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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porori (포로리)
날 짜 (Date): 1999년 5월  8일 토요일 오후 01시 13분 54초
제 목(Title): Re: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다른 건 몰라도 '뉴로맨서'를 베꼈다는 얘기는 그다지 정확한 
평이 아닌 것 같군요. 
 ( SF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중에 아주 의외로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만... )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의 기본적인 틀은 시로우 마사무네의 
만화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등장 인물과 줄거리 전체에 걸쳐서
오시이 마모루가 새로 창조한 부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교관 살해 장면부터 청소차 인부 사건, 인형사 얘기까지...)

 따라서 깁슨의 '뉴로맨서' 냄새의 혐의를  굳이 찾고자 한다면,
원작자인 시로우 마사무네에게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 한번도 '공각 기동대' 만화책이 깁슨의 소설을 
베꼈다는 얘기는 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공각 기동대 만화영화에 관한 소위 SF매니아들의
영화평을 보고 있자면 뭔가 빗나가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제 생각엔, 기본 설정과 개념을 아주 많이 빌려왔을지언정, 
그냥 베꼈다는 비난은 별로 타당치 않아보이는군요. 
기본 인물 설정부터 만화책에서 다루는 여러 사건들의 면면을 
볼때 말입니다. 
 
 더구나 원작자 스스로가 깁슨의 영향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지요. :)
 
 *** ***

 공각 기동대 만화가 난해한 이유는, 오래전에 뉴로맨서 번역판이
나왔을때 제기됐던 논란을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당시 번역자가 일어 전공이었는지 뉴로맨서 일어판을 한국어로
옮겼던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이버 스페이스'를 '전뇌 공간'이라는 등, 한자 용어로
번역해 놓는 통에 가뜩이나 읽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가져다가
용어조차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게 해놓아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요. 

 공각 기동대야 일본 작품이니까 자신들 스스로 번역해놓은 한자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으니, 영어에 보다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게 당연합니다. 

 책이든, 영화든 뭐든간에, 어휘가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들과 일대일 매칭이 되지 않으면 혼란스러움을 가져오고 뭔가 
난해하다는 느낌을 즉각적으로 받아서 겁부터 먹기 마련이니까요. 

 공각 기동대 만화를 보고 어렵다는 사람들에겐 뉴로맨서부터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도 상당히 어렵긴 마찬가지라 
아무래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할 수 밖에 없겠군요.

 *** ***

 그럼 오시이 마모루가 새로 만든 부분이 뭐냐? 라는 얘길 할 수 
있겠군요. 

 송락현씨가 워낙 감상적으로 써놓아서 그렇긴 한데, 오시이
마모루가 블레이드 런너의 열렬한 추종자란 것은 사실입니다. 

 몇몇 인터뷰에서 블레이드 런너로부터 자신이 받은 영향에 관해
자주 언급하는걸 본적이 있네요. (zeo님, 안타깝군요. 쩝)

 공각 기동대 만화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쿠사나기 소령의 
성격 등등은 원작과 좀 다르게 오히려 블레이드 런너를 의식
한걸로 보입니다. 

 특히 청소차 인부가 자신의 기억이나 추억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흘리는 눈물을 (원작과 다르게) 클로즈 업 하는 걸 
보니까 일견 자신이 사이보그임을 알게 된 레이첼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쿠사나기가 고민하는 인간의 정체성 문제 - 특히
인간의 성장 과정 중 발생하는 '추억' , 인간이 인간임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에 관한 나열, 고뇌 - 등등은 
 블레이드 런너의 내용상의 모방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무슨 '도전'까지는 모르겠고,(송락현씨가 워낙 쇼맨십이
좀 있습니다) 블레이드 런너 같은 '분위기'와 '내용상의 깊이'
를 추구했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 ***

 줄거리의 엉성함은 비교적 타당한 지적입니다. 워낙 원작을
매끄럽게 옮기는데는 실패한데다, 자금 후원을 받은 곳들의
요구를 수용할려다 보니 액션 장면등등의 삽입 위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군요. 

 그리고 글을 읽을때도 많이 느끼는 얘기겠습니다만,
꼭 해야되는 말 외에 별 상관없는 자신이 하고 싶은
설교를  삽입할려고 하면 여러가지로 글을 난해하게 만들거나 
조잡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각 기동대가 그런 측면
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군요
  
 다만 SF 쟝르를 아주 즐기긴 하는데 별로 대단찮게 생각해서인지  
전 공각 기동대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냥 에반게리온처럼 별다른 의미는 없으나 흥미로운 작품
-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세일러문, 빨간망토 챠챠, 웨딩 피치 등등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재밌게 보는 편이니 별로 신용할 말은 아닌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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