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dor199177.kaist.> 날 짜 (Date): 2001년 11월 4일 일요일 오전 11시 45분 03초 제 목(Title): [펌/한겨레] 금강경 역해 - 붓다.... 붓다 근본 가르침 제대로 깨달았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근본 경전인 금강경의 핵심적인 말들조차 산스크리트 원전에서 한문으로, 한문에서 한글로 여러번 중역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붓다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오역돼 왔다면? `선사'로 일컬어지는 한국 스님의 상당수가 붓다가 가장 경계한 상(相)과 존재론에 집착해 잘못된 가르침을 펴고 있다면? 한국 불자들로선 별로 생각하고 싶지않은 가정일 것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10여년간 불교 원문을 연구한 각묵 스님이 1600년전 구마라즙 번역본과 현장번역본을 산스크리트 원문과 상세히 비교해 펴낸 <금강경 역해>(불광출판사)는 일반인들에겐 어려울 수 있지만,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새롭게 접할 수 있게해준다. 각묵 스님이 초기 불교 술어 가운데 가장 잘못 이해하거나 소홀이 다룬 것으로 본 것은 사티(sati)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말한 `8정도'의 핵심인 정념(正念)을 말한다. 초기 불교 수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티'(바른 마음 챙김)를 중역과정에서 `기억'이나 `생각'정도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붓다가 당대 인도 정통파 수행자들이 자부하는 최고 경지까지 이르고도 그것이 궁극의 경지가 아님을 알고, 생사를 건 6년의 고행으로도 해탈을 이루지 못하다가 유년시절 좌선하며 경험하던 행복감을 사유한 수행을 `사티'라고 한다. 붓다가 외도(불교외 수행자)의 선정수행이나 고행을 바른 수행이 아니라고 파악한 것은 그 수행법에는 선정과 테크닉이 있지만, 정념 즉 바른 마음 챙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른 마음 챙김이 있을 때만 극도로 미세한 느낌(受·수)과 산냐(想·상)에 속거나 걸리지 않고 해탈한다는 것이다. 5년전 금강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상(相)의 원어가 니밋타(nimita·모양)가 아니고, 산냐(sanna·인식)임을 보고 충격을 받아 번역을 결심했다는 각묵 스님은 이 책에서 “금강경은 공(空)을 설한 게 아니고 `산냐를 극복하라'는 말씀을 따르는 경”라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교가 불교인 것은 바로 이 산냐에 속지않고 산냐를 극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도사상에서 아트만(atman·자아)의 문제를 빼버리면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나고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의 자리, 비록 이 몸은 윤회전생하지만 이 자아는 생사를 초월해 생사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트만'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아트만을 아는 것이 아니고, `아트만이라는 생각이 일어났음'을 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 그런 견해가 생겨났을 뿐이고, 이마저도 조금 지나면 바뀌어가듯이 거기엔 오직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이 있을 뿐이요, 그 생각 너머를 말하는 것 자체도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학 3년때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당대의 선지식인 송광사 구산 스님 아래서 본격적인 참선을 시작한 이래 인도에 가기 전 7년동안 15안거(1안거가 100일 수행)를 하고, 수차례에 걸쳐 용맹정진도 했던 각묵 스님은 “부처님이 설한 수행에 대해선 고뇌하지않고 자성불, 참나, 견성, 자성청정심, 내 안의 부처 등을 설하고, 그것을 체득하기 위해 몰입하면서 아트만을 거듭 거듭 찬양하고 있다”며 한국의 수행 풍토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실재론적인 사고에 깊이 집착해 실재하는 것과 합일하거나 그것의 은총으로 행복을 누리려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참다운 해탈이란 있을 수 없다”며 “과연 한국 불교에 예류향(성인의 반열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되는 사람이 몇사람쯤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고 말한다. 자기 수행에 대한 아집,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폭력심의 원인은 근본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지고, 실천되지 못한 데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성찰해볼 일이다. 조연현 기자 +++++++++++++++++++++++++++++++++++++++++++++++++++ 사족으로 질문 하나 구산스님이나 자운스님, 혹은 성철 스님 같은 고승대덕들이 친히 그리신 그림이나 글씨를 판다면 얼마나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