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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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uk ] in KIDS
글 쓴 이(By): charina (보잉~)
날 짜 (Date): 2000년 7월 17일 월요일 오전 12시 39분 25초
제 목(Title): [보잉~] 신비..터키! -이스탄불



터키 기행기1- 이스탄불.

서양의 품에 안긴 요염한 자태의 동양. 
이스탄불은 보스포로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 대륙의 끝이면서 유럽대륙의 
시작인 곳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깊은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비잔틴 기독교문화의 대표 건축물인 성 소피아 성당의 바로 길 건너편에 
이슬람 회교문화의 대표 건축물인 블루 모스크 사원이 있고 그 사이 길가에는 아타 
투르크(터키의 아버지라는 뜻)의 터키 공화국건립 75주년 기념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인류학자 토인비는 이곳을 일컬어 '가장 많은 문화를 
소유한 살아있는 거대한 옥외 박물관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깊은 역사, 넓은 문화. 그 엄청난 포용력.
이스탄불 사람들은 그 문화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 청년은 일요일 마다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 아내를 맞이한다. 
유럽에 다녀온 유학파 엘리트들은 거리 구석에 지저분하게 서있는 집시 아이에게 
동전을 쥐어 준다. 거리에서는 눈 이외의 모든 신체를 흰 천으로 휘감고 다니는 
회교 아가씨들도 볼 수 있고, 속옷이 보이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멋쟁이 
아가씨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옷차림을 비난하는 일은 전혀 없다. 
부자들은 해협에 그림 같은 별장과 멋들어진 요트를 갖고 있고 굳이 그것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인정해 버리는 걸로 끝이다. 
시기나 암투 같은 것은 없다. 
"유럽대륙과 아시아대륙은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차이점은 없다. 다 같은 터키일 뿐이다.
"그럼 당신은 자신을 유럽인이라고 생각합니까?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합니까?"
-둘 다 라고 생각한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인 동시에 하나인 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 터키. 
언제쯤이면 그 빛을 세계에 발할 수 있을까.

