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uterGame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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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uterGamenia ] in KIDS
글 쓴 이(By): 하얀냥이 ()
날 짜 (Date): 2005년 3월 10일 목요일 오후 01시 12분 45초
제 목(Title): 어떤 신입사원


평소에 컴퓨터게임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던 내 친구...

물론 스타에 대해서도 ' 꽝 ' 이었다.

4학년이되고 취업시즌이 다가왔다.

따놓은 토익점수도 괜찮았고 다른 외국어실력도 조금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에 떠억하니 합격한 그 !!!

그러나......

잘나가던 그 친구에게 아무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던 불행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었다.



신입사원연수가 끝나고 본사근무 1주일 후

그 불행의 그림자는 현실로 다가왔다.



주말 오후......

친구는 부랴부랴 나를 찾았다.

그러더니 대뜸하는 말

' 야 나 스타 좀 가르쳐 주라 '

-_-;; ( 지금까지 그렇게 하자고 할 때는 안하다가 갑자기 왠 바람??? )



녀석의 말을 듣자하니...

그 회사의, 친구가 일하는 부서에서는 하루일과가 끝나면 또는 부서 회식때면 
술자리대신 부서사람들이 함께 피시방에 가서 ' 스타 ' 를 한다고 한다.

특히나 ' 대머리 팀장님 ' 께서 스타를 무척 좋아하시는 편이라

스타를 좋아하고 팀장님 비위만 잘 맞추면 ' 인사고과 ' 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란다.

( 오... 역시 스타의 영향력이란 이렇게나 대단한 것을... )

당연히 그 때까지 스타를 할 줄 몰랐던 녀석은...

부서내에서 일종의 ' 왕따 ' 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쩝...

스타가 하루이틀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그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이 놈이 어디서 주워 듣긴 들었는지 ' 저그 ' 라는 종족의 ' 5 드론 ' 
만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부서내 깐죽이 대리 왈...

' 스타 ?

그거 별거없어... 저그는 그냥 5 드론만 잘해도 팀플에서는 문제없다니까... '

이 한마디의 말이 화근이었나 보다...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스타에 관한한 머리 속이 백지 상태인 녀석에게 각 종족의 특징. 유닛이름, 
빌드오더 등등 이것저것 가르치려니 2-3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렸다 -_-;;



암튼......

드디어 원래 목표였던 ' 5 드론 ' 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자 우선 드론 한마리를 뽑고...... 어쩌구저쩌구... 스포닝풀이...... 
궁시렁궁시렁...... '

' 야 이제 컴퓨터랑 연습해봐~!!! '

그래도 이 친구가 센스는 있는지 대여섯번 해보더니 얼쭈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짜라잔...

대망의 다음주 월요일

' 5 드론 ' 을......

그 어렵다는 ' 5 드론 ' 을......

전설 속에만 묻혀 아무도 그 활용법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는 ' 5 드론 ' 을 
배운 그 녀석...

' 50 킬 배틀크루저 ' 와도 같은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전장(?)으로 ' 돌진 
' 했다.



그 날 이후...

약 세달간 친구들 사이에서 그 녀석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 개월 후

그 친구는... 다소 마르고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중에 와서야 알게 된 일이지만

사건은 역시 그날 저녁 일어났다.

' 자신도 이제는 스타를 할 줄 안다며 ' 팀원들에게 당당히 외치며

4 : 4 무한헌터 팀플에 도전한 그 !!!

한쪽팀의 아이디는 ' 000 '

또 다른 팀의 아이디는 ' 111 '

당시 그의 증언에 따르면 이상하게도 단 한명의 유저만이 ' T.T ' 라는 아이디 
쓰고 있었다고 한다.



5...

4...

3...

2...

1...



드디어 게임은 시작되고...

친구의 본진은 5 시

자 주말의 연습을 토대로 한 완성형 저그 박성준도 울고 갈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5 드론...

