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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 in KIDS
글 쓴 이(By): zaun (오는날)
날 짜 (Date): 1995년09월11일(월) 12시17분21초 KDT
제 목(Title): 쓸쓸한 계절에(2)...


 무자비하게 덥던 날씨도 결국 계절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절기란 달력에서 임의로 정해진, 우리와는 별 상관도 없는 듯이 살았지만 
추석이라는 가을이라는 한 마디에 어느덧 주위는는 가을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가을이면 누구나 가슴 속에 한두가지 추억을 담고 살아가겠지...

 어찌 지났는지도 모르게 암울하게 보냈던 대학 시절의 마지막 해에, 그 봄에 
그녀를 만났다.  어떻게 그리도 빨리 가까와질 수 있었는지...  아마 아직도 남아 
있던 치기때문이었거나 암울하게 보낸 3년을 보상 받으려는 목마름이었으리라...

 4학년이라는 중압감도 아랑곳 없이 가깝지도 않은 학교에 다니던 그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다.  나도 모르는 새에, 아니 나만 모르는 새에 우린 꽤나 
가까와졌다고 느끼게 된 걸까?  8월도 다 지나가던 어느날 그녀는 결혼이라는 그 
당시의 나로서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뿐인 그 말을 꺼냈다.  "언니에게도 
오빠에게도 얘기했고...  아빠도 대강은 알고 계신다....."는.  그 때 갑자기 난 
가슴 속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왜?  그 순간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 총을 쏘아 버렸다는 뫼르소처럼 큰 자극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난 이 답답함의 실체체가 무언지 고민을 해야 했다.  그건 몇달을 
계속되던던 일상... 만남도 거른채 며칠을 갔고.   며칠 후 내가 어렴풋이 알아 
차린건 난 사랑을 하고 있던 건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의 첫 여자 
친구였을 뿐이라는 우스운 결론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하나?  

 내가 택한 방법은 소심한 자의 비겁함... 편지였다.  넌 나의 사랑은 아니었던 
것같다는 말을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할 순 없었다.  그리고 결국은 편지에 조차 그 
말을 쓰지는 못했다.  편지에 다만 "내게 큰 일이 있어 이제는 너를 만나기 
PPeditor에 문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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