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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UYHYUL (!폭풍예감!�€)
날 짜 (Date): 1995년10월27일(금) 14시55분04초 KST
제 목(Title): 나의 인생 라이벌.



 고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 우리반엔 나와 몹시도 비슷한 애가 있었다.

 키도 비슷, 생긴것도 비슷, 이름도 비슷, 거기다 선생님의 총애(?)를 받는것도

 비슷, 번호도 나는 56번, 그 아이는 57번, 모든게 비슷비슷..비스켓 먹고싶다....

 암튼 그 아이의 이름은 "김 대영".


 이름은 나와 비슷한것 뿐만이 아니라 우리 형 이름과는 똑같은 것이었다.

 한자는 달랐지만, 한글이 똑같았다.


 우리는 친했다. 아니, 친하지 않았다.

 시험을 한번씩 볼때면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는 서로 으르렁 거렸다.

 그러다가 시험이 끝나면 다시 또 친한 척...... 공식적인 말들만 오갈 뿐.....

 신경전이 보통이 아니었었다. 심지어 교련 실습시간에 M-1 소총 분해 결합시에도

 난 그 아이보다 빨리 '노리쇠!'를 외칠려고 안간힘을 썼었다.

 (노리쇠는 총의 심장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서 총기 분해 결합시에 분해, 결합의
  반환점이 됨. '노리쇠' 하고 외치면서 분해는 끝나고 곧바로 이어 다시 결합에
  들어가게 됨. )

 그렇게 고1을 보냈다.


 2년 후, 고3의 반편성이 되던 날, 나는 또 다시 그 아이를 만났다.

 또 다시, 새로운 신경전이 시작 되었다. 2년전 과는 다른 담임선생님 밑에서,

 다른 급우들과, 다른 교실에서, 다른 목표를 향해........ 하지만.......

 그 아이와 난, 그렇게 열나게 싸우도록 운명이 지어졌던지, 번호 붙이는것 부터 

 싸움은 시작 되었다. 그 아이는 48번, 나는 49번.....

 우리는 열심히 공부했다. 전교엔 우리 보다 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수 없이  

 많이 있었지만 우린 오직 둘만을 서로 이길려고 피튀기며 싸웠다.

 한마디 말도 없이 서로 지내면서 피치못해 말을 걸어야 할 때가 되면 그저

 웃는척.... 속으로 대개 미안하기도 했고, 껄끄럽기도 했는데 아마 그아이도

 그랬을거다. 왠지 진정으로 친해지고 싶기는 한데 다가설려 하면 너무 멀리

 있는것 같고....내가 멀리 가면 또 다시 다가 서는것 같고.....



 마침내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보았다.

 우리는 둘 다 떨어졌다. 심지어 우리 반에서 1등을 맡아 놓고 하던 '서정민'까지

 떨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재수를 하는 수 밖에.... 하지만 학원에서까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광주 대성학원에서, 그 아이는 광주 종로학원에서...


 1년 후, 고등학교에 원서 쓰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서울 입성을 포기 하고

 그냥 광주에서 '의대'를 가겠단다. 그래라, 난 서울로 뜬다....................


 얼마 후 들려오던 그 아이의 합격 소식...그리고 나의 합격......


 이렇게 우리의 싸움은 진짜로 끝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의 또 다른 싸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싸움을 계속 하게 만든 이중 스파이, 그는 바로 우리 형이었다.

 우리 형은 나와는 2년 차이로서 어릴때 부터 거의 친구처럼 같이 커와서 지금도  

 격의가 없이 아주 친한 친구처럼 지낸다.

 그 아이는 우리 형의 대학 후배로 들어 가게 된 것이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김대영'이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학년은

 다르지만 같이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그 후 형을 통하여 간간이 들을 수 있었던

 그 아이의 소식.......  난, 지금도 그 아이의 소식을 듣는다. 지금은 서울시내

 한복판의 어느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지내고 있는 형은 내가 전화를 하면

 꼭 묻지도 않은 그 아이의 소식을 전해준다. 얼굴 안 본지 5-6년이 지난 그아이의

 소식을........




 '....따르르르르릉.....철컥!  "여보세요?" '

 " 아, 네, 수고 하십니다, 죄송하지만 김대영 선생님좀 부탁 합니다..."

 '네, 실례지만 누구세요?'

 "저.. 동생인데요..."

 '잠시만요......................여보세요? 대원이냐? '

 "응, 나야 형! 잘 있었어? 밥은 잘 먹고? 일은 잘 하고 있어? "

 '응, 잘 산다. 너는 어떠냐?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시험은 다 끝났고? '

 "그려유.. 근데 하는 일은 어때? 키키키....재밌지???? "

 '야야~~ 니가 와서 해봐라 재미 있는지..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에...'

 "그래두...난 재미 있을것 같은데....."

 '얌마, 그게 아냐 임마....상황이 상황인지라, 인간이 위급해지면 그 상황엔
  아무 생각도 안나는겨, 임마........ 근데 네 여자친구들중 결혼 한 사람 없냐?
  결혼 해서 애 낳을때 되면 우리 병원으로 오라고 해라, 내가 다 받아준다고..'

 " Oh~~~  No!!!!!  제발...... "

 '뭐가 오노야? 내 짬밥이 한두번이냐? 내가 받아준 딸, 아들만도 지금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얼마나 잘 크고 있는데 임마..'

 "혀엉...징그러버...... 그건 그렇고 빨리 결혼 하란 말이야! 앞에 있는 똥차
  땜에 뒤에 있는 뉴~그랜져가 지금 못 나가고 있잖아!!"

 '허, 참, 너 먼저 하라니까!! 난 말이야, 영화 '닥터봉'을 본 이후로 결혼은
  늦게 하기로 결심했어 '

 "이런... 어디 숨겨놓은 아들 있어? 닥터봉 보고 그러게....히히 근데 형,
  이번에 나 서울가면 목욕탕이나 한번 같이 갈까? 히히히"

 '목욕탕? 거 좋지, 어디 한번 보자 그동안 미국가서 얼마나 컸는지.... '

 "무슨 말을 못하겠네 이런...."

 '야~ 근데 대영이 소식 아냐? 내 후배 김대영?'

 "으응.. 그래 걔 어떻게 지낸데?"

 '마산에서 인턴 한다고 하더라, 고려병원인가?'

 "으응.. 그래... 잘 있겠지 뭐...."

 '히히.. 너 또 라이벌 의식 도졌구나, 내가 네 소식 걔한테도 전해줬다.
  잘 있냐고 묻더라'

 "그래... 잘 했네, 잘 했어...."

 '잠깐....윽....야! 나 호출이다. 다음에 또 이야기 하자..........철퍼덕!! '



 무슨 전화기 끊는 소리가 떡치는 소리같냐.....

 이렇듯 한번씩 그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면 나는 다시 또 옛날로 되돌아

 간다. 많이 희미해져만 가는 기억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듬어 안으며 그아이를

 생각하는데, 이젠 어렸을적의 그런 맹목적 타도 대상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생각으로 그 아이를 기억하곤 한다.


 언제까지 계속 될까....그 아이와 나와의 마지막 승부.....................




 *** 대영이하고 대원이 선생님 따라와! 그리고 너희들은 조용히 하고 자습해! ***

                            !!폭!!풍!!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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