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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ungNam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똘이장군)
날 짜 (Date): 1995년10월13일(금) 20시57분46초 KST
제 목(Title): 털 난 여자.



언젠가 나의 여자라고 자처하는 애가 대학 때 미팅을 몇번 해봤냐고 물었었다.

정말 곤란한 질문이었다. 많이 해 봤다고 대답하면 지걸로같은 놈이라고 할 것이요
몇번 안된다고 하면 쑥맥이라고 놀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일반적인 대학
남학생들의 미팅 회수는 몇번이나 되는 것일까? 그 질문을 받았을 땐, 대충 얼버
무려서, 대충 어림 짐작해서 10번이라고 했다.

사실, 난 쑥맥이었다. 미팅 회수로 보면 쑥맥이었다는 얘기다. 대학 때 미팅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는 그랬다. 일생에 단 한번 있었던 미팅은 고등학교 때였다. 대학교 시험을
치르고 항상 그러하듯이 반에서 잘 나가던 애 하나가 미팅을 주선했었다. 동방여고.
왠지 모르게 싸릿한 신선함을 주는 학교였다. 

후후~ 놀랄만한 경험을 했다.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머리를 자르고, 목욕탕을 갔다
왔다. 전날, 밤새 내내 아이들과 모여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었다. 시티파크라고 시내에 있던 경향식집이 약속장소였다.

그 때 나의 파트너는 털이 많이 난 여자였다. 꿈속에서 조차 바라고 바라던 하이얀
얼굴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핼쓱한 얼굴의 그런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소나기'에 나오는 시골소년이 아닐까 하고 착각을 할 정도로 맛이
가 있었다.) 그녀는 핼쓱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뚱띵이였다.

그 미팅은 실망에 실망이었다. 아아 저렇게 털이 많이 난 여자도 있었다니....
얼뜻 보면 남자로 착각하겠다. 어떻게 여자가 코밑에도 털이 나냐? 솜털 수준이
아니야!!!
난 뛰쳐 나오고 싶었다.

난 그날 보기좋게 채였다. 그녀는 시티파크에서 나오자 마자 집에 간다고 가버렸다.
너무나 황당했다. 으으~ 첫 미팅에서 이게 뭐냐?  파트너는 둘째 치고라도 어떻게 
채일 수 있단 말이야. 아아 이게 웬 슬픈 운명이냐? 설마, 나의 황금같은 대학생활에
흉조는 아니겠지?

기우가 아니었다. 난 대학교 때 미팅을 한번도 할 수가 없었다. 미팅 건이 있으면
난 항상 일이 생겼다. 집에서 중요한 일로 호출이 있거나 심한 목감기 코감기등이
걸리고는 했다. 가장 결정적인 장애요인은 친구놈들이었다. 도통 나에겐 소개시켜
줄 생각을 안했다. 여자한테 어떻게 대했길래 여자를 울리는 것이냐? 너같은 무
매너에게 웬 미팅이냐? 과분하다. 할 생각을 말어라. 등등....

지금은 그니의 얼굴은 다 잊어버렸다. 한이 맺었으면 기억할 만도 한데 얼굴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그녀 코밑에 거뭇거뭇하게 나있던
코수염과 치마 밑 스타킹 사이로 삐져나왔던 꼬부랑 털뿐이다.

허접한 경험얘기다.

근데, 이상한 것은 후후~ 나의 여자라고 자처하는 애가 후후~ 예전의 그애하고
닮았다는 점이다. 하하~ 걔의 다리엔 털이 무성하다. 치마 입는 것을 회피할 
정도면 알만도 하지. 걔의 코밑에는 검은 털이 확연히 보인다. 도저히 솜털이라고는
봐주지 못한다.(자기는 그렇게 주장하더만) '소나기'에 나왔던 여자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피부가 하이야치도 않고 뚱뚱하다.

후후~ 인연이란 이런 것일까?
난 그녀를 사귀는데 별 불만이 없다.

아마도 나의 전생에 모습은 원숭이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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