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quack (승진아저씨) 날 짜 (Date): 1999년 6월 26일 토요일 오전 08시 34분 35초 제 목(Title): Re: 꿈.. 아날로그와 디지탈 부분은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아! 회로라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측면의 얘기일 수도 잇겠군요. 아무튼, 뇌에서 정보는 디지탈 부호화되어 저장되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있고, 아날로그 부호화되어 저장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세계의 어떤 정보를 뇌가 받아들여 이해한다는 것은, 머리속에 어떤 표상(representation)이 그려진다는 것일 텐데 이 표상의 구성 단위는 아날로그 부호일 수도 있고 디지탈 부호일 수도 있겟지요. 어떤 정보를 표로 보았을 때는 표에 적힌 각각의 값에 주목하게 되고, 막대 그래프로 보앗을 때는 각각의 값 보다는 전체적인 관계나 비례에 주목하게 됩니다. 온도를 숫자로 보는 것 하고 온도계의 빨간 막대로 보는 것하고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죠. 뭐랄까, 그래프를 볼 경우, 두 값의 차이는 몇 대 몇이라고 숫자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 속으로 막대 그림이 떠오르면서 크기 비율도 쉽게 연상되죠. 그래프를 보거나 온도계를 볼 때, 뇌에는 그에 대응하는 심상(mental image)이 만들어지고, 이 심상 즉 아날로그 표상 속의 요소들간의 관계는, 표상된 사물의 요소들의 관계를 그대로 묘사한 것인 듯 합니다. 머릿 속에 그려진 심상은 외부 세계의 자그마한 모델과 같죠. 보통 공간적 시간적 관계는 내부에 아날로그 형태로 저장되는 듯 합니다. 나무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은 반짝이는 노랑색인데도 대부분의 사람은 주저없이 녹색으로 그것을 그립니다. 그리고 두 색이 다르라는 것을 거의 인식 못합니다. 그 나무를 사진을 찍어서 나무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 다음 그 부분을 그리라고 하면 이번에는 진짜 대상과 비슷한 색을 사용하여 그리게 됩니다. 나무의 영상이 뇌에 저장될 때 색과 모양과 크기 같은 아날로그 정보가 뇌에 도달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은 해석되어 '나무'라고 인식되는 순간 아날로그 정보는 사라지고 추상화된 디지탈 정보로 대체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머리 속의 아날로그 영상을 바탕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고 이 추상화된 디지탈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다시 생성해서 그리게 되는 것이죠. 뇌에서 판단하는 나뭇잎의 색은, 아날로그 영상에서 추출된다기 보다는 '나뭇잎의 색은 녹색이다' 라는 명제적 디지탈 정보에서 추출되는 듯 합니다. 아날로그 정보는 디지탈 정보에 비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잘 기억되고 좀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은 디지탈 정보인 듯 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잊었지만, 그 얼굴이 아름다웠고 그 목소리는 감미로웠다는 느낌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죠. ----- '사소海' 이니 '곧하山' 이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