그 위용도 당당한 ' 5 드론 6 저글링 ' 을 이끌고 극초반 초강력 울트라 
하드코어 초반러쉬를 감행하였다.

목표는 바로 위 3 시

그는 3 시를 향하여 무작정 돌진하였다.

상대방은 바로 ' 플토 '



어라...??????

상대의 빌드를 보니 아직 파일런 하나가 전부였다.

( 아마 더블넥을 계획하려 한것은 아니었는지 ??? )

위용도 당당한 6 마리의 저글링은 우왕자왕 갈팡질팡하는 프로브를 처절하게 
몰살시켜버리고

본진을 먼지하나없이 깨끗이 쓸어버리고 말았다.

채 5분도 되지않는 시간에 한명이 ' 발려' 버리고 만 것이다.



친구는 너무도 뿌듯한 나머지 채팅창에 ' ^^ b ' 를 쳤다.

이곳저곳에서 그의 승전보에 화답하는 문구들...

' Huk...... '

' ...... '

' ...... '



게임이 끝났다.

여기서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녀석은 게임이 끝난 직후

담배를 뻑뻑 피우며

홀랑 벗겨진 머리 속까지 시뻘겋게 단풍져 물들어버린

너무나도 분함을 이기지 못해 숨을 씩씩거리고 계신

팀장님의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는 그 애처롭고도 간절한(?) 눈길을......

그는......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그렇다......

그는 그랬다......



너무나도 당황한 그는 마음 속으로, 또 눈빛으로 다른 팀원들에게 ' Help ' 를 
외쳤지만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두려워......

다들 불쌍한 신입사원의 위기를 외면한 채로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딴 
짓을 하고 있었다.

......

......

......

그 순간......

그는 정말 부서내 ' 왕따 ' 가 되었다.



그랬던 것이었다 ㅠ.ㅠ

' T.T ' 는 팀장이 자신이 팀장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 암호 ' 였던 
것이고

팀내에서 팀장은 절대 엘리미당해서는 안되는 존재

즉 !!!

마지막에 항상 웃어야 하는 존재여야만 했으나

이 철없는 신입사원은... 너무도 허무하게 그 절대 불문률을 깨버리고 말았다.



미리 가르쳐주지 못한 선배들의 잘못도......

' 5 드론 ' 을 배우라 지시한 깐죽이 대리의 잘못도

철없는 신입사원의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다만 사회라는 냉혹한 시스템이 게임에까지 퍼져있었다는 것... 단지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오호통재라 ㅠ.ㅠ

그 누구를 탓하리오......



친구는 얼마 후 친구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중국 상해에서 버스타고 5 - 6 
시간정도 걸리는 현지 공장으로 ' 영업관리 ' 라는 임무를 안고 한국을 떠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불운......

' 5 드론 ' 에 이은 ' 좌천 '



인적조차 드문 그곳......

주말도 없이 아침 7 시부터 저녁 10 시까지의 고된 업무에

결국 3 개월만에 친구는 너무나도 지쳐 회사를 포기하고 말았다 ㅠ.ㅠ



사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 5 드론 ' 이라는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닐 듯 
했다.

다만......

' ^^ b ' 라는 멋진 아이콘까지 덤으로 날려 가뜩이나 초반에 발려 맘상한 
부장님에게

극히 심대한 정신적인 타격을 주는 확인사살까지 해버렸으니......

하늘은 정녕 그를 버리고 만 것인가 ㅠ.ㅠ



그는 간혹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스타이야기만 나오면 혼자 개거품을 물며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게...... 단 한가지......

왜 ' 5 드론 ' 를 가르쳐준 나까지 한데묶여서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가 -_-;;

난 단지......

' 가르치기만 했을 뿐인데... '



그 친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세요?

그 친구는 지금 열심히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공부하고 있답니다.

제발 ' 스타 ' 없는 어느 평안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



결론 ) Impossible is Nothing.

         The Manager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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