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U ] in KIDS 글 쓴 이(By): UYHYUL (!폭풍예감!�) 날 짜 (Date): 1995년10월27일(금) 15시00분15초 KST 제 목(Title): 기억에 남는 나의 중간고사. 1990년, 그때 난, 대학 2학년 이었다. 중앙대학교 전자공학과 2학년 김대원. "에.....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우리 시험이나 한번 볼까?" "우에에엑..... :(" "에..... 그럼 시험범위는 오늘 배운데 까지 해서 이번 Chapter만 보도록 하지." "으...또야.... 좀 쉬려나 했더니...세상에 엊그제 회로망 시험 끝내고나서 이번 주말엔 좀 놀려고 했더니 이번엔 전자기학이 사람 잡는군. 띠불띠불... " 의혈대동제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전자과의 교수님들은 뜻을 굽히지 않으시고 계속 해서 시험따발총을 내갈기셨다. 평균 1주일에 한과목씩.......퀴즈 비슷하게 냈지만 그게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전체 성적이 된다는데, 하나라도 무시 할 수가 없었다. '헤헤.... 그러나!! 전자기학 쯤이야... 헤헤헤....' 내가 그렇게 웃었던 이유.....분명히 있다. 괜히 얕잡아 본거 아니다. ( 전자과 사람들은 속으로만 웃기를..... 거기!! 운이 너!! 짜식, 웃지마!! :)) 결국 난, 시험 3일전까지 띵까띵까 놀다가 그제서야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근데, 이게... 생각 한 것 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용에 상관 없이 암튼 전자기학 시험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여유를 부렸는데 이거 잘못하면 된통 당하게 생겼었다. 그저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었었다. 하여, 난 시험 전날, 밤을 새우기로 작정을 했고 시험보는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게기다가 곧바로 시험을 보러 가기로 맘을 먹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면서 난 커피를 한 잔 타먹었다. 사실 난, 신기하게시리 저녁 8시경을 넘어서 한잔이라도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기이한 체질 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 진짜루~~~~~ 그래서 잠엔 쥐약인 커피를 12시 넘어서 막걸리잔에 담뿍 타서 꼴깍꼴깍 마셨다. 사약처럼........ 그리곤 또 책을 보고......음....세시군....근데 왜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리지? 음....또 한잔 타먹어야겠군.......꼴깍꼴깍............. 음냐....몇시야? 다섯시..... 음... 이시간이 제일 졸리운 시간이지...왜 있잖아 경찰이 밤샘 농성근로자들을 치러 들어갈때도 항상 새벽 다섯시가 작전타임이라고 하잖아.....안돼....결코 질 순 없지.... 아침 9시 까지만.....참자........ 이젠 몇시냐? 6시.......지금은? 6시 30분......지금은?.......6시 45분..... 지금은?.........9시 30분......그래 조금만 더.....잉? 뭐라꼬? 9시 30분??? " 꾸에에에에에엑~~~~~~~~~~~~~~~~~ " 세상에, 시험이 9시에 시작이 되는데 지금이 9시 30분???? 흐흐.... 침착하자... 아마 시계를 잘못 보았을끼야..... 고럼,,아님, 시계가 고장 났던가....흐흐.....그래그래.....그런데...엄마야!! 진짜 9시 30분이다... 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여 도저히 시계를 믿지 못하는 마음으로 전화수화기를 들어 116을 눌렀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16은 정확한 시간을 가르쳐 주는 서어비스 번호였다. 그런데,,,, 야속하게만 들리는 반복된 녹음소리 '지금 시각은 1990년 11월 XX일 오전 9시 35분 입니다. 삐~~~~ 지금 시각은...' 그때의 그 참담했던 심정..... 정말 비참했었다..... 시험공부 한답시고 밤 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는 그것도 시험 시간에까지 잠을 자고......이건 도대체 인간인가, 사람인가??? 고향의 부모님 생각도 나고, 죽마고우 녀석들도 생각이 나고....암튼 비참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열나게 시험을 보고 있을텐데............................. 헐헐...근데 왠걸....맘이 오히려 차분해 지더구만......:) 다 포기하고서는 슬렁슬렁 일어나서 샤워도 하고 면도도 하고 머리에 무스도 바르고 칼같이 다려놓은 청바지도 새걸로 갈아 입어보고...아참,, 이빨도 닦고... 난, 곧장 공대로 올라갔다. 시험장에 갔을까? 천만에... 거길 내가 왜 가??? 난 교수실로 갔다. 내가 제일 무서워 했고 지금도 제일 무서워 하는.......... '김정기' 교수님 방으로 갔다.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가서는 자초지종을 얘기 했다.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저쩌고 씨부렁씨부렁 꿍얼꿍얼............. 한참을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 보시던 교수님은 내 말이 다 끝나고 나서도 몇초간을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 보시더니 단 한마디를 내뱉으셨다. "너!! 꼼짝 말고 여기서 기다려!!! " 그러시고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시는거였다. 나만 교수실에 팽개쳐 놓고...... ' 으.... 난 왜 이러지?? 정말 전자기학은 이젠 에프킬러다 에프킬러...... 모두 다 망했다, 망했어,,, 와이고오메....... ' 그런데 잠시 후, 교수님이 다시 들어 오셨다. 한손엔 시험지와 답안 용지를 들고서.......................... "너, 김대원!! 여기서 두시간 동안 나갈 생각 말고 지금부터 당장 시험 봐!!" 꺼이꺼이..... 감격 스럽게도 교수님은 날 인생의 절망적인 구렁텅이에서 꺼내어 주신것이었다. 교수실에서 교수님과 단둘이라면 어떠랴..시험만 볼 수 있다면... 그리하여 난, 교수님 방에서 두시간 동안 꼬박 아무말도 서로 하지 않고 난 시험을 보고, 교수님은 신문을 보시고.... 그렇게 그 날 아침을 죽였다..... 시험을 보고나서 교수실을 나서며 연신 감사 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는 공대를 걸어 내려오는데, 와~~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 이었다. :-) 푸하하하하하~~~~~ 근데 나중에 나온 시험 결과요??? 푸히히 묻지 마세요... :-) P.S. 전자기학 시험에 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해 했던 이유: 전자기학 시험은 전통적으로(?) 나온 문제가 또 나오니까.... :)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 !!폭!!풍!!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