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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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6년01월08일(월) 11시46분17초 KST
제 목(Title): 무식한 사람이 쓴 동화


이 글은 예전에 써놓고 올리지않은 글중의 하나입니다. 과연 이 글이 종교보드에

어울릴지 자신이 없었고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

입니다. 이 글을 다시 올리기로 한 이유는 본인의 변덕이라고 해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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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식한 wolverin이 쓰는 옛날 옛날 이야기 ]

                                        지은이 : wolverin


옛날 옛날, 호랑이가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던 아주 먼 옛날, 어느 고장에 애수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넓은 땅을 갖고 있었고 많은 소작인들이 그의 땅

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명하고 자애로왔으며 천문과 농법에 많은 지

식을 갖고 있었지요. 그래서 모든 소작인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애수에게

는 갑, 을, 병, 정이라는 네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 애수를 도와 소작인들의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겨울, 애수는 일 년동안 먼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농사일이 걱정되었던

애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농사일에 대한 책을 써서 아들들에게 주었습니다. 씨

는 언제 뿌리는지, 모내기는 언제 하는지 아주 자세하게 쓰여진 책이었지요. 애수는

아들들을 모아놓고 책을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일 년동안 여행을 하게 됐다. 그런데 농사일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는구나.

 여기 농사에 대해 자세하게 쓴 책이 있으니 이 책을 보고 농사일을 하거라. 그리고

 땅을 넷으로 나누어 각각 한 구역씩 책임지고 맡도록 하여라."


애수의 아들들은 똑똑하였고 책임감이 강했을 뿐만 아니라 농사일에 깊은 애정을 갖

고 있었기 때문에, 애수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가을, 여행을 하던 애수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자신의 고향땅에 이

상기온으로 늦은 봄까지 몹씨도 추웠으며 때 늦은 더위로 가을인데도 한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놀란 애수는 예정을 앞

당겨 일찍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서둘러 길을 재촉한 덕에 애수는 열흘만에 고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

한 곳은 '갑'이 맡은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때가 되었는데도 연기가 나는

굴뚝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애수는 서둘러 갑의 집으로 갔습니다.

갑의 집 마당에는 갑의 식구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소작인들도 모두 모여있었는데

무슨 책인지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끼니를 걸렀는지 모두 앙상하게

말라서 애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얘야. 무엇을 하고 있느냐?", 애수가 갑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제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갑이 애수를 반갑게 맞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봄이 되었는데도 이상저온으로 볍씨를 심어도 제대로 살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소작인들과 함께 아버지께서 남기신 책을 보며 연구를 하고 있

 습니다."

"지금이 가을인데 아직 책만 본단 말이냐? 그럼 농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물론 농사가 중요하지만 아버지의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무엇인가 저희가 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이번 농사는 망쳤습니다만,

 내년에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는 풀뿌리로 연명을 하며 버티겠습니다."


애수는 아무 말없이 '을'이 사는 마을로 발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을이 맡은

마을의 소작인들은 모두 잘 먹은 듯 영양상태가 좋아 보였습니다. 을의 집에 가보니

마당 한 가운데 돼지 바베큐가 냄새도 좋게 익고 있었습니다.         


"농사가 안되어 돼지를 길렀구나, 내 아들아.", 애수가 을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이제 돌아오셨군요. 사실은 제가 기른 돼지가 아니라 산 너머 사는 이씨네

 돼지입니다.", 을이 대답했습니다.

"산 너머 사는 이씨라면 목장을 하는 '이교'씨구나. 그분이 돼지를 꾸어주더냐?"

"봄이 됐는데도 날씨가 추워 볍씨가 크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본 이씨가 감히

 아버지의 농사책을 비웃었습니다. 그래서 소작인들과 함께 몽둥이를 들고 이씨 집

 으로 가서 그 식구들을 쫓아내고 목장의 돼지와 소, 닭들을 모두 가져왔습니다.

 감히 아버지의 농사책을 비웃다니 그 정도 벌은 당연합니다."


애수는 말없이 을의 집을 떠났습니다. 다음 동네는 '병'이 맡은 마을이었습니다. 그

동네의 소작인들은 모두 먹질 못해 삐쩍 말라있었지만 좋은 일이 있는 듯 들떠있었

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나보구나, 내 아들아.", 애수가 병에게 말했습니다.

"내일이 추수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먹질 못했지만 내일이 되면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병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논에 있는 벼들은 모두 시들어서 낱알도 제대로 없지 않느냐?"

"그래도 아버지의 농사책을 보면 내일이 추수하는 날입니다. 책에 있는 대로 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했으니 내일이면 책에 있는 대로 추수할 수 있을 정도로 낱알이

 생길 겁니다."


애수는 아무 말도 없이 병의 집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남은 동네는 '정'이 맡은 곳

이었는데 마을 뒷 산을 끼고있는 동네라서 많은 농작지가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애수의 걱정도 그만큼 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동네의 소작인들은 

굶지는 않았는 듯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애수는 급히 정의 집에 갔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내 아들아.", 애수가 물었습니다.

"이번 봄은 너무 추워서 볍씨를 뿌리기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 벼대신 감자를 심었습니다. 후에 날씨가 좋아져서 볍씨를 뿌렸지요. 늦게

 벼농사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날씨가 더워서 한 달이 지나면 추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전에 심은 감자를 먹고 산에 있는 야생과일을 따먹으면서

 지냈습니다. 추수가 끝나면 형님들께도 좀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정의 말을 듣는 애수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흐르고 있었답니다.



[후기] 애수는 모든 농사일을 정에게 맡기고 갑, 을, 병은 호주로 이민을 갔는데

       거기서도 책에 쓰여진 날짜에 맞춰 농사를 짓다가 모두 굶어 죽었다나요?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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