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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UYHYUL ("의혈사랑"� )
날 짜 (Date): 1995년07월02일(일) 05시41분24초 KDT
제 목(Title): [삼풍] 진정 우리는 이것 밖에 안되는가!


        1995년 6월 29일 미국 서부 현지시각 오전 10시경, 학교 체육관에서

 라켓볼을 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어 빈 유리잔에
 
 채워 담고 거실에 앉아 익숙한 몸놀림으로 TV를 켰다. 24시간 방송되는 CNN 뉴스
 
 채널을  찾아 돌리고는 땀에 쩔은 운동복 차림으로 우유 한잔을 손에 들고서 샤워
        
 하기전의 느긋함을 즐기며 TV화면에 눈을 두었다. 화면은 무슨 전쟁터를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분홍색 건물이 양쪽에 서있고 가운데 잿빛으로 무너진
 
 무언가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게 보였다.
 
 '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유엔 평화유지군과 계속 싸운다더니 이번엔  

 어느 건물을 때려 부수었군'

        그렇지만 그게 아니었다. 뉴스 진행자는 계속해서 한국의 상황이라는것을

 반복해 말하고 있었고, 백화점이 테러를 당한듯 하단다.
 
 '뭐? 한국? 테러? 백화점?,, 가만있자, 지금 한국이 몇시지? 그러니까 30일 새벽
 
 2시경...테러가 언제 났다고? 29일 오후 6시경....어디라고? 속초의 무슨 백화점?

 쌤풍백화점?....아..아... 서울 서초에 있는 삼풍백화점....그래, 나 그 백화점
 
 전에 들은적 있어.. 나 1학년이던 89년 말인가? 그 왜 탤런트 '박상원'이 TV에
 
 나와서 '제 어릴적 우리 아버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항상 정직하라구요'
 
 하면서 개점 광고를 빵빵히 해대던 부자동네 백화점...근데 그게 왜 테러의
 
 대상이 되어야 했지?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일본 옴 진리교의 독가스 살포사건으로 일본열도가 불안에 떨고 있던
 
 수 개월 전, 옴 진리교의 2인자를 연행하던 현장에서 많은 수사관과 보도진들이
 
 보는 앞에서 재일동포 한국인의 범행으로 그 2인자가 칼에 찔려 죽은 후, 한국은

 일본 옴진리교의 테러 향방이 대한민국으로 향할까봐 '대 테러 경계강화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그건가? 일본 옴 진리교?' 맘은 다급해졌고 후딱 샤워를
 
 마치고 학교로 나갔다. 키즈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BBS 채널들을 full 가동

 시키고 그동안 아이디만 만들어 놓고 한번도 login 하지 않은 BBS 까지 모두

 접속을 하여 터미널을 여러개 띄웠다.

 
 
 ..................................
 
 


 테러가 아니란다....5층짜리 백화점 건물이 무너졌단다....누가 건들지도
 
 않았는데 그냥 혼자서 폭삭 주저 앉았단다...부실시공이란다...오전 부터   
 
 무너지고 있었단다...백화점 측은 오전 부터 알고 있었고 중역회의까지 했단다..

 건물이 무너지기 10분전 중역들만 쏙 빠져 나왔단다...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운명을 달리 했단다...........   아... 아... 이럴 수가......................

 
 
 
 삼성 창조관에서의 신입사원 연수 시절, 부산 구포역에서 열차가 탈선 했었다.
 
 -- 열차가 탈선해? 기차가 김밥 오그라지듯 난리법석이 되버렸군 --

 연수 마치고 교육 받던 시절 아시아나 항공의 서울발 목포행 비행기가 목포근처의
 
 운거산에 부딪쳐 추락 했었다.  -- 나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타고 먼 곳에 갈지도
 
 모르는데 비행기가 추락해? 으.. 아시아나는 타지 말아야지.. --

 그 후 얼마 안 있어 서해상에서 훼리호가 침몰했다. -- 엥? 이번엔 바다냐? 쩝..

 대통령 때문이야...대통령 잘못 뽑았다니까... 옛말에 이런 말도 있잖어..임금이

 덕이 없으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 진다고..... 으..근데 왜 이런다냐... --
 
 그리고 난 태평양을 무사히 건넜다. 하지만 조국에서의 재앙은 계속 되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졌단다. 그냥 주저 앉아서 강에 떨어졌단다....

 -- 세상에 다리도 무너지냐.... 근데 정말 이거 대통령 때문인가?.... --
 
 서울 아현동에 가스폭발 사고가 났단다. -- 이번엔 폭발사고까지..이거 우리나라
 
전쟁중인가? 한 번 죽었다하면 백단위.. 사고 났다하면 잿더미..끙...대통령
 
 흉내좀 내볼까? '우째 이런 일이...' --  지난 4월 말 봄학기 기말로 치닫던
 
 숨가쁜 상황속에 대구에서 또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났댄다......
 
 -- 지하? 땅 속? 골고루군... 근데 정말 이거 왜 이런다냐..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되지 않냐? 이젠 그만 좀 해라.... ---
 
 그리고 이번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댄다... 혼자서....그냥......
 


