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breeze) 날 짜 (Date):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오전 09시 03분 49초 제 목(Title):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며칠 전에 봤는데 못적다가 짬이 나서 잠깐 적어봅니다. '라디오 스타'나 '타짜'를 보고 싶었습니다만, 언제적 얘기냐 싶게 간판 찾기가 힘들어서, 이 영화를 선택 했는데요... 전반적인 평은, 몇만원짜리 옷이면 흡족해하며 입고다니는 스타일이라 알아보는 명품은 없었어도, 근래 본 헐리웃 코메디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입니다. 영화에는 패션의 세계에 대한 보통 사람의 이중적 시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자신과 거리가 있는 화려한 패션과 명품의 향연에 동경을 가지지만, 그쪽을 도덕적으로는 타락한 곳으로 보는... 그리고, 패션계의 문제점을 특별히 노골적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즉 뚜렷한 당위 없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의 '그 우월한' 도덕적 선택을 옹호하는 것으로 마칩니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보통사람의 시각을 전제로 깐 종결방식으로, 원작소설도 그런지는 몰라도 이것은 전형적인 헐리웃의 선택입니다. 그 밖에 악마 같은 상사가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가 있음을 보여 준다거나, 이모저모로 주인공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도우미 캐릭터(나이젤)가 등장한다거나 하는 것 역시 헐리웃 영화의 상투적인 역할 배치입니다. 이렇게 뻔한 헐리웃 스타일 코메디이고, 코메디 자체로는 강도도 약하지만, 강도를 높이기 위해 어거지로 웃음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야기로 웃음을 주는 이 영화의 방식은 오히려 편한 코메디로 다가오더군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Anne Hathaway도 늘씬한 모델 수준은 아니라도 다양한 명품들의 향연을 보기 좋게 잘 소화해냈네요. 미운오리 새끼에서 공주로 변모하는 전문배우로 나설려는 건지... :) Anne Hathaway의 코디 역시 예를 들어 전위적이어서 자극을 줄 수 있는 종류는 피하고 보통사람의 시각에 거부감 없으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는 명품들로 맞추진 점도 눈여겨 볼 수 있겠군요. 그래서 화려한 명품의 향연이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올 수 있었겠죠. Anne Hathaway의 매력과 함께 Meryl Streep의 연기력도 영화를 잘 살렸습니다. Meryl Streep이 코메디 영화에 이렇게 어울릴 줄은 상상 못했다는, 실제 역할에 비해 다소 과장된 평을 받기도 했다는데요, 대체로 동의합니다. 화려한 눈요기거리를 주면서도 보통사람의 시각에 맞추는 헐리웃 스타일의 장점이 억지스럽지 않은 코메디로 편하게 다가오고, 주연배우들의 매력과 연기 역시 볼만한 영화라고 요약될 수 있겠네요. 감독이 유명하다는 TV시리즈 '섹스 &시티'의 연출자라던데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보고 싶어 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 하나 처리하기 위해 전화통 붙잡고 오만 방법을 다 찾아보는, 그런 모습이 특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는 일이 패션 쪽은 아니지만, 부품 하나 고르는데 오만군데 전화해서 가장 맞는 것을 찾을려고 하는 작업 스타일이라 그런지... 그래도 내 경우는 이리저리 알아보면서 조건에 맞는 것이 없다면 차선을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 대부분 이었기 때문에, 최선 아니면 악마 같은 상사가 으르딱딱 거리는 영화 속 상황보다 낫기는 했군요. ^^ 그래두요, 뭐 좀 알아보라면 잠깐 두어군데 전화해 보고는 "이거 밖에 안되는데요" 하는 답 내놓는, 한 대 콕 쥐어 박아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보통인간들(!)은 영화의 반의 반만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_-;;; 마음에 안든 점은... 영화가 사실상 주인공 1인의 시각 에서만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만 보여지고 주변 사람들은 극적 구성요소에 불과하거나 인간적인 면모가 보여질 때도 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서 뿐입니다. 좀 있어보이게 적으면, 주인공만 주체이고 나머지 인물은 객체로 배치되며, 그 객체들의 인간화는 주인공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거죠. 관객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화시키면 이런 영화는 주인공= 자기 중심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화면에 옮긴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이란 주인공의 망막에 투사된 형태로만 묘사되는 것이죠. 이 영화도 주인공 앤디를 둘러싼 주변인물들, 악마 같은 상사, 선배 비서, 남자친구, 친구들, 바람을 일으키는 소설가 모두 이렇게 주인공의 시각에서만 보여집니다. 역시 헐리웃 전형의 인물묘사 단순화인데, 관객에게 자기 눈으로 보는 것처럼 영화 속 상황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특별히 잘 만들어지지 않는 한 좀 더 현실적 이며 복합적인 인간관계를 담아내지 못하며, 대상과 상황을 여러 사람의 시각이 아닌 1인의 시각만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영화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단순화는 주인공 아닌 감독 같은 초월적 관찰자 1인의 관점과 시각에서만 그려지는 형태의 영화 입니다. 여기서도 관객은 그런 관찰자의 시각과 자신을 동일화시키게 되며, 역시 헐리웃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으며 때로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헐리웃 영화가 보통 사람의 시각에 맞추는 방법을 따르고 있으며, 그 방법들의 장점을 편안하게 잘 살리기는 했지만,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명품을 다룬다고 명작이 되는 것은 아닌 시간 죽이기용 코메디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고 해야할까요? :) 그리고,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거... 미국에서는 비서가 상사 아이들의 숙제까지 해줍니까? 업계 막강 영향력의 상사라지만, 좀 황당... 또, 파리의 데이트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Beautiful South의 'Les Yeux Ouverts'('Dream A Little Dream Of Me'의 불어판 remake)가 나오더군요. 영화 'French Kiss'에서 나온 곡이죠. 찾아보니까 Beautiful South는 영국밴드던데, 어떻게 불어판을 샹숑 특유의 vibrato도 잘 소화해 내면서 불렀는지? 암튼 오랫만에 다시 듣게 되어 반가왔습니다. ...................................................................... 고이지 않고... 사로잡히지 않고... 가볍고 부드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