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HAYANNIE (하야니) 날 짜 (Date): 1995년09월12일(화) 03시34분38초 KDT 제 목(Title): 창조과학 -- 한겨레 21 지상논단 94. 4. 14 (목) -- 한국 창조과학회에 관한 송상용(한림대 사학과) 교수의 비판기사 -- <"원숭이 재판" 다시 할 건가> 얼마 전 신흥 종교 연구가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광신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 뿐 아니다. 선진 미국에서 후진 아랍세계까지 광신과 몽매주의가 기승을 떨고 있다. 광신은 무지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최고의 지식인들도 곧잘 빠져든다. 창조과학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사학자 넘버즈가 쓴 "창조론자들 ('92)"을 보면 미국이 수출한 한국창조과학회는 10년만에 회원 1천명을 확보했으며 그중 3백명이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미국에 여러 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이 모임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기본 생물체는 창세기에 말씀하신대로 창조 주간에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하셨음을 믿는다."고 한다. 회원들은 그동안 5천여회의 강연을 통해 창조론이 과학임을 주장해 왔다. 대전엑스포 기간에는 5억원을 들여 창조과학 전시관을 열었으며 러시아 창조과학회 등을 불러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사실 창조과학 운동의 뿌리는 1925년 미국의 "원숭이 재판"까지 올라간다. 프로테스탄트 보수주의의 아성 테네시주에는 인간이 하등동물에서 진화했다고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있었다. 이에 반해 진화론을 가르쳤던 과학교사 스콥스는 재판에 회부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42년을 끈 이 사건은 대법원이 반진화론법을 연방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결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다. 이때 이후 생물 교고서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던 진화론은 최초의 유인 우주선 스푸트니크호 발사 충격과 "종의 기원" 1백주년의 자극을 받은 과학교과과정 개혁으로 1960년대 초에 복권되었다. 창조론은 새 전략으로 이에 대처했다. 진화론과 똑같은 시간을 창조론에도 주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창조론을 교과에 넣으려면 진화론처럼 과학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창조론은 "과학적 창조론" 또는 "창조과학"을 표방했다. 사회학자 넬킨에 따르면 창조론자들은 당시 가정의 몰락, 도덕적 타락, 공산주의 등의 책임을 과학에 덮어 씌웠는데 진화론이 속죄양으로 걸려든 것이다. 창조과학 운동은 레이건 등 극우 정치세력의 지지를 받았고 1970년대 보수회귀 무드에 힘입어 무섭게 커갔다. 80년대 들어 전세계로 확산되었는데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방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창조과학 운동에 대항하는 만만치 않은 움직임이 번져갔다. 과학자, 과학 교육자, 진보적 종교지도자들이 정치가 과학에 개입하여 정통논리를 배척해버린 "뤼생코 사건의 미국판"을 막자고 일어섰다. 20년대 스탈린의 소련 공산당은 농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획득형질이 유전한다는 뤼생코의 설을 지지하고 정통 유전학을 배척하였다. 아무튼 이들은 "통신위원회"를 만들어 전국적인 연대를 이루었고 언론, 의회, 법정에서 광신자들과 대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창조과학 운동은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있다. 창조과학 고정 칼럼을 주어 적극 지원하는 일간지가 있는가 하면 다른 언론들도 가끔 호의를 보인다. 창조과학은 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학교에 교두보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교재를 만들어 대학강의에 침투하고 있고 동아리를 만들어 교사강습회도 연다. 3월 17일 자 한 주간지(시사저널)에는 한국 창조과학회가 한국 기계 연구원 선박 해양공학 연구센터에 3천 5백만원을 주어 의뢰했다는 연구 과제의 결과를 보도했다.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조선공학적으로 안정성이 있는지를 연구했다는데 "그것이 지극히 과학적이며 대홍수 또는 역사적 사실임을 보여준 것"이라는 결론이다. 진화론의 약점만 들춰내면서도 스스로 과학임을 증명하지 못한 창조과학이 이제는 적극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이다. 이와 같은 웃음 거리를 그대로 넘겨버리는 한국의 과학 풍토는 참으로 한심하다. 노아의 방주가 묻혀 있다는 아라랏산에 발굴대를 보내야 정신을 차릴까. 과학자, 과학교육자들이 창조과학에 무관심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4년 전 생물 교과서에 창조론을 포함시켰다가 검정을 못 받자 저자들이 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패소했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다. 기세 등등한 창조과학 쪽에서 앞으로 어떤 기발한 카드를 내놓을 지 불안하다. 한국 교회는 창조과학이 과학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종교에도 불명예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학회에 수천만원 기부금을 내는 교회 명단에는 진보적인 교파도 보이는 딱한 노릇이다. 원숭이 재판에 소리높여 항의한 니버 같은 신학자가 이 땅에는 없을까? 다윈 당시 자유주의적인 신학자들은 신이 생물을 창조했고 그 뜻에 따라 진화한다고 함으로써 멋진 타협을 제시했다. 현명한 그리스도교도라면 진화론을 과감히 수용하거나 과학의 일로 돌려 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