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inemaPlay ] in KIDS 글 쓴 이(By): Zaharang ( 자하랑) 날 짜 (Date): 2006년 8월 7일 월요일 오전 11시 26분 15초 제 목(Title): 왜 괴물이 최고인가 초 강력 스포일러 모여있음. 봉준호의 별명은 일명 봉테일이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하다는 뜻. 살인의 추억을 보고 다른 감독들이 거의 절망할 정도로 그의 디테일에 강한 임팩트를 받았다고 하는데...... 살추 한정판을 사면 콘티북을 준다. 이걸 보면 진짜 미스타 봉 심하게 세심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추에서도 보면 희생자를 따라가는 음침한 카메라 워크같은 기법이 진짜 최고였는데, 괴물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있다. 괴물의 처음 등장씬. 한강 저편에서 무심하게 등장해서 육지로 상륙해서 난동을 부리기까지의 장면을 롱테이크로 잡고 있다. 괴물은 안 보인채 현서의 옆모습을 찍어서 괴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던가 하는 장면은 헐리웃 영화의 소위 무섭게만 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공포의 표현방식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로 보면 괴수영화의 약간 특이한 버전이겠지만, 봉감독은 결코 그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일단 그의 영화는 그전의 영화와 선이 닿아있다. 단순히 배두나,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등... 이전에 나왔던 배우들이 계속 나오는 것 외에 (박노식까지 나와주는 센스!) 매니아라면 알아차릴 정도의 대사 장난까지 살짝 살짝 끼어넣으면서 등장인물을 살아있게 만든다. 어쨌든 그들 4명은 일반적 헐리웃 영화의 히어로와 거리가 멀다.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헤쳐나가겠지 하고 믿음을 주는 잭 바우어 같은 인간형도 아니고, 전우를 잃어서 은둔한 전쟁영웅 같은 애들도 아니다. 매점에 있는 박제는 변희봉이 사냥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 주기는 하지만 어쨌든 바보 아들을 둔 그냥 나이든 노인이다. 송강호는 말 그대로 힘만 좀 센 바보다. 총알 숫자 조차 제대로 못세는... 배두나는 거북이 궁사... 박해일은 데모만 하다가 인생 망가진 실업자... 그나마 이들은 가족애로 뭉쳐서 괴물과 싸우기라도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나머지 경찰, 군인 (미군포함), 의사... 들은 철처하게 바보들이다. 이들이 바보 짓을 하는 것은 시나리오가 엉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소시민들에게 이들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나는 클라이막스 전투신을 빼고보면 제일 훌륭하다고 보이는 장례식 장면. 장례식 와중에 차 빼달라고 하는 사람이 지나가고 (개그맨 스럽게 생겼다고 그냥 생각만 했는데 이홍렬이라고 함 -_-;;) 왠 담당자가 나타나서 상황설명을 하려다가 TV를 틀지만 TV에서는 전혀 내용이 없다. 전형적인 봉스타일의 블랙유머이지만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좀더 리얼함을 살리려면 보상금을 갖고 다투는 유족이라도 좀 나왔어야 할까나? 임필성이 분한 뚱게바라는 박해일과 같이 운동을 한 선배인데, 변절(?)하여 대기업 이통사에 취직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데, 보상금에 눈이 어두어 후배를 배반하고, 정작 그가 도망가는 것을 보면서 주먹을 쥐고 화이팅을 날린다. 송강호가 탈출했을 때 당연히 숨겨진 비밀기지나 병원이겠거니 하지만, 막상 밖에서는 미군들이 바베큐 놀이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데모대는 뜬금없이 한강에 모여서 free 강두 라는 옷을 입고 미군을 성토하지만 사실상 이들도 괴물의 실체는 모른다. 아니,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괴물은 그냥 이름도 없고 정체를 아무도 모르는 그냥 '괴물'일 뿐이다. 괴물은 미디어의 무관심일 수도 있고, 하층민에게 저질러지는 폭력과 부조리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얼마전의 수해가 떠 올랐다. 막강한 자연 재해 앞에 정부나 기타 기관의 도움은 사실상 부질 없는 것이고 일반인은 TV를 통해서만 그런 괴물의 피해를 느낄 수 있다. 주위에 도움 받을 곳 없이 나에게 밀려닥치는 황당한 재난이나 억울한 일들. 그런 것이 우리 사회의 괴물이 아닐런지. * * * 봉테일에 대한 몇 가지 영화 내용. - 거지 소년은 영화 초반에 매점에 와서 먹을 것 슬쩍 하려던 바로 그 소년. - 송강호가 어리버리하게 잘못 끌고 간 엉뚱한 교복 소녀는 역시 영화 초반에 '아빠~'하고 불러서 송강호가 잠을 깨게 만들었던 바로 그 소녀. - 괴물이 최초로 인육을 맛들인 것은 영화 초반에 한강에 뛰어든 자살자 때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