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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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duck ] in KIDS
글 쓴 이(By): damian (윤 혜 경)
날 짜 (Date): 1996년02월11일(일) 18시10분29초 KST
제 목(Title): 거추장스러운 날개 



짝을 잃은 사람들은 역시 슬프다. 

무슨 헷소리 



우리 집에는 닭이 4마리 있었다. 그러던 것이 맘씨 좋은 울 아빠가 
2마리를 다른 집에 보신용으로 그냥 주셨다. 이거 팔면 족히 마리당 2만원을 
받을 순 한국산 토종닭인데.. 
그 후로 닭2마리 한놈은 검은색 아주 날쌔고 말라깽이에다가 닭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 온 집안을 날라다니는 새다. 
또 다른 한 놈은 갈색, 검은놈보다는 통통하고 행동이 둔하다. 
하여튼 이 2마리가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마당을 온통 닭집으로 만들어버렸다.
대단한 식욕에다 잡식성인지라 모든지 주면 잘먹었고, 나날이 살이 쪄가고
있는 그리고 아침6시 쯤에는 여지없이 밥달라고 콕꼭거리던 가금류(맞나??) 
이 두놈이 어느날 우리에 갇히게 되는 비극이 발생한건 보름전이다. 
너무 집안이 지저분해서 엄마가 새키우는 새장에다 닭2마리를 집어 넣었다.
집안은 깨끗해졌지만 난 그 이후로 아침에 밥달라고 꽥꽥거리는 그 2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틈만나면 팔아버리자고 했던 나였건만 막상 우리에 갇힌
닭들을 보니 불쌍한 생각만 든다.)
M.T에서 돌아온 어제 , 마당안의 닭장엔 갈색닭 한마리만이 새장안에서
외로이 움클이고 있다.
"엄마, 닭 한마리 어디 갔어?"
또 아빠가 어디다 준 모양이다. 
텅 비어있는 새장안의 한마리 닭 
왜 그순간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새삼 그리고 짖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어느 책인지 또 어느 수필인지는 알지 못한다. 
오리 2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암수 한쌍이었다. 어느날 숫놈이 죽어버리고
홀로남은 오리 한마리가 외롭게 마당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애처롭게 본
작가가 쓴 수필이었던것 같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달걀을 낳아주곤 했는데.. 
홀로 남아있는 닭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인다. 밥을 줘도 먹지않고
그래서 불쌍한 맘에 빗장을 풀어주었다.
'아마 펄펄 날아서 다시 마당을 돌아다니면서 콕콕 쪼아데겠지'
이런 나의 상상이 빗나감을 확인한건 채 몇초도 지나기 전이다. 
몇 발작 나오다가 다시 새장안에 움크리고 있는 한마리의 닭
날기를 포기한듯 주는 밥도 먹지 않고 가만이 앉아있는 닭을 보면서 
문득 아무리 짐승이지만 너무나 몹쓸짓을 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새장에서 하루종일 움크리고 앉아있어야 하는 .....



방학전의 생활이 빗장안의 생활이라면 방학은 그야말로 빗장이 풀린 
자유의 시간들이다.
내게 주어진 자유로운 공간과 시간들 앞에서 난 홀로남아있는 닭처럼 
우리안의 생활로 도로 움츠려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잊어버린 닭의 날개처럼 , 날지 못하는 날개를 거추장스럽게 달고 
새장속에서 그 안의 생활에 자위하면서 움츠려 드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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