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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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ppiyack) <halfling-dov-as6>
날 짜 (Date): 2002년 4월 28일 일요일 오후 05시 51분 12초
제 목(Title): [펌]인간의 야수성에 대한 통절한 리포트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2/04/009100003200204261841001.html

인간의 야수성에 대한 통절한 리포트

92~95년 보스니아 내전은 첨단문명시대 유럽땅에서 돌연 솟구친 야만의 
첨탑이었다. 내전은 살육 그 자체보다 전쟁으로 뒤틀린 인간관계가 얼마나 
무서운 비수로 꽂히는지 보여준 실험장이기도 했다. 보스니아에서는 정답게 
살던 이웃들이 총칼 든 학살자로 돌변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재연됐다. 학살극과 
인종청소를 주도한 상당수 세르비아인들은 정장차림의 엘리트 변호사와 
공학자들이었다. 희생양인 보스니아 이슬람주민들은 다민족 통혼을 즐겨했고, 
종교의식보다도 알프스 휴가를 즐겼다. 자녀들은 세르비아 청소년들처럼 미국의 
록음악 팬들이었다. 왜 일상은 극단적으로 일그러져야 했던가. 

80년대 서울특파원시절 `한국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기사를 썼던 
전직 <워싱턴포스트>기자 피터마쓰는 냉철한 통찰로 답한다. “저기 어딘가 
야수가 숨어있다…” 그의 보스니아 취재기 <네 이웃을…>은 베트남전과 더불어 
인류의 도덕성을 시험한 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을 광기와 야만성이라는 잣대로 
헤집은 논픽션이다. 외신에 보도된 인종청소와 강간, 살인수용소 얘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27만명이 희생된 내전은 구겨진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여주었다. 

사라예보 등 대도시 병원과 양로원을 단골포격대상으로 삼고 심심풀이로 사람을 
죽인 뒤 도색잡지를 보는 세르비아민병대원들, 포로들의 고환을 물어뜯는 고문, 
희생자의 장례식장을 총질해 전과를 올리는 반인륜적 일화들 속에서 지은이가 
가장 당혹스럽게 느낀 것은 인간성에 대한 의문이다. 그것은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이웃에 총질하고 그의 아내까지 강간'하는 참상르포보다 참상자체를 먼 
산 보듯하는 서구인들의 무덤덤함과 보스니아에 대한 편견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사라예보 호텔방에서 텔레비전의 살육장면을 `생각하는 
사람'조각처럼 턱을 괴고 보는 동료의 모습에서 그는 `전쟁포르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보고 싶어하면서도 보기 싫어하고', 실체에는 눈돌리고 싶어하는 
광기의 전쟁은 다른 나라에서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준엄하게 
일러준다. 지은이가 보기에 이 내전은 민족갈등이 아니다. 보스니아인과 
세르비아인은 종교는 달라도 같은 슬라브계통이며 90년대 초반까지 한 이웃으로 
오손도손 살아왔다. 사회주의권 붕괴 뒤 권력을 놓지않으려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정치인들이 언론 등을 통해 민족주의를 악용했고, 국제사회의 
묵인이 겹쳐 빚어진 참극이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사실을 글은 간과하지 않는다. 
권력유지의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밀로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슬은 드러난다. 대학살 기념관 건립식에서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규탄하면서도 20만명 이상이 죽는 것을 구경만 하는 서구지도자들과 세르비아쪽 
무력에 면죄부만 주는 국제연합군의 행태는 역겨운 가식일 뿐이다. 
전쟁포르노에 지친 그는 93년 4월 기진맥진한 채 보스니아를 떠났다. 

노형석 기자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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