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Param (새들의소리) 날 짜 (Date): 2003년 3월 26일 수요일 오후 03시 25분 40초 제 목(Title): 김종락/ 초발심 돌아가 도심서 마음닦기 출처: 문화일보 초발심돌아가 도심서 마음닦기 김종락/jrkim@munhwa.co.kr 와룡(58·관악산 천불사 주지)스님. 강원을 마친 뒤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수행과 포교에 전념해온, 출가한 지 30년된 중진 스님이다. 학력에서 보듯, 이미 20대에 웬만한 경전은 섭렵했던 그가 요즘 출가 직후 읽은 ‘초발심자경문’과 ‘치문’(緇門·스님들의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고승들의 경훈(警訓)을 모아 엮은 책)을 다시 배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초발심이 그리워졌고, 신자들에게 법문을 하면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교학에 대한 아쉬움 또한 컸기 때문이다. 머리는 녹슬었지만, 그동안의 절밥이 헛되지 않았음인가. 20~30년만에 다시 대하는 글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치문’은 스님 입문시절에 배우는 것이지만, “나이를 먹고 중생활을 오래하면 빈 뱃속에 마음만 높아져서 오직 거만할 줄만 알며, 불법과 계율을 깨닫지 못하므로 이를 가다듬을 마음도 전혀 없다…”란 옛 선사의 경책(警策)이 어찌 젊은스님에게만 해당하겠는가. 민병중(62·세무사)씨. 젊었을 때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다 10년 전쯤 어느 사찰 부설 불교 대학까지 졸업했던 그는 요즘 스님들과 함께 경전을 공부하며 만학의 꿈을 불태우고 있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치문과 앞으로 공부할 서장, 절요, 능엄경, 원각경 등은 스님이 아니면 좀처럼 배울 기회가 없는 경전이다. 재가불자인 그로써는 이렇게 한문원전을 공부하는것이 즐겁기만 하다. 생업으로 바쁘고 특히 한문 읽기가 여간 아니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며 마음을 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법련사 2층 불일문화회관. 전남 승주 송광사의 서울 포교 사찰인 이곳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밤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스님과 재가자들이 배움을 위해 모여든다. 바로 지난 3일 문을 연 2년 과정의 조계종 교육원 부설 ‘서울불교전문강원’이다. 석전 박한영 스님이 1926년 안암동 개운사에 강원을 개설한 이후 약 8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 개설한 전통강원이다. ‘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의 학인들은 초발심자경문, 치문등 사집 과정에서 금강경, 능엄경, 화엄경 등의 사교 및 대교 과정을 전통 강원과 똑같이 원전으로 공부한다. 조계종 교육원장인 무비스님과 해인사 강주인 지오스님 등 전국 최고의 강백들이 교수진이다. 이 강원이 산사의 강원과 다른 점은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공부한다는 것. 현재 등록한 학인 85명중 스님이 63명(비구 28명, 비구니 35명)으로 훨씬 많지만 재가 불자도 22명에 이른다. 처음 도심에서 전통 강원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보다 훨씬 많은 재가자들이 문의 전화를 하고 원서를 접수시켰지만 원서 강독이라는 수학과정을 감안, 상당수의 지원자를 불합격시켰다. 이번 강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학인의 상당수가 이미 오래 전에 강원을 수료한 사찰 주지급의 중진 스님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수도권 인근의 포교 일선에서 바쁘게 지내다 가까운 서울에 강원이 개설된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왔다. 오랫동안 선방을 전전하다 다시 강원을 찾은 이도 없지 않다. 화두를 들면서 책을 버렸으나 뒤늦게 “도(道)는 본래 말(言)이 없으나 말로 인해 도가 드러나는 것”을 되새기며 선교(禪敎)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기자가 강원을 찾은 24일 밤에도 지오스님의 치문 강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 차를 마시던 50대의 한 스님은 초발심자경문의 한 구절을 외우며 “출가한 뒤 나도 모르게 손에서 놓았던 초발심자경문을 오랫만에 다시 읽으니, 사미 시절과는 느낌과 깨달음의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