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08년 1월 3일 목요일 오후 04시 57분 38초 제 목(Title): 색.계 (스포일러 구분 않고 적습니다) - 영화 내용은... 아마추어 테러 조직의 지리멸렬... 쯤으로 요약 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영화 내용과 설정을 조금 살펴보면... 치열한 첩보전이 되어야 할 미인계는 아마추어적인 어설픈 접근 방법 때문에 흔들린다.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애초에 계략으로 오해되었지만, 오해가 걷히자 흔들린 남자의 진심을 보여주는 매개로 변화한다. 어쩌다 감당하기 힘든 첩보전의 요부가 된 순진한 여자(영화 상으로는 미인계를 구사하는 요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 -_-)의 흔들림은 이 매개로 인해 진폭이 더욱 커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패착으로 이어지는데... 영화는 육체적 관계의 묘사에 많은 것을 할당하면서도, 그 관계를 통해 흔들리는 여자와 남자의 감정 묘사 같은 것에는 별로 할당하지 않았다. 극중 역할 상 보여서는 안될 여자의 흔들림이 관계를 통해 전달되지 않았더라면, 남자도 캐릭터 특성이 쉽게 흔들릴 종류가 아니다. 따라서, 남녀의 흔들림과 진심, 교감 이런 것이 있었어야 함에도 이 부분에서 묘사가 부족하거나 의도적으로 생략했기 때문에 남자의 진심이 담긴 선물이 오해를 유발하기도 하고, 오해가 걷혔을 때 의외감이 크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멜로물로 보기에도 약간 애매한 면이 있다. 만약, 멜로물의 공식에 따라 남자가 조금 더 여자에게 다정다감한 면모로 묘사되었더라면, 여자가 갈등 속에 자기를 희생하는 신파극으로 영화가 흐르거나 혹은 여자가 자기 조직을 홀라당 배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텐데 말이지. '중국' '첩보전'이라는 키워드로만 생각했을 때는 중국영화 특유의 머리 잔뜩 굴리는 계략과 반전이 난무하는 어지러움을 연상하기 쉽겠다. 하지만 감독이 누군가? 이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상당히 simple(!)한 형태이고, 남녀 주인공 뿐 아니라 다른 주역들의 두뇌 회전도 거의 멈춘 것으로 설정된다. 어지럽게 난무하는 것도 정신 사납지만, 그렇다고 아예 멈추게 하는 건 또 뭔지... 이안 감독... 세계적인 흥행작 '와호장룡'(2000)으로 요새 말로 "이건 무협도 아니고, 무협이 아닌 것도 아니여"라며 정작 중국인들은 혼란스럽게 만들며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전력이 있는 그가 '색,계'(2007)에서는 항일운동을 혼란스럽게 묘사한다. 원작부터 그런 면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째건 그나마 그 묘사 대상이 현 중국본토의 공산정부와 대결했고 현재 대만에서도 반감이 커가는 장개석 정부의 활동이라 이번에는 거부감을 크게 줄일 수 있었겠지. 요즘이 항일운동을 신성한 표현 영역에 두려는 태도가 많이 줄어든 시대이기도 하고... 하지만,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실존인물의 가족이 영화를 책망하는 통한의 기자회견을 가지는 것만은 피할 수 없었다. - 영화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래 글을 참조... http://office.kbs.co.kr/kinocine/contents_view.html?log_no=2916 영화를 통해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중국의 항일전쟁 시절 장개석 국민당정부는 일본과 화평을 주장하는 왕정위의 남경 친일괴뢰정부와 대립하고 있었고, 이것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다. 장개석과 모택동의 대립이 아니라... -_-; 남자 주인공이 모시는 것으로 영화에도 가끔 언급되는 왕정위에 대해서 약간 더 설명하면, 젊은 나이부터 청나라 타도에 앞장 선 혁명가이자 이론가로 날리던 인물이고, 모택동처럼 내놓고 좌파는 아니더라도 친좌파 성향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장개석의 국민당에 합류한 후에도 국민당 내부의 친좌파 대표인사였으나, 항일전쟁 당시에는 일본과 화평을 주장하며 친일 괴뢰정권인 남경 국민당정부를 수립하여 장개석과 대결한 인물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漢奸이라며 나찌 점령하 프랑스의 비시정부처럼 부정적인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제 말기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시절, 친일로 변절한 인물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 - 다시 요새 말로, "멜로도 아니고, 첩보전도 아니고, 항일운동도 아니여"로 다시 한번 요약될 수 있는 영화 '색,계'는 여주인공 탕유의 순진함과 요염한 화장에 강한 contrast를 주면서, 진한 화장을 한 여인의 진한 향수 내음처럼 잔향을 오래 남기는 것이 장점이겠다. 소설책 읽은 느낌이라 영화다운 시각적 풍부함도 적고 플롯도 단순한 이런 영화가 잔향을 오래 남기는 것은, 그 잔향이 마음에 들건 안들건, 이안 감독의 관록 있는 연출력 때문임은 물론이다. - 아울러... 헐리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법 규모 있게 재현한 1940년대의 상해 거리와 그 상해 거리를 오가는 수 많은 엑스트라들을 보면서, 비슷하게 1940년대가 배경인 우리 영화 '기담'(2007)과 비교가 되더군. 우리나라 영화제작자들은 한류라며 세운 콧대가 금새 꺽이는 것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중국영화와의 경쟁도 많이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1990년대 무렵 홍콩영화 앞에서 한국영화가 지리멸렬하던 시대가 재현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듯...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