기해 하는 때라고. 
사람들의 텐션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그 호기심을 증폭시켜야 하는 중요한 지점에 
들어가는 커트야. 이런 거 감안해서 맨트해야 해."
김피디님의 표정은 아주 신중하고 또 절실했다.
"좋아요. 알았어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 터키 리포터 이보영이 적극 추천하는 터키의 명소 파묵칼레에 와 있습니다. 
터키어로 '솜의 성'이란 뜻인데요. 그럼 지금 제 뒤에 이렇게 하얗게 펼쳐진 
것들이 다 솜일까요? 아니면 눈? 소금같기도 하구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온천을 즐긴다고 하는데요. 자 
그럼 뜨거운 터키 여행, 아름다운 온천여행으로 시작하시죠.-"
"너무 길어. 그 지루한 말들을 다 끝날 때까지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아. "
나는 '지루한'이란 말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
"그럼 김피디님이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 할지 말씀해 주세요."
"글쎄.. 니가 만든 통짜 말이라서 부분을 잘라내면 어색해 지잖아."
"그럼 김피디님께서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아휴.. 그래, 그럼 일단 그걸로 가보자."
나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멘트로 치자면 내가 그 어느 리포터 보다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게 맨트에서 안티를 걸었던 것이다. 오프닝 멘트뿐만 
아니었다. 파묵칼레의 촬영 내내 내가 만든 멘트에 김피디님을 계속해서 토를 
달았고 그 팽팽한 긴장감은 자꾸만 고조 되어 갔다.
볼록볼록 대형 엠보싱 휴지 같은 석회암 절벽에서 떨어지는 혼천수 폭포. 카메라는 
그 암반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물줄기를 따라 팬하다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내 
오른쪽 손 끝에서부터 들어와 얼굴에서 포즈.
"하얀 구름 속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이곳은 천상의 온천 파묵칼렙니다."
카메라는 다시 내 왼쪽 손 끝으로 팬하며 줌 아웃.
"이 온천에 대한 니 감상은 차고, 넘쳐. 그것 말고 이것이 어떻다고 설명을 좀 
해주란 말야."
"이 온천에 대한 설명은 인서트 화면에 나레이션 들어가면 되잖아요. 놀랍고 
감동적인 순간에 설명을 하라는 게 말이 돼?"
급기야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김피디님이 이 곳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김피디님은 마음이 급했다. 일몰을 반드시 찍어야 하고, 일몰이 오기 전 해가 있을 
때 관광객들과 인터뷰도 하고 인서트도 찍어야 하고.. 김피디님이 손수 촬영하던 
6mm카메라가 고장이 났으니 카메라 감독님과 나눠서 두대로 촬영 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김피디님은 카메라 각도와 리포터 워킹과 태양광과의 각도를 철처히 
계산하고 계획해서 카메라 감독님한테 자세히 설명을 했다. 파묵칼레의 그 선명한 
일몰. 그 감동의 단 몇 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는 최대한 집중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이 곳 파묵칼레는 서울에 돌아와 계획대로 맨 처음에 방송에 
나갔는데, 일몰 장면에 터트리는 사람들의 감탄이라니!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 
장면을 얘기하며 우리를 칭찬했고, 그때마다 난 김피디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는 날카로워져 있던 김피디님이 너무나 야속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김피디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 밤, 맥주와 수영.
우리가 파묵칼레에서 묵었던 리치몬드 호텔은 수영장의 조명이 예술이다. 
온천물이라 느낌도 부드러웠으며 내륙의 찌는 듯한 열대야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였다. 스텝들과 1년이 넘게 일해왔지만 이렇게 놀이를 같이 즐겼던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시원하고 한가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촬영을 다 마친 
상태라서 인지 몸은 피곤했어도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우리는 밤 늦도록 수영을 하고, 파라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만도 아비 운전수 이드리스에게 그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들을 
한마디씩 했다. 이드리스도 우리가 서울로 돌아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다른 
숙소에 묵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지막 밤을 위해 끝까지 우리와 함께 있었다.
터키의 밤 하늘. 별이 참 많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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