 난 사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민족은 세계최고의 민족이며 그 우수성을 따라올
 
 민족과 국가는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라는 기조로 국민학교 시절 부터 무수히

 세뇌 되어져 오던 나의 가치관들이 흔들림을 느끼고 있다.

 '유교적 사고를 바탕으로 5000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그 윤리와

 도덕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대부의 혈통을 이은 자손들의 나라. 비록 서양의

 문물과 혼돈된 가치관 속에서 아직은 선진국으로 향하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우리만의 도덕적 순수성과 민족적 우월감을 최대의 자존심으로 지키며 사는 나라
 
 그리고 우리는 그 나라의 민중, 나는 그 중의 일 부분.... 홍익인간...천지인..

 단군의 자손.... 생명 존엄의 사상..........................................
 
 
 

 미국의 대학원에 와서 엄청난 시설과 풍부한 물량, 그에 따른 유지 관리능력...

 모든 기자재와 시설, 설비들을 보고, 느끼고, 사용하면서도 난 겉으론 태연한 척

 했다.  ' 헹~ 니네들 이렇게 해놓고 살아도 두고보자, 반드시 엎을테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수 많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니네들 머리 꼭대기에 설거다... '
 
 
 도시 곳곳의 주택가와 쇼핑몰..사회 간접 자본 시설들을 둘러 보면서도  나는
 
 놀랍지 않은 척 했다. '치~ 니네는 땅이 넓으니까 할 짓이 없어서 집 앞마당에

 풀장도 만들고, 잔디도 심고, 사람들이 차를 수없이 사도 교통정체 같은게 없지,
 
 그치만 두고 봐라 땅만 넓다고 다인줄 아냐? 쪽수가 많다고 대수인줄 아냐? '

 
 어쩌다 무슨 사고가 난 듯 하여, 한국의 싸이렌 소리와는 다른, 요란한 굉음에
 
 가까운 싸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911의 수많은 불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에 맞추어 도로 가장자리에 일제히 차를 세우는 주변의 운행중이던 자동차들..
 
 길을 터주느라 차선을 바꾸어 정지하는 트럭들... ' 그래~ 그건 너네들이 만든
 
 교통법규 아냐? Speed Wagon 이 지나가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지나갈때 까지 
 
 기다리라는... 그게 없어봐라.. 그럼 너네들도 그저 먼저 갈려고 난리를 뽀갤걸?'

 
 LA를 중심으로 한 California 지역이 현재 활동중인 화산대에 속해 있어 작년 봄
 
 Northridge 의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난 이곳에 있는 동안
 
 딱 세번의 지진을 경험 하게 되었다. 두번은 학교에서 한번은 기숙사에서.
 
 내가 있는 학교 주위의 건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건 아니지만,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움직이고 있다는걸 분명 느낄수 있다. 좌우로 흔들림이 있어
 
 어디에선가 분명 지진이 났다는걸 알 수가 있다. 수 시간후 어김없이 CNN 은  
 
 Cal Tech에 있는 지진 탐지 연구소의 지진 상황 결과를 빌어 노스리지 지진의
 
 여진이라는 뉴스를 앵무새처럼 반복 보도 한다. -- 거 봐라~ 너네들도 지진

 이라는게 있잖냐, 잘 살면 뭐하냐? 세상에.. 땅이 다 움직이는데...근데...
 
 근데, 건물 하나는 잘 지었나 보네.. 그렇게 흔들려도 꿈쩍도 안하네... 쩌비..

 그래도 건물 자체가 흔들리니까 무섭긴 무섭다.... --

 
 요즈음 미국의 TV에서는 Message형 광고 형식으로 수학에 관심을 갖고 자녀들을

 교육 시키자는 TV광고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예로 들면 공익광고 협의회에서
 
 내보내는 광고라고나 할까, 그 광고에서는.........
 
 전형적인 미국의 백인 여자아이가 교실에 들어선다. 그 교실엔 의자와 책상이
 
 어찌 된건지 딱 14개가 일렬종대로 배치 되어있다. 선생님이 번호를 부르며

 나라이름을 부른다. 불리워진 나라의 어린이들은 순서대로 의자에 가 앉는다.
 
 "Number one, KOREA" .... "Number two, TAIWAN" .... "Number three, JAPAN"...

 ... 스리랑카...필리핀.... "Number 14, AMERICA"......

 그 순위대로 불리워진 나라의 어린이들이 그 책상에 일렬종대로 순서대로 앉는다.

 맨 앞엔 대한민국의 어린이, 맨 뒤엔 미국의 어린이.... 그리고 나레이터의

 목소리.... ' 수학,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자녀들과
 
 수학을 이야기 하십시오. 성스러운 우리나라 미국은 14위 입니다' .....
 
 그리고 광고는 끝이 난다. -- 낄낄.. 거봐라 슬슬 너희도 무너지고 있잖냐,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이 얼마나 수학을 잘 하길래 세계 수학경시대회가
 
 열렸다 하면 맡아 놓고 1등이래냐? 1등이? 자랑스러비~~~~ --
 

 

  그런데도... 그런데도..... 삼풍 백화점은 무너졌다.....................

