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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zaun (오는날)
날 짜 (Date): 1995년09월30일(토) 10시02분06초 KDT
제 목(Title): 물동이와 최루탄


 어제 시내에 나갔다가 오랫만에 최루탄을 맞아 보았다.  남의 딸 돌에 갔다 오다가 
이게 뭐람...  아직도 시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최루탄을 쏘아댈 줄 아는 용기를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한열...  얼마전에 어느 
단국대생도 실명을 했다던데...

 요즈음의 전투적인 경찰들... 또 그에 맞서야 하는 학생들...  모두 전투적인 
심성을 길러 온 사람들이다.  누가 요즘 애들이 나약하다고 했나?  학생, 시민에게 
최루탄을 직격탄으로 쏘아 대는 사람들인데...  전경에게 방망이를 휘두를 줄 아는 
학생들인데...

 이런 이들에게 웬 물동이와 최루탄 얘기?  그 얘기는 조금 있다 하기로 하고 중대 
교문이 지금은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청기와를 얹은 한국식 교문이었다.  그때는 
화염병을 던질 정도로 학생들의 전술이 발달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돌을 던졌다.  
여학생들은 돌을 날라다 주고... (행주산성의 이야기가 아님.)  그돌때문에 참 
퍽이나 많은 기와를 갈아야 했다, 학교측은.  어쩜 그러잖아도 빈약한 중대의의 
재정이 그것땜에 바닥이 났을지도...  그래서 지금처럼 바뀐 거 아닐까?

 학생들이 온화하다 보니 경찰들도 그랬던 걸까?  학생들이 돌을 던지면 경찰은 
최루탄을 쏘긴 쏘았는데 지금같은 직격탄이 아니고 법대로 쏘는 하늘을 향한 
최루탄이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최루탄을 잡는 최대의 약은 다름 아닌 
물동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다니나..  알미늄 bucket이지. 
어쨌든 물동이라고 하겠다.)였다.  물을 반쯤 담은 물동이를 들고 최루탄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계산해서 뛰어가 받으면 그 최루탄은 정말로 물먹고 꼼짝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계산 착오가 있을 경우 물동이 주인은 대책이 
없었지만...  그래서 데모가 끝나면 정문 앞 잔디밭은 온통 물동이 
투성이였다.  이젠 그런 모습들을 어디서도 볼 수 없다.  시위가 없는 사회라면 
더 좋겠지만 시위가 있더라도 그런 모습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들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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