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메시지..) 날 짜 (Date): 1996년03월31일(일) 15시34분22초 KST 제 목(Title): [ 사람을 돕는 사람들 1 ] < 가이드포스트- (주) 파고다아카데미 박경실 실장 조영구 부장 > ......................................... <조영구> : 11월의 쌀쌀한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와 동네길을 나오는데 저쪽 건 물에 산뜻하게 새로 들어선 내과 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병원을 무척 낯 설어하는 편이지만 웬일인지 들어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침밥도 먹지 않았는데 검사나 한번 받아 볼까?' 사실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어디를 가는 중이었지만 공복상태인데다 근래 들어 부쩍 불편해진 위 때문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 병원은 개업 첫날이었다. 어쨌든 나는 생전 처음 내시경 검사라는 걸 받았다. 아프기도 하고 불쾌하기 도 해서, 한편으론 괜히 왔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용을 쓰 고 기다렸다. "좀 안 좋은데요,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 보세요." 그러면서 의사는 병원 장비가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확실한 진단을 할 수는 없지만 꼭 가보라고 덧붙였다. 그러겠다고 대충 인사하고 나오면서, '당분간 조심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술, 담배를 많이 하니 상대적으로 위가 좀 안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달랐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의사의 말을 전하니 얼굴색이 어 두워지며 당장 종합병원에 가자고 졸라댔다. "그냥 위가 좀 탈이 난게지. 앞 으론 술 좀 덜 마실께" 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내의 성화 에 끌려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검사 결과, 위벽을 조금 긁어 내고 잘라 내야 한다는 거였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수술이라니!' 그러나 처음 위를 잘라낸다는 말에 크게 위축된 데 비해, 태연스레 아무 일 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의사의 온화한 표정에 부스럼을 떼어 내듯 살짝 긁어 내는 정도겠지로 가볍게 생각했다. 하긴 당장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는 게 조금 걸리긴 했었다. <박경실> : 밖에서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고 집에서는 아내, 엄마의 역 할을 하느라 항상 숨가쁘게 살아왔다. 그래도 교직원 13명으로 조그맣게 시작 한 외국어학원이 이젠 교직원 400명이 넘는 어엿한 주식회사로 성장하고 보니 그에 못지 않게 보람도 컸다. 그 날도 오후가 훨씬 지나 점심을 먹고, 막 밀 린 결재 서류를 들여다 보려는 참이었다. 갑작스레 신촌 학원의 조부장이 들어오더니 "원장님, 위가 탈이 난것 같아요 ..가볍게 긁어내기만 하면 된답니다." 라고 말했다. 위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 에 열흘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될것 같다는 얘기였다. 조부장은 아무렇지도 않 은 듯 얘기하고 있었지만, 평상시 위를 혹사시키던 그의 생활 태도로 봐서 큰 병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볼 수는 없어 나중에 병원쪽에 연락해 알아보았다. 역시 걱정했던 대로 '암'이었다. 그 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데 좁은 차안의 공기가 새삼 답답하게 느껴지며 마 음이 쓰려 왔다. 조부장과는 신촌에 분원을 내기 전, 종로에서 처음 학원을 시작할 무렵 그 이전부터 10여년 이상을 함께 일한 사이였다. '주님 어찌해야 됩니까!' 언제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주님과 대화하며 해결했지만 이렇게 슬픔이 나를 압도하기는 처음이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대로 눈물이 흘 러내리면서 기도가 나왔다. "조부장의 암을 치료해 주시고, 이 기회에 주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잠시 후 따스함이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듯 싶더니, 불 현듯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어려움을 통해 그분께서는 우리 회사 전 직원에게 능력을 보이시고, 서로 협력케 하시려는 뜻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