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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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크로체)
날 짜 (Date): 2001년 5월 10일 목요일 오후 11시 39분 50초
제 목(Title): Re: to staire


지금은 불가능할 것 같고 나중에 밤에 해보겠습니다. 잘 될지 모르지만요.
그런데 제가 사라진 어떤 것에 대해서 절대로 알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면
아마 크로체님 스스로도 그렇게 해보셨을 테고 크로체님이 사라지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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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군요. 원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해야겠습니다.




크로체님 스스로는 절대로 알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으셨겠죠? 그런데
크로체님께서는 어떻게 해서 저에게 '이렇느니라'라고 말씀해주실 수 있는
것인가요? 누군가에게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고 크로체님 생각에는 그
이야기가 그럴듯해보였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무묘앙에오가 시리우스별의 생물들로부터(--;) 뭔가를
줏어들은 것과 같은 방식일까요? 크로체님께서는 스스로 '저는 여기에 그대로
멈추어 있습니다'라고 하셨는데 그건 또 어찌 아셨는지요? (사족 한 가지...
'당신이 사라진 어떤 것'이란 어법에 맞는 표현인가요?)
---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위에서 정정했습니다. :)
어쨌든 저는 이 육신을 통해 당신의 육신과 자아 속에 있는 어떤 것과 교류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다른 차원의 대화가 가능한 것은 두 의식 사이를 가리고 
있는(또는 분별하고 있는) 장애물 덕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당신은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실 수 있는 건가요? 당신이 저에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신
것은 판단도 아니고 의심도 아닌 그 무엇인가요? 그게 바로 저를 여여하게
보신 결과인가요? 그러나 제가 어거지로 마태의 문서 조작설을 꾸며냈는지
아닌지 - 무지무지 단순한 문제인데도 - 헛짚으셨던 당신이 이 장면에서만은
저를 여여하게 보실 수 있었다고 믿어지지 않는데요...
---
좋은 질문, 지적입니다. 
일단 '가면' 잘못된 방향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는지요?
움직이면 곧 틀어집니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내가 아닌 다른 어떤 무엇을 나라고 생각하고 찾기 시작하면
틀리는 것입니다. 당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 것은
당신이 거짓을 가려내고 진리를 추구한다는 전제 하에 한 말입니다. 
그런데, 진리는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추구하면 곧 그르치게 됩니다.
생각과 논리, 지식으로 걸어가는 것은 지금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 십만리나 
갔다가 되돌아와야하는 번거로운 노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번거로운 노정을 걸어 
여기에 멈추었으니까요.  :)







기계는 에고가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나는 여여하게 본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그러한 에고가 없을까요? 분별과 평가와 판단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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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여하게 본다'라고 말하면 틀립니다.
여여하게 봄의 성질상, '나'라는 말이 붙을 수 없습니다.
여여하게 본다면 '나는 여여하게 본다'라는 말 전체를 보아야하거든요.
따라서 그 문장의 주어인 '나'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일종의 공기의 떨림 정도로 인식됩니다.




neon님께서 '스테어님은 불교를 전혀 모르시는 분 같군요'라고 하셨을 때
neon님께서는 의지도 생각도 자의식도 없이 기계적으로 관측하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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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neon님은 여여하게 보았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스테어님은 불교를~~~" 운운한 문장 전체입니다.
그러한 생각이 일어났고, 그것을 키보드를 두드려내었습니다.
이 과정이 바로 여여한 것입니다.

물을 마셔보고 차고 더움을 아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을
이해하셨습니까?




적어도 그 순간에 분별도 평가도 판단도 없었을까요? 그리고 완벽히 기계적인
감각이란 게 가능할까요? 방금 아이스크림을 먹고난 사람과 방금 김치찌개를
먹고난 사람이 똑같이 찬물을 마셨을 때 두 사람의 입속 감각세포들은 과연
똑같은 물맛을 '여여하게' 느낄까요? 관측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자극이 센서
메커니즘과 상호작용하는 것만을 뚝 떼어 '관측'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아직도 '사람이' 아무런 자의식 없는 기계처럼 관찰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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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함은 기계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비유죠.
김치찌개 먹고난 사람과 아이스크림을 먹고난 사람은 물맛을 다르게 느낍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이 곧 여여함인데, 그것은 입속 감각 세포들이 물맛과 
아이스크림, 물맛과 김치찌개를 같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다른 맛'들을 
느끼고, <해석>하여 <반응>하는 과정들 모두가 여여함 속에서 일어납니다.

옛 중국에 한 스님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불성은 텅 비어 있습니까?"
"그렇다."
"그런데, 어찌 보고 듣고 느낄 수가 있습니까?"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크로체님께서 '스테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셨을 때에는 의식도 생각도 자의식도 없으셨나요? '마태가
문서를 날조했다는 것은 입씨름에 지기 싫은 스테어가 억지로 꾸며낸 엉터리
이론이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는요? '스테어의 근기가 아깝다'라고 하셨을
때는요? kimdh님께서 '크로체님, 당신은 깨어 있습니까?'라고 물으신 것에
대해서 '저는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습니다'라고 답하신 것은 의지도 생각도
자의식(!)도 없이 말씀하신 건가요?
---

문제는 동일시입니다.
동일시에서 떨어지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그 많은 질문과 대답의 과정 속에서도 
풀지 못한 제 모순들을 한꺼번에 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스테어가 아닙니다. 나의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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