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08년 09월 08일 (월) 오후 01시 23분 14초 제 목(Title): 스피드 레이서 예를 들어, 무협영화에서 심각하게 분위기 잡고 무술 동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하자. 그럼 우리나라 관객들은 거기서 웃어버리기 일쑤이다. 유치하게 폼 잡는다는 거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일견 그럴 듯도 하다. 근데, 무협영화의 진지한 장면이 유치하다고 웃어버리는 관객들이 감동하는 영화를 같이 보고 있으면... 뭐라 더 말하기도 참... 리얼 버라이어티 쑈라면서 별별 유치한 쌩쑈를 하는 TV 프로그램들이 하나도 아니고 줄줄이 연예프로그램 인기랭킹 상위에 나열되는 어이 없는 상황이 이해가 가버린다. 우리나라 관객의 성향에서 모순된 태도를 발견하기란 이렇게 어렵지 않다. 이런 모순된 태도는 영화서만은 아닌 것 같다. 사진 사이트에 가봐도, 약간 뜬금 없이 처자 사진 찍은 것이 인기를 달린다. 뭘로 보나 처자의 조금 과감한 노출 외에는 추천을 왜 받는가 의아한 사진인데, 추천한 사유를 읽어봐도 주변에 여자가 그렇게 없나 싶게 정말 찌질한 이유. 근데 정작 작정하고 노출한 누드 사진은 그렇게 추천 받지 못한다. 물론, 이런 모순된 태도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어느 나라나 너무 진지하고 잘 짜여진 영화는 인기가 없다. 관객들에 맞춰 어설프면서도 또 어느 정도 진지한 척 해주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야 인기영화가 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거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1편(1999)으로 SF영화의 신세기를 열었다가, 2~3편(2003)은 유치뽕짝 액션으로 말아 먹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더니, 이제는 아예 그런 쪽으로 나가기로 작정했나 보다. 근데 작정하고 유치뽕짝? 이건 일반 관객들의 성향에 거스르는 거잖아. 거액의 제작비 투여해서 흥행에 필히 성공해야 하는 영화에 뭘 믿고 이런 객기를? 이런 생각이 든다. 바로 영화 '스피드 레이서' (2008)이다 어떤 평론가는 이 영화의 캐릭터 표현이 초보적이라고 공격하더군. 한데, 나는 이를 변호하고 싶다. 유치뽕짝으로 과장되고 강렬하면서도 단순/희화된 색감만큼이나 캐릭터도 유치뽕짝으로 과장되고 단순/희화로 맞춘 거라고. 이런 영화에 '더 락'(1996)의 에드 헤리스 같은 장군이 나와서 진지한 훈계를 늘어놓으면 그게 어울리겠나? 그렇게 우리말 표현으로 '유치찬란'이라는 컨셉에 아주 잘 맞춰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이 '스피드 레이서'가 아주 마음에 들어버렸다. 과장되고 현란한 색감이란 면에서 이 영화를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나는 내용적인 면에서 다음 두 영화와 비교하고 싶다. 첫번째가 '트론'(1982)이다. CG와 실사 합성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초기작인데다, 레이싱 장면까지 생각하면 이 영화를 안떠올릴 수는 없을 거다. 다른 하나는, '댄싱 히어로'(Strictly Ballroom, 1992)... 볼룸댄스 경연대회 우승을 잡기 위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멋진 춤과 함께 과장되고 희화된 캐릭터와 표현 양식으로 풍자한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와 비교할 만 하지 않나? 하나 더 언급하자면 '토이즈'(1992)로, 원색적인 색감과 어린이 분위기라는 점에서... 근데 강렬한 액션 위주의 '스피드 레이서'에 비해 '토이즈'는 동화적인 내용이라는 차이가 있겠고... 여기 말한 영화들을 모두 좋아했으니 내가 '스피드 레이서'를 아주 재미있게 본 게 당연한 것도 같다. 이 영화의 변호를 좀 더 해 보면, 취향에 안맞는 등 다른 면에서 마음에 안든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영화가 유치해서 마음에 안든다면? 이건 별로 이유가 안된다고 본다. '트랜스포머'(2007)를 재밌게 봤다면, 또 그렇고 그런 SF영화나 환타지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스피드 레이서'를 유치하다고 뭐랄 수 있을까? 더구나 '스피드 레이서'에는 권력과 거대기업이 짜놓은 틀에 순응하기 보다는 맞서 싸움으로써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트랜스포머' 등등의 유치한 SF/판타지 영화가 담지 못한 철학적인 교훈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나는 워쇼스키 형제가 전혀 다른 표현 양식을 선택했음에도 '매트릭스'를 통해서 이 세상에 전하고 싶어했던 뜻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배우 비의 역할에 대해서 안좋은 말이 나오던데, 이것도 북경 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오른 비에 대해서 뭐라는 것만큼이나 이해가 안간다. 주윤발이나 이연걸, 쟝 르노 같은 대배우들이 헐리웃 초기 출연작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던가? 그에 비하면 비는 헐리웃 첫작품임에도 비중 있으면서도 괜찮은 역할이다. 비가 속한 토고칸모터스 이름을 한글로 적은 것도 흥미를 주고... 근데, 잘 맞춰진 유치찬란 컨셉이라며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은 나조차도 마지막 결승점 통과 장면을 기하학적 무늬로 채우는 센스에는 '무슨 애니매트릭스(2003)도 아니고, 아주 유치뽕짝으로 말아먹자고 작정? -_-;' 이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더군. 상당히 중요한 장면인데, 스타워즈Ep1 (1999)의 포드 레이스처럼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양식을 따른 것보다도 못했다고 본다. 마지막 키스 장면에 끼어든 의학적 경고(?) 역시 재치 있는 장난이라기 보다는 분위기 깨는 객기로 보이고... 또, 워쇼스키 형제도 '트랜스포머'라는 별 볼 일 없는 영화에서 메간 폭스를 띄운 마이클 베이의 흥행감각은 배웠으면 좋겠다.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라는 개성만점의 여성 캐릭터를 개발해 놓고도 2~3편에서 말아먹어버리고 모니카 벨루치의 매력도 추래하게 만들어버린, 그런 감각까지 '스피드 레이서' 에서 유지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_-; '스파이더맨' 시리즈(2002, 2004, 2007)의 샘 레이미보다는 낫다고 한다면 할 말 없다만... -_-;;;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