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icsAnim ] in KIDS 글 쓴 이(By): Lina (Inverse) 날 짜 (Date): 2007년 1월 5일 금요일 오후 11시 50분 43초 제 목(Title): Re: 시문 종영 밀린 신작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사실 시문 마지막편을 본 게 2주 전인데, 글 안쓰고 넘어가면 생각해둔 것을 그냥 잊어버릴 것 같아서 기록용으로 좀 생뚱맞은 감상문(?)을 씁니다. 대한민국의 보수매체와 진보매체들이 별다른 이견없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몇 안되는 안주거리 중 하나가 일본의 극우화입니다. 신문들 읽다 보면 당장 1~2년 안에라도 일본이 군사대국화해서 타국 침략에라도 나설 것 같은 착각도.. 정치권의 움직임이나 일부 극우인사들의 발언들에서 그런 "방향성"을 읽을 수 없는 건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해 보통의 일본 국민들에게 이런 공격적인 의미에서의 "침략야욕"은 고사하고 평범한 "애국심"조차 얼마나 남아있는지 의심이 갑니다. 갑자기 왜 작품감상의 서두에 이런 글이 튀어나오는지 보신 분들은 대략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 평범한 한국인으로서는 그다지 애국적이진 않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보더라도 시문의 내용전개와 결말은 상당히 파격적이라서입니다. 평화로운 국가에 갑자기 쳐들여온 외부의 침략군에 맞서는 어리버리한 신참의 무녀들.. 이란 소재를 처음 접하면 보통 뒷얘기가 대충 그려지죠. 전쟁 시러 꺄악~~ -> 나 그만 둘래 -> 허걱. 우리나라가 이지경에. ->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 죽은 XXX를 위해서~~ -> 궁극병기 에X랄X 리머전 발동-> 적군은 물러가고 평화로운 나날이~~ 뭐 이런 패턴이 일반적으로 예상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 패턴을 따라가는 작품들에서도 국가라는 거대한 대상보다는 자기 가족, 동료, 마을 등의 작은 공동체가 중요시되는 게 대개의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입니다. 뭐, 삐딱하게 보기 시작한 분들에겐 그것조차도 교묘히 숨겨진 극우 전체주의의 코드겠죠.) 하지만 얘네들을 보고 있자니 참 난감하네요. 구체적인 전개가 예상에서 벗어났다는 것보다도, 심리적인 흐름상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들의 유일한 관심은 "자기자신의 행복과 미래"에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들에게 전쟁은 자신들의 운명을 구속하고 변화시키는 하나의 불행한 외부변수로서 중요할 뿐입니다. 전쟁에 지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우연히도 속해 있던 국가라는 별개의 존재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저 담담히 전쟁의 진행을 관찰자와 같은 시점에서 지켜보는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건 역시 업계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궁극병기 X메X드 리머전. 아.. 솔직히 궁극의 비기인 건 맞죠. 플루토늄 몇Kg 모아 열에너지로 도시 하나 날리는 거야 20세기 중반에도 할 수 있었던 구식 기술 아닙니까. 그런 것 따위를 시공간을 주무르며 인과율의 위반조차도 신경쓰지 않는 듯한 그 위대한 기적의 힘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적에게는 눈앞에서 적이 사라지는 허탈함을 통한 심리적인 좌절 이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만.. -_-;; 좀 비꼬긴 했습니다만, 진지하게 말하더라도.. 엄청난 위력의 병기를 만들어 적에게 타격을 주어 전황을 뒤집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픽션이 아닌 현실에선 실제로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힘듭니다만)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개인의 입장에선 훨씬 나은 결말일 겁니다. 단순한 건데도.. 역시 보통의 한국인인 저로서는 절대 떠올리지 못할 발상이죠. 그래서 일본의 탈애국화가 이정도까지 진행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불철주야 노력하는 일본의 극우인사들의 안습행각에 경의를 보내는 바입니다. 한국인들처럼 "애국"이란 단어로 낚는 맛이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분들도 꽤나 선동하는 보람이 있을텐데요, 제가 보기에 일본인들이 전반적으로 그런 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라서 그냥 무덤덤한 것 같습니다. 헌법개정 문제만 봐도 의원들은 절대다수가 개정파인 반면에 보통 사람들은 "지금껏 잘 살아왔는데 그냥 이대로 살지 뭐." 라는 식의 반응이 많죠. 전반적으로 일본이 보수화되었다는 평은 맞긴 맞는데.. 그 보수가 복지부동의 현상유지에 더 가까운 거지 극우파가 추구하는 급격한 변화와는 분명히 코드가 다르지 않나 하는 해석입니다. 어둠보다 더 검은 자여 밤보다도 더 깊은 자여 혼돈의 바다여 흔들리는 존재여 금색의 어둠의 왕이여 나 여기서 그대에게 바란다 나 여기서 그대에게 맹세한다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나와 그대의 힘을 합쳐 마땅한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을! --- Lina Inverse @ Slayer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