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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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tian ] in KIDS
글 쓴 이(By): joys (조영순)
날 짜 (Date): 1995년04월27일(목) 16시31분52초 KST
제 목(Title): 믿음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




안녕하세요?

저는 기독교인이고,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은 믿지 않고, 시어머님은 독실한 불교 신자이십니다.

저의 경험이 저와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보겠습니다.

저도 "이방 결혼은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신앙은 달라도, 우리가 사랑해야하는 인간인데...
이미 사랑을 느낀 뒤에 하는 합리화인지도 모르지만,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었거든요.
특히 양가 부모님들의 반대도 매우 심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부모님들을 설득하여 결국 허락을 얻어냈고, 지금은 결혼한 지 
1년 5개월이 됩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느낌은?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입니다.

"종교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종교의 차이가 심각한 이유는 그것이 세계관, 가치관의 차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모습에도 차이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종교가 같아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부딪히는 여러가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종교가 다를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건, 다른 차이와는 달리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저는 성가곡이나, 복음 송을 듣고,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국민학교 때부터 결혼 직전까지 성가대를 해왔기 때문에 
성가곡(classic한 합창곡이건, 복음송이건)을 들을 때
느끼는 감동이 남다릅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걸 매우 싫어하죠.
음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예수노래"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와같은 차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신선한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차이들이 결혼 후에는,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협하는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양보가 가능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조금 안들을 수도 있고, 
남편이 조금 참고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을 그렇게 살면서 문득, 찬양에 목말라있는 저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남편이 아무리 저를 
사랑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죠.
또, 남편이 좋아하는 공포물, 폭력물 등의 비디오에 대한 저의 생각도 
마찬가지 입니다.

서로가 신앙이 다르다는 것,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야하는 부부들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더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편과의 문제에서보다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시부모님은 여전히 며느리에게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문제로 마찰을 빚을 까봐 여간 조심스럽지 않고,
그 분들이 교회에 다니지 말라고 하실까봐 조마조마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 결혼을 사랑의 결실인 양 이야기 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결혼은 결실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때로는 어렵고 고단한 삶을 지탱하고 위로해주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서로 사이좋게 의지하고 살기 위해서 
자기의 배우자로 적합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종교가 다르다는 점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매우 큰 부담 요인을 하나 안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와같은 결혼을 하면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있고, 이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지않는 상대방에게 이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종교 생활에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자신이 불편을 겪고있는 정도만 상대방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에게 종교와 삶은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옆에서 남편이 "지도 모르면서.."라고 하네요..:)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이상의 해결책이 
없습니다.

제가 결혼을 앞두었을 때, 저에 대해 신앙적인 충고를 해주었던 
많은 사람들은 "너는 그 집안에 파송된 선교사라는 각오로 살아야한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그들을 수단 방법 가리지말고, 교회로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내가 예수님에게 받은 사랑의 빚을 갚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예수님을 드러내려 할 때, 오히려 내 안에 있는 아집과 
독선이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이 날마다 십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 안에 살아계신 성령님께서 나와 우리 가족을 
사랑의 길로 이끄실 수 있도록 나를 감추고, 그 분을 드러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기독교적인 환경에서 살아온 나는,
가만히만 있어도 "믿음 좋다, 믿음의 기본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때로는 짐스럽기도 했습니다.
믿음이 살아움직이는 생명력이 아니라,
생활의 한 습관으로 자리잡아 자꾸만 타성적인 기독교인이 
되어가는 나의 모습이 불만족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나의 삶은 
"타성으로는 도저히 견디어 낼 수 없는.." 그런 것입니다.
이 점을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면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돌아갈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나 남편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태세이고,
교회에 가는 일로 옥신각신 할 일도 없겠죠...
그러나 제게 있어서 신앙은 생명을 걸고 지킬만 한 것입니다.

내가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기독교의 모습들에 비판적이라 하더라도,
그것과 "예수님의 사랑을 떠난다"는 것과는 별개임을 
날마다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명절에 시댁에 가는 마음은 
조금 과장한다면, "죽으면 죽으리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 분들을 존경하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나는 또한 예수님을 나의 전 존재를 걸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강조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최소한, 나에게 신앙이 매우 중요한 것이고,
신앙은 쉽게 갖고,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부모님들에게 이 부분을 납득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설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부분 만큼은 저의 편을 들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결혼 초기에는 위태위태한 순간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입니다..

시부모님이 계실 경우의 주일 성수 문제,
기도나 찬양, 교회 활동 등의 신앙 생활에서 남편과 나는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 따라서 나에게도 
그런 삶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힘겹게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신앙적인 도움을 필요로할 때,
영적으로 힘겨울 때,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이 
나를 격려해 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듭니다..(이해하지 못하므로),

그렇지만, 나의 지금 이 생활이
나의 신앙을 새롭게 돌아보고,
(친정)부모님의 믿음이 아닌, 나 스스로의 
믿음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말씀을 아울러 드립니다..

결혼에 관해서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랑 지상주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결혼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기에 
남편과의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결혼에는 많은 고민과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 책임의 무게를 생각하면, 
"결혼해라, 말아라, 왜 안하냐, 왜하냐.."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그와 비슷한 경우를 보시면 
많이 기도해 주세요..
여러 믿음의 지체들의 기도의 동역이 필요합니다.

처음 결혼 상대자를 만날 때라면,
가능한 한 신앙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미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 후라면
자신의 믿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이든, 헤어지는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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