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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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KennyG (Kenny G)
날 짜 (Date):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오후 04시 41분 31초
제 목(Title): Re: 요새 강의석...


불거토피아 (http://cafe.daum.net/bgtopia)는 바로
류상태 목사님이 운영하는 카페로군요.

나름대로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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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예식 참석 의무화 문제 - 이대로 좋은가?  
 
번호:70 글쓴이:  류상태(산들)
 조회:390 날짜:2004/09/26 09:23 
 
저희 학교(대광고)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미 매스콤의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시겠습니다만, 
저희 학교 학생회장이 
종교의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예배 참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그저 잠자코 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되며, 
또한 이런 일이 앞으로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싶어서 
제 개인 의사를 좀 밝히고 싶습니다. 

우선 이 견해는 
제가 근무하는 대광고등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의 개인 의사임을 명백히 해 둡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라면...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뿐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이죠... 

이러 기본적인 법적 관점에서 볼 때, 
원치 않는 학생에게 예배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예배 참여를 원치 않는 학생에게 
특정 종교의식으로서의 예배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기독교학교가 가해자가 되고 마는데요... 

그러나 기독교학교는 
가해자이기 이전에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대광고등학교를 예로 들자면, 
1947년에 설립된 대광고등학교는 
(대한민국 수립보다 한 해 먼저죠...) 
기독교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되어 
기독교 교육을 하겠다고 공표하였으며,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예배를 포함한 기독교교육을 실시해 왔습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정되어온 학생에게 
강제로 예배의식을 강요할 일은 전혀 없었지요. 

그러나 1974년부터 실시된 평준화 정책으로 
학교는 학생에 대한 선택권을 갖지 못하게 되었고, 
학생 역시 학교에 대한 선택권을 갖지 못한 채 배정되고 보니, 
학교가 설립 목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육하던 종교교육 프로그램이 
동의하지도 않았고 원치도 않는 학생에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네요.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원치 않는 종교 교육을 받는 학생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피해자일 수 있는 것처럼 
학교 역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책임공방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텐데요... 

제 생각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첫 번째 해결 방안은, 
사립학교, 특히 종교적 이념에 의해 설립된 사립학교는 
그 특수성을 존중하여, 
원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선발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교육 당국이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발권이 부여된 종교계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종교교육 프로그램의 편성과 시행에 대한 
학교의 자율권을 전적으로 보장하고, 
현재와 같이 배정 방식을 원하는 사립학교는 
종교계 학교라도 
종교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법제화한다면,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둘째, 교육청에서 
고입 지원을 하는 중3 학생들에게 
종교적 이념으로 설립된 고등학교가 있다는 것과, 
또한 종교계 고등학교에서는 설립 이념과 목적에 따라 
종교 예식을 포함한 일정 프로그램의 종교 교육이 있음을 상세히 알리고, 
특정 종교이건, 다수 종교이건, 혹은 모든 종교이건 간에, 
종교계 사립학교에 배정받기를 원치 않는 학생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거리보다 먼저) 반영하여 배정하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방안이 제도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겠으나 
첫 번째 안의 경우, 
종교학교들 간에 견해가 다른 경우가 많고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죠...) 
둘째 안은 교육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 
(거리 문제에 종교 문제... 
이것저것 다 고려하고는 학교 배정이 불가능하다고...)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사항이 해결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종교학교가 설립 이념과 목적에 따라 
종교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실시하되, 
특정한 종교의식(예배,미사,예불)의 경우에는 
전교생에게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지 말고 
원하는 학생만 참석하게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해결책이냐구요? 
그건 강의석 군이 주장하는 바로 그 내용이 아니냐구요?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의석 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 주장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기독교학교로서의 설립 이념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독교학교의 설립 이념과 목적이 무엇입니까? 

모든 학생을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게 하는 것이 
설립 이념입니까? 

그건 수단입니다. 

하나님의 참 사랑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진리 안에서 자유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교육하는 것... 

이런 게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경과목도 가르치고 
예배에도 참여하게 하는 것이지요... 

목적과 이념은 양보할 수 없지만, 
방법과 수단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변화된 시대에 적절치 않으면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예배에 참석하게 하여 
존다고 야단맞고 잡담한다고 쥐어박히면서... 
“내가 졸업만 해 봐라.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면 개XX다...” 
(실제로 그런 학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D대학 교수가 되었고 
여전히 교회와는 담을 쌓고 있지요...) 
이런 식이 되면 
과연 하나님께 영광이 되겠습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영광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독교학교의 설립 목적과 이념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행되고 있는 
시대에 매우 부적절하고 
끊임없는 반감을 유발하여 
우리 기독교학교 뿐 아니라 
기독교 전체를 
야만적이고 심히 배타적인 집단으로 인식하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지금의 예배와 종교 교육에 대한 ‘방법’을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 
누가 예배드리러 오겠냐구요?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겠지요. 

그러나 일년에 한 번이라도 
정말 마음 속에 깊은 아픔이 있을 때 찾아와서 
그 때 들은 설교 말씀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면 
일년 내내 졸고 딴 짓하며 
듣는 둥 마는 둥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천주교의 경우, 
모든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미사에 참석하는 경우는 
개학, 입학, 부활절, 성탄절 등 
많아야 일년에 4-5번이라고 합니다. 

그 이외의 미사는 모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우리 개신교회들은 죽어라 전도하고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예배에 참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도 
전체 교인 수는 계속 줍니다. 

반면에 천주교는... 
별로 전도도 안하고 (말로 하는 전도는) 
학교에서의 미사도 강제하지 않지만 
(강제하기는커녕 일정 과정을 마치지 않으면 잘 붙여주지도 않죠.) 
교인 수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시대가 바뀌었으면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요적인 방법이 아니라 
향기를 발하여 
스스로 다가오게 만드는 방법으로...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종교과목도 교육부 정책대로 복수 개설하여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종교와 철학, 또는 종교와 심리학, 
이런 식으로 복수 개설해서 
종교를 선택하는 학생에게는 
종교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철학을 선택하는 학생에게는 
철학 교육에 충실하되 
철학과목을 통해서도 
기독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일방적으로 종교교육을 강요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고 
사회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대적인 정황을 무시하고 
30-40년 전에 쓰던 방법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독교학교의 설립 이념과 목적은 
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방법을 절대화함으로써 
설립 이념과 목적이 방해받는다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 겁니까? 


2004년 6월 23일 작성. 
2004년 7월 31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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