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handarm (비만고양이) 날 짜 (Date): 2004년 5월 25일 화요일 오후 03시 51분 50초 제 목(Title): Re: [질문] 삼위일체?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글을 조금 써보죠. 이미 알고 계실 내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삼위일체에 대한 교회의 인식 상황 현재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은 조직신학 수준에서 '셋이 어떻게 하나가 되느냐?' '하나가 어찌 셋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거스틴이 뭐 빛이니 열이니 하면서 비유 비슷한 걸 들기도 했지만, 그냥 생각해봐도 '그게 뭐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교회에서는 많은 교인들이 삼위일체가 중요하단 말은 많이 듣지만 크게 관심도 안가고 또 설명할 때 고대교회에서 이단으로 찍혔던 양태론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위일체'가 이단 판별 기준으로 쓰이는데, 표방하는 교리상으로는 저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 교회에서는 '삼위일체'에 대해 이해가 없거나, 이해 못하거나, 이상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모순이죠. 내부는 관리 못하면서 외부(여호와의 증인같은)만 욕하니 간판은 '짜장면 집'이라고 걸었는데, 짜장 없는 짜장면도 많이 팔면서 다른 중국집 보고 '짜장면'도 안 팔면서 무슨 중국집이냐?고 되묻는데 손님들은 어이가 없을만 합니다. Gilles님에게 Quantum jump가 필요한지는 저로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너무 낙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점은 이위일체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또 논의도 많이 되는데, 성령(혹은 성신)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냥 '능력'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고대교회가 실질적으로 삼위일체에 대한 이해가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당신은 뭐 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나보지? 라는 비아냥도 나올만한데, '셋이 하나되고, 하나가 셋되는' 설명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읽는 분들이 판단하시구요. 다 아시는 내용이더라도 이해해주시구요. 2. 소극적인 방어부터 2-1. 일단 왜 고대교회가 삼위일체라는 해괴망칙(?)한 것을 만들어서(?) 이리 골치를 썩이는가 부터 봅시다. 이게 정말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유대인들은 분명 '한 분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믿었는데, 그리고 신약성경에서 바울선생도 '한 분 하나님'을 이야기하는데, 왜 고대교회가 '세 위격으로 존재하시는 한 분 하나님'을 이야기할까요? 이유는 차치하고 이런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불리하지 않나요? 제가 얼핏 알고 있는 그리스 철학으로만 생각해도 어떻게 '일자'인 '신'이 마치 세 명으로 보이는 신들이 됩니까? 그냥 '한 분 하나님'을 그리스 철학의 '신'으로 가르치는게 이방인들을 가르치기 훨씬 쉽지 않았을까요? '삼위일체'는 접어두고라도 '예수가 인간이면서 하나님이다'는 주장은 이들이 가진 철학으로는 말이 안됩니다. 게다가 '신'인 예수가 죽었다 이러면 더 말이 안 되죠. 어떻게 '신'이 죽을 수 있습니까? '예수가 인간이다. 좀 나은 인간이다' 이러면 예수가 죽었다는 게 이 그리스 철학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해가 되는데, 왜 하필 말이 안 되는 걸 고집했을까요? 세상엔 워낙 엉뚱한 짓을 오랜동안 하는 이들이 있는데, 고대교회도 이런 사람들이었을까요? 뭐 그랬을 수도 있죠. :) 2-2.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5장에서 시작하는 산상수훈은 그리스도인들이 아닌 이들에게도 꽤 알려진 텍스트입니다. 처음에 여덟가지 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후에 율법을 뒤집는 발언들이 계속나옵니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너희는 들었으나'로 계속되는 부분은 모세의 율법을 너희가 이렇게 들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가 계속 나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모세의 율법은 이렇게 가르친 걸 너희가 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로운 율법을 말한다'입니다. 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나'를 지칭하는 '예수'가 이스라엘의 위대한 선지자 '모세'의 말을 뒤집습니다. 그럼 율법은 모세가 말한 것이냐? 구약에서는 모세가 율법을 여호와에게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모세도 결국은 전하는 역할밖에는 못 한 것이죠. 그런데 '예수'가 마치 '여호와 하나님'과 같은 권위를 가진 듯이 모세의 율법을 뒤집어 버립니다. 그럼 '예수'는 결국 미친 사람이었을까요? 읽는 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예수의 독특성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예레미아스의 <<예수의 선포>>를 추천합니다. 3. 적극적인 방어 계시의 원리 중 하나는 '하나님만이 하나님을 계시하신다'랍니다. 이 원리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심각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공격하신다면 현재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관적으로(제가 성경을 읽었던 걸 반추해본다면) 인정합니다. 신약성경의 바울선생을 비롯한 제자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통해서 하나님이 누구신지 알았습니다. 정치적인 다윗의 후예를 꿈꾸던 유대인들과 제자들에게 분명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인식이 없었을 때에 그들이 알던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만 선택한 하나님이었고, 그들에게 정치적, 군사적 힘을 허락해서 이방인들을 다스리게 만들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해서 하나님이 그의 사랑을 보여주실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하나님이 부활을 통해 인정하고, 오순절 성령강림을 통해서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누구인지 알았고, 이를 통해 하나님이 누구신지 알았습니다. 사도행전 초반부에 오순절 이후에 예수의 제자들이 막무가내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고 다닙니다. 요는 이것입니다. 예수가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알 수도 없었고, 성령의 오심이 아니었다면 그 예수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계시의 원리에 따라 '하나님은 하나님만이 계시합니다'. 이상한가요?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물론 존재론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한복음 17장이던가요? 예수가 아버지와의 하나됨을 이야기하죠. 그런데 이 '하나됨'이란 걸 존재론적으로 어떤 실체가 하나이면서 셋이고하는 걸로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신약성경에 '삼위일체에 대한 설명 1항 2항...' 뭐 이런 식의 언설은 없습니다. 예수=하나님, 성령=하나님 이런 수식도 안 보입니다. 하지만 바울 서식의 초반 인사말에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같이 놓는 것이라던지 마태복음 마지막에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는 부분등은 교회가 시작할 당시부터 '삼위일체'에 대한 이해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위일체'를 안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바울이 그런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바울은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죠. '한 분이신 하나님'을 믿던 유대인이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을 받아들였다면 말이죠. 물론 편지글에서 하나님은 한 분이시라고 말하는 사람도 이 바울입니다. 곁가지이지만 '이방인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바울이 이방인 선교사가 되어 누구보다 '유대인과 이방인의 하나됨'을 강하게 이야기했다는 것도 특이하죠. 그럼 도움이 되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