떠나기가 싫었던 그랜드 바자르.
성소피아 성당 바로 뒤편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죄다 
이곳에 모아 놓은 듯 하다. 금, 은, 예물, 액세서리를 비롯해서 옷, 가죽, 신발, 
가방, 주방용품, 사기, 자기, 유리, 실내장식용품, 고급 안티끄, 골동품까지 없는 
것이 없다. 터키는 비교적 물가가 싼 편이므로 이곳이 쇼핑 천국으로 불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터키에는 액운을 막아 준다는 주술적의미가 있는 유리세공품이 
있다. 파랗고 동그란 바탕에 희고 검은 눈동자 같은 무늬가 있는 유리인데 그 
펜던트 목걸이를 $4(우리 돈으로 4천원 정도)주고 샀다. 싼 거 좋아 하는 사람들, 
아마 당장이라도 가고 싶을 것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점포들과 
통로들이 넓직넓직해서 그 사람 많은 와중에도 돌아 다니기 쾌적하다. 이슬람 
사원의 신비 스런 돔의 천정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쇼핑하는 기분이 한결 우아하다. 
특히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물건들을 보라. 그리스의 선과 중국의 색, 
이슬람의 신비함과 비잔틴의 정교함, 토착민의 신중함과 유목민의 자유로움이 깃든 
저 문양들을 좀 보라. 나는 키림 무늬가 새겨진 작은 천가방을 하나 사고, 
선물용으로 색깔이 끝내주는 사기 재떨이를 두 개 샀다. 결혼한 친구를 위해서 
금술로 수가 놓아진 쿠션커버를 한 쌍 샀고, 옛날 궁정의 풍경이 그려진 티셔츠를 
하나 샀다. 한국에 돌아가 스튜디오에서 쓸 방송용 모자와 조끼를 샀고, 알약을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케이스를 하나 샀다. 이 모든 물건에 쓴 돈은 
약150불.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다. 그리고 현지 코디네이터 이난아 박사님(외대 
터키어과 교수님)께서 흥정을 잘 해 주셔서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우리는 보스포로스 해협의 일몰을 찍으러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쇼핑은 단 
한시간으로 아쉽게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물건들은 구경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엄마랑 꼭 같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하루종일 돌아 다녀도 피곤하거나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두부? 치즈!
터키에서의 첫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는데 우리 전 스텝들은 그것이 과연 무엇 
일까에 대해 잠깐 동안 뜨거운 논쟁을 벌여야 했다. 터키의 호텔 부페 한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두부가 어엿한 직삼각형 모양으로 줄지어 
놓여 있었던 것이다. 푸하하. 터키 사람들 한국정쟁 참전 때 우리의 자랑스런 두부 
맛을 잊지 못해 이렇게 고국에 돌아 와서 까지 만들어 먹는구나. 그럼 김치는 
어디에? 원래 두부랑 김치는 같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두부만 덩그러니 있고 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찍어 먹을 양념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한대로 
칠리 소스라도 찍어 먹을까? 하지만 주변의 정황을 잘 살펴 보니 이것이 무늬만 
두부 이고 정체는 다른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종류의 치즈 군단 
속에 이것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일과 빵 베이컨, 올리브절임, 커피를 가지고 테이블로 돌아 와 보니 우리 스텝들 
4명은 전부다 이 두부치즈를 가져 온 게 아닌가? 아침에는 꼭 된장찌개를 먹어야 
하는 카메라 김감독님은 얼마나 이 두부가 반가웠겠는가? 
"야, 이것 봐 여기 두부도 있다. 하하. 두부가 터키에까지 진출했을 줄이야."
"그거 두부가 아니라 치즌 거 같은데요."
"이게 무슨 치즈냐? 두부지. 이렇게 새하얗고 말랑말랑한 치즈 봤어? 그리구 
치즈를 이렇게 두껍게 쎃어 놓을 리가 있냐? 봐 이거 이렇게 두개를 붙이면 바로 
두부 한 모 되자나."
"그래, 나도 이런 치즈는 본 적이 없어." 조감독 순복 오빠도 자신이 덜어 온 것이 
두부이길 은근이 바라는 눈치다.
"야, 근데 이게 치즈 여도 웃기고, 두부 여도 정말 웃긴 거다. 그치? 만약 
두부라면 얘가 여기에 있는 게 재밌고, 치즈라면 와.. 어쩜 이렇게 두부랑 똑같이 
생긴 치즈가 있을 수 있는거지?" 모든 상황을 사건화 시켜 '재밌다'와 
'재미없다'로 양분화하는 버릇이 있는 김피디님은 이것이 두부인지 치즈인지 
보다는 사람들을 혼란 속에 빠뜨린 이것의 영향력을 더 신기해 하는 것 같다.
"좋아요. 뭐 각자 알아서들 먹자구요. 난 빵에 발라 먹을 테니까 말이에요."
내가 이것을 바른 빵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순간까지 스텝들은 내 얼굴만 
쳐다보며 반응을 살폈다. 잘 훈련된 미각을 갖고 있는 나 조차도 내 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미끈덕 거리는 점성과 고소한 향기가 뒤에 남는 것은 
영락없는 치즈인데 전혀 짜지가 않고 두부처럼 담백한 맛이 나는 것이다. 혹시 
이것은 두부도 치즈도 아닌, 콩을 갈아서 두(豆)지방을 체취해 놓은 전혀 색다른 
무엇인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전 스텝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각자 조금씩 
이것을 입에 넣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맛을 관찰하는데 그 누구도 이것을 맛을 
속시원히 정의 하는 사람은 없었다.
뒤늦게 자리에 앉은 코디네이터 이난아 박사님.
"이거, 터키 사람들 많인 먹는 치즌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두분 줄 알고 먹는 
사람들 많거든요. 오해하지 마시길. 근데 이거 담백하고 맛있어요. 너무 짜지도 
않고. 빵에 한번 발라 드셔 보세요. 아마 한국에 돌아 가시면 이거 생각 나실걸요. 
하하. 근데 터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오면 두부가 치즌 줄 알아요. 
'슾이 이렇게 뜨거운데 어떻게 치즈가 녹지 않고 있을 수가 있는 거지?'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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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