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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08년 1월 23일 수요일 오후 11시 41분 22초
제 목(Title): 블랙북 .vs. 색계


'블랙북'(Zwartboek, black book, 2006)...  '색계'(Lust Caution,
2007)와 비교되는 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진짜 여러모로 비교되는
영화더군.
'로보캅'(RoboCop, 1987),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2) 
등으로 한 때 유명했던 폴 버호벤이 감독을 했다. 대략적인 스토리
라인은...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나찌에게 가족을 학살 당한 유태계 여자가 
레지스탕스에 가담해서 미인계를 이용해 보안국 장교에게 접근한다.
그러다 상대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원초적 본능'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화끈한(?) 장면도 많고...
'블랙북'이 200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씨네마상을 받고 '색계'는
200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이쯤 되면 이안의 '색계'가 '블랙북'에 영향 받았다고까지 생각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뭐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닌데, 그래도 좀...

물론 차이도 많이 있다. '블랙북'은 서사적인 이야기 구조이고 이야기
구조의 완결성도 높다. 전쟁 멜로 첩보전 등 이야기 구성요소가 풍부하며,
각 쟝르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따른다. 역사 의식도 명확하다. 또한,
'블랙북'은 등장인물들이 머리도 제법 쓰는 것으로 나오고 반전도
이것저것 생기는 등등 볼거리가 많다.
그러니까, 이안의 색계가 "멜로도 아니고, 첩보전도 아니고, 항일전쟁도 
아니여"라면 버호벤의 '블랙북'은 "멜로이기도 하고, 첩보전이기도 하고, 
반나찌전쟁물이기도 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블랙북'이 장점만 있는 것 같다. 과연 '색계'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고약하고 편향된 취향일까? 이러한 장점에 비해 '블랙북'은
화면와 그 연결이 거치른 느낌이 든다. 사실 '원초적 본능'이 예외였지,
폴 버호벤 영화에서 종종 느껴지는 경향이다. 버호벤이 주로 찍은 영화
류의 특성 때문에 표가 별로 안났던 것. 그리고 인물과 상황 묘사에 깊은
맛이 안느껴지고, 하나의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한 듯 산만한
느낌을 준다.
이 점에서 이안 감독과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안 감독의 영화는 이야기
구조 상으로 보면 빈약하기 그지 없지만, 그런 구조 안에서 화면과 영화
진행이 상당히 유려하다. 거기에 강조해서 집중할 포인트도 명료하고.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안 감독을 별로 안좋아하고, '색계'도 그저 그렇다고 보지만, 
이렇게 비슷한 영화 둘을 비교해 놓고 보면, 이러저러한 단점에도 왜
'색계'와  이안 감독을 더 인정해 줄 수 있는지 명료하게 보이고, '블랙북'
보다는 '색계'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용과 별개로 영화를 잘 만들었느냐의 관점에서 이야기다.
영화를 역사물로 보면서 내용을 살펴본다면 나는 '블랙북'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실, 서양 평론가들도 좀 그런 게, 이안이 나찌와 
레지스탕스에 대해서 '색계' 같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아무리 유려하게
만들어도 그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안했을 거다. 이것들이 잘 모르는
동아시아 이야기라고... -_-;

정리하면, 이안이 기본 형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유려하게 영화를
만드는 재능과 관록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이 안든다. 거기에, 버호벤이
만든지 1년도 안돼 비틀고 뒤따라 만든 것도 좀 그렇고...
영화만 만들면 뭐하나? 세상을 올바르게 보면서 뭔가 선도하고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야 훌륭한 감독이라고 존경도 받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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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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