 

 
         난 그렇게 생각 했고, 눈 앞에 보이는 단순한 현상들만에 굴복 하지
 
 않으려고 나만의 오기와 자존심으로 조국을 노래하며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기와 자존심으로 조국을 짝사랑해도 '삼풍 백화점'이라는, 지은지 5년

 밖에 안되는 호화스럽던 건물은 무너진다..... 그냥 무너진다....혼자서......
 
 세상 무엇 보다도 소중한 인명을 무수히도 많이 앗아가며....................

 

  

        룸 메이트 '폴'이 'Journalism'을 공부하는 학생답게 한 마디 해준다.


 " 이봐, 대원, 이번 사고 어떻게 생각해? 내 생각엔 말이야, 한국은 너무 빨리
 
 달리는것 같애, 너무 빨리 앞서 달려 가려고만 하다가 넘어지고 있어, 바로 그런
 
 꼴이야, 차근차근 순리대로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최고'지상주의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이야, 그래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고도성장을 한
 
 60-70년대 이후 80-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치적 혼란도 있었고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지긴 했는데 그러한 혼란이 끝났다 싶으니까, 이젠 그동안
 
 덮어 두었던 경제면에서 모래성처럼 쌓아둔 그 탑들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는거야, 또 어디선가 큰 사고가 날게 틀림 없어......오.. 하나님.... "


 ' Shut up!, Shut the fuck up, man!!!!!!!!!! '
 
 
 젠장, 난 그렇게 내뱉어 버리고 싶었다.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맞는지도 모른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넘어지는 꼴......

 
 
 그동안 수 많은 대형 사건, 사고가 났음에도 사전준비도 없는채, '생존자 확인

 탐지기' 하나 없어서 한미연합사령부의 도움으로 부랴부랴 8시간에 걸쳐 하와이

 에서 진파탐지기를 직접 공수해야 하는 현실..... 사망 확인만 현재까지 102명,

 아직도 실종이 246명이나 된다는 경천동지할 사실..........................

 
 
 
 개인의 자아실현, 꿈의 실현이라는 명제아래, 나의 발전이 조국의 번영이라는
 
 소박한 사명감을 갖고, 태평양을 건너와 여기서 공부하는 수많은 유학생들....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공부는 해서 뭐하나, 우리가 공부해서 나중에 뭐하겠다고 여기서 이 죽을 고생

 해가며 사나, 공부 끝나면 그나마 조국에 돌아가서 분골쇄신 일하려고 여기서  

 이 죽을 고생 다 해가며 사는데, 젠장할, 공부 끝내고 가봤자 저놈의 나라는   

 우리를 반겨주기는 커녕 언제 어디서든 잡아 먹지 못해서 안달일텐데.....   

 좋은 나라야...우리나라 좋은 나라야...차라리 미국에 눌러 살까?.....'
 
 
 
 
         오늘 아침에 읽은 LA Times...... 아직도 미국의 일간신문은 한국의  

 삼풍백화점 붕괴가 커다란 뉴스거리인가 보다. 3일 연속 뉴스와 신문으로
 
 보도 되어져 나오다니.....  LA Times는 이러한 기사를 칼럼 난을 빌어 내놓았다

 " 한국에는 건축에 있어 두개의 기준이 있다 " 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여....    

 ' 세계적으로 건축기술을 인정 받고 있는 한국이 왜 자기의 홈에서는 저런     

 부실공사를 할까? 그건 두개의 기준이 있기 때문..... 불량 자재 사용....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린 술수...... 공무원들의 비리...금품수수..... 이러한
 
 기준이 한국의 국내에서는 적용되어지고 있고, 그들이 외국에 나가면 왠일인지
 
 헌신적으로 일을 해준다...... 지난번 일본 고베의 지진이 있어 5000여명이
         
 사망을 했을때도 고베 시가지에서 무너지지 않은 건물들중 많은 건물들이
 
 '삼성건설'을 포함한 바로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설계, 시공한 회사이다.. 이게
 
 바로 한국의 두가지 기준이다........ '
 

 

 

         한민족은 그리 뛰어난 민족은 아닌가 보다. 이치에 밝고 사리판단에
 
 능하여 이성적 사고는 잘 한다 해도 그 바탕이 되어 주어야 할 인간을 위한   
 
 인간 본연의 순수감성들은,,,, 예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 변한건지,,,,,아님,,
         
 원래 처음 부터 그렇게 형편 없는 것이었는지,,,, 아뭏든 인간을 위한다는
 
 건국이념.... 이런 나부랭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것 같다... 나도 그러한
 
 족속들중의 하나라니.....
 
 한민족.....별로 뛰어난 민족이 아닌것 같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세치의 짧은 혀로 더 이상 나불대는것은 이미 영면에 드신 분들의 영혼
 
 앞에 부끄러운 일.......    한동안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 될 것 같다.




       아....아..... 우리의 조국에 대한 짝사랑은 언제까지 계속 될것인가.....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 "의혈"의 이름으로..... ******* 김 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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