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123) <211.44.128.57> 날 짜 (Date): 2000년 6월 3일 토요일 오후 06시 47분 17초 제 목(Title): Re: 제사........ @번데기앞에서주름잡기 천주교에서 한때 제사를 금지한 것은, 물론 (현재) 천주교 입장에서 보면 한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짓이고, 교조적이고 경직된 교리로 인해 정부의 탄압과 수많은 신자들의 희생을 자초하기는 했지만, 거꾸로 그 당시 신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성리학적 신분 질서가 틀어쥔 사회였고, 이 사회 구조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제사, 그리고 그 상징인 위패였습니다. "만민은 평등하다"는 복음 (그야말로 '복된 소식') 에 접한 신도들이 "제사는 미신이다!"를 외치며 위패를 불태운 것이 바로 그토록 바라던 '신분 해방'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 아니었을까요. 성리학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이런 체제 정복 정신이 없었더라면 거꾸로 천주교가 민중들 사이에 그렇게 널리 퍼질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시대는 바뀌었고, (비록 가부장적 질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제사"는 더 이상 닫힌 신분 질서를 상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제사를 거부하는 것이 신분 해방을 뜻하지 않는 사회가 된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제사를 금지하는 교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 생각엔 (차별화를 통해) "나는 기독교인이야!"라는 선민 의식을 조장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