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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08년 2월  8일 금요일 오후 02시 04분 59초
제 목(Title): 무간도 시리즈


전에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를 보려고, 그 원작이라는 '무간도'
시리즈를 주르르 본 적이 있었다. 감상을 간략히 적어보자.


1. '무간도1'(無間道: Infernal Affairs, 2002)

이거는 언제 한번 보지않았나 했더니, 역시 본 영화더군. 다시 보면서
내가 영화 보고 감상 적는다고 이거저거 적기는 하지만, 역시 시각은
전문가에 부족한 아마추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오래전, 홍콩영화=짱께영화라면서 평론가들이 무시할 때에도 형평성과
잠재성을 고려해 그 정도로 평가절하될 영화들은 아니라며 옹호했던
라임이었지만, 정작 홍콩느와르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할 때에는
시큰둥했더란다. '영웅본색'이니에서 주윤발의 '후까시'에 매료된
사람들이 법석을 부릴 때에도 "그래서 뭐?"하는 반응일 정도로 홍콩
느와르는 취향이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에 '무간도1'을 봤을 때도 내 반응은 "홍콩느와르네"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본 '무간도1'은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었다. 정교하고
세련된 절제미... 이 세마디로 이 작품의 장점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데...
화면의 색감과 움직임, 인물의 동작과 대사, 음악 등의 사용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잘 다듬어져 예를 들어 위의
'우생순'처럼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하지 않는다. 화면이 절제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준다. 음악이 절제되어 있지만 잔향이 깊이 
남는다. 인물의 말과 행동이 절제되어 있지만 인물을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거기에 큰 틀로는 뻔한 홍콩느와르 형식의 영화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수작에 속하는데,
취향이 다르다고 처음부터 못알아보고 헐리웃서 리메이크했다니까 다시
평가하는 거 보면 나도 안목이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다.

(그래도, 전문가들도 이런 실수를 하면서도 자기 시각의 문제를 인정
않고 우기기 꼴불견을 보이기 일쑤니, 내 시각에 문제 있음을 인정하고
교정할 수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으을 수 있으려나? :)



2. '무간도2:혼돈의 시대'(無間道 II, Infernal Affairs II, 2003)

잘 알려졌듯이 '무간도1'의 앞이야기(prequel)다. '무간도2'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무간도1'의 세련된 절제미가 주는 감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볼 만한 홍콩느와르 계열의 영화더군.
특별히 많은 얘기 할 것은 없어도 "괜찮았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단지, 인물묘사나 그들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판단할 때, 이 앞얘기가
'무간도1'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한 면이 상당히 있다.
"앞얘기면서도 앞얘기가 아니여"라고나 할까.



3. '무간도3:종극무간'(無間道 III:終極無間, Infernal Affairs 3, 2003)

역시 알려졌듯이 '무간도1'의 뒷이야기(sequel)이다. '무간도2'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던 '무간도1'과의 연결성이라거나 미학이 다시
강조되었다. 그래서 좋았을까? 아니, 시리즈 중 최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심리극형 느와르를 시도했다고 좋게 봐줄려고 해도
"전편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왜 '무간도1' 이후 중국에서 그만한 영화가 계속 나오질 못했는지
답을 보여주는 것 같다.



4.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그래서 드디어 '디파티드'를 보게 되었다. 잘 알려졌듯이 '무간도1'을
리메이크한 것인데, 일단 스타일에서 차이가 확 나더군.
절제미의 '무간도1'에 비해 화면의 색감이나 동선도 풍부해졌고,
음악과 대사도 많아졌다. '무간도1'에다가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의
영화를 뒤섞은 다음 잭 니콜슨의 풍부한 표정처럼 확 튀겨서 만든
영화라고나 할까?
스타일 차이는 문화적 차이에도 기인한 것 같다. 동시대라지만
중국과 미국의 문화적 선호나 가치관에 차이가 있고, 현대적 갱단의
행태도 두나라가 다를테니, 같은 이야기라도 같은 스타일로 만들
수는 없었을 거다.
이런 스타일의 차이에 대해서야 취향 문제이니까 특별히 내가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무간도1'에서 정교한 맥락에서 연결되고 의미를 갖는
설정들을 '디파티드'가 스타일과 진행이 다르면서도 무작정 따라해서
영화가 완전 서걱거려버린다. 본상표보다 엉성하면서도 화려하다는
짝퉁 분위기가 나는 거다. 중국산 짝퉁을 비난하던 미국에서 중국영화를
짝퉁으로 베끼다니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는지... 저작권을 지불했다는
차이는 있겠지.

사실 마틴 스콜세지의 어설픈 따라하기는 '에비에이더'(The Aviator,
2004) 볼 때도 거슬리는 거였다. 관객이 뭘 따라했는지 모르고 본다면야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_-;;; 이런 생각이 안들 수 없게
하는...
따라할려면 '색계'의 이안처럼 확 낫게 만들던가, 아님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처럼 다른 각도로 접근하던가...
짱께영화가 아닌 비슷한 미국영화끼리 비교해도 '아메리칸 갱스터'의
리들리 스콧보다 한참 어설픔.



이렇게 무간도 시리즈에 대한 감상을 간략히 정리해 봤는데...
왜 예전에 본 무간도 시리즈에 대해서 이제야 적는지 설명이
필요하진 않겠지? :)
그래도 혹시 최근 소식에 둔하거나, 최근 소식에는 빠르지만
영화에는 무관심하거나, 혹은 양쪽 모두에 속하는 사람을 위해
힌트를 적자면 최근 홍콩영화계 스캔들과 관련 있다.
너무 결정적인 힌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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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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