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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inotory (Firebird)
날 짜 (Date): 1997년07월25일(금) 07시58분28초 KDT
제 목(Title): 만화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생각들...



만화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국면이,

'이제 우리 나라는 다 됐다'라는 말조차도 켸켸묵은 대사로 느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입니다.

고인 물은 언젠가는 썩게 마련...

지금 우리 나라의 문화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책임을

땅에 떨어진 성도덕, 마구 밀려 들어오는 외국의 문화,

저질 폭력 일본만화의 탓으로 돌려 버리는 현실이 참 꿀꿀하군요.

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일단 전염병균을 이용해 제조한 

백신으로서 항체를 생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대안없이 내놓는 문화적 자만심이 

문화의 저항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말살하고,

나아가 우리 문화의 발전 가능성까지를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기성 세대들이 가장 바라는 건 문화적인 쇄국이겠죠.

외국의 다른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아예 우리 나라의 '고결한 문화'에

범접을 하지 못하도록 폐쇄를 시켜 버리기를 바라고 있겠죠.

그러다 보면 우리의 문화는 고립되고, 마침내 썩어 가겠지요.

문화란 꽁꽁 부여잡고 있는 게 아니라 쉴새없이 교류하고 가르쳐 주고

배워 가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는 건데도 말이죠.

아무 생각없는 대안으로 말미암아 당당한 문화의 일부분이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동안, 그 핍박받은 문화는 

지하 문화로 변신해서 비판-저항력으로 이어지는 문화적 자정 작용의 과정을

거치치 못한 채로 번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하 문화란 건강한 언더그라운드 문화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문화적 자존심의 변질로 인한

독선과 자만심이 유난히 강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거죠.

물론 그만큼 질적으로 우수했다는 걸 우리의 역사가 구구절절히 보여 주고는 있으나,

미래로의 비전이 없는 문화재 골동품만으로 이루어진 무더기에 쌓여 가는 건...

거미줄뿐입니다.

쉴새없이 쓸고 닦고 보완을 해 나가고, 그걸 이용해서 또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제까지 쌓여 왔던 우리의 노하우는 한낱 골동품으로밖에는 남지 않을 터인데도,

현재 생각 없는 우리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은 그 길을 고수하고 있군요.

이쯤에서 우리 문화를 지키자는 아주머니들께 질문 한 가지...

서명운동은 좋습니다. 그러면, 

그 전에 아이들한테 어떤 만화를 보여 줘야 할 것인지 그 내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 있으신지?

아이들이 보고 있는 만화나 소설을 가지고 충분히 자녀들과 토론해 본 적 있으신지?

하다못해 그렇게 좋은 만화 만들고자 피땀흘려 분투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많은 만화가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관심이나 지원을 보내 본 적 
있으신지?

이걸 먼저 물어보고 싶군요.

'만화는 나쁜 거야. 이 참에 애들 만화 보는 거 아예 딱 금지시켜 버리고,

어떤 피아노 학원이 좋은지, 옆집 애는 그렇게 공부를 잘 한다는데,

우리 애는 어떻게 하면 그 정도까지 바짝 몰아쳐서 성적 올릴 수 있는 건지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로 가자고.'

이런 생각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문화의 진정한 개념도 모르면서

꼭 한 마디씩 순수한 우리 문화가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걸 보면,

정말 가증스럽기까지 하군요. 그 위선이.

뭐 그래도, 그렇게 절망적인 분위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희망은 이제 막 싹을 피우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 문화를 좀먹어 오던 진정한 괴수의 정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괴수의 실체를 은폐하려는 주체가 

다른 한편으로 우리 문화의 발전을 논하는 이들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가 가정을 갖고, 자식 교육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오면,

집에서는 자녀들이 보는 만화를 같이 보면서 이야기하고,

우리가 감명깊게 보았던 해묵은 만화책을 건네 주는 분위기,

학교에서는 국어 시간, 미술 시간에 만화가 들어가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어린이들의 손으로 새로운 만화가 

세상을 보는 도구로서 창조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문화의 패러다임의 산 증거 중 하나로서, 당당한 문화의 일부로서

만화가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혹시 말이죠, 어지럽게 얽혀 돌아가는 세상 분위기를 딱 부러지게, 간단 명료하게

보여 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만화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만화가 핍박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요? - 시사만화가 극명한 예죠. -

그들로선 어떻게든 애매한 상태로 감추고 싶은 게 많을 거니까요.)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른다.       _____________/
    단지 앞으로 질주할 뿐.                                     /    ==_____/
                                                              /    ==_____/
    ......                                                   /    ==_____/
____이라고 어느 바보는 외치고 죽었다.______________________/ Firebi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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