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
날 짜 (Date): 1998년 11월  8일 일요일 오후 03시 03분 59초
제 목(Title): 친절에 관한 일화


***
 한국에 와서 스님이 되어 십여 년 동안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외국 
스님들이 몇 사람 있다. 그 사람들과 여행을 하면서 한국 스님들의 좋
은 점과 나쁜 점, 우리 국민들의 좋은 점과 고쳐야 할 점을 기탄없이 
얘기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자 한 영국 스님이 말했다. '한국 사
람들은 개인적으로 앞서려고만 하지 양보와 겸양, 이런 자비심이 부족
하다.'
 또 따뜻한 눈빛을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이고 시골이고 가봤자 
따뜻한 눈빛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이 말을 들으
면서 내 자신이 그렇구나, 이건 바로 내 얼굴이다, 오늘의 내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 생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웃에 대
해서 따뜻한 마음을 얼마나 가졌는가, 또 그 따뜻한 마음의 본질이 무
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우리가 이웃에 대해서 한생애 동안 따뜻한 마
음을 얼마나 지녔는가, 얼마나 친절히 대했는가, 또한 그 따뜻한 마음
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

 친절과 사랑은 우러나는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다. 사람은 친절과 사랑 안에서 성장한다. 자비를 베풀라, 사랑해라, 여
러 말이 있지만 친절하다는 것, 이것이 인간의 미덕이다.

***

 얼마전에 이런 책을 읽었다.
 종업원 여남은 명 있는 작은 제과점이 있었다. 그 제과점에 열아홉 
살된 여자 종업원이 있었다. 어느날 어떤 손님이 이 아가씨에게 시집
을 하나 주고 갔는데, 그 시집에 이런 구절이 실려 있었다.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 조그만 가게에 당신의 인정
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우라.'
 그 가게는 형식보다도 기본적인 생각을 중요시하는 가게였다. 인정을 
잃으면 생각과 행동이 기계적으로 된다. 슈퍼마켓에 가보라. 사람이 완
전히 기계이다. 단순한 돈과 물건의 교환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이 배어 있는 곳은 다르다. 만일 인정이 배제된 거래가 
참거래라면 굳이 사람이 지켜설 일이 없다. 자동판매기에 맡기면 된다.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나서 그들과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기 때문에 거
기서 우리가 일하는 기쁨을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인간 관계가 단
지 사고파는 일에 그친다면 너무 야박하고 삭막하다.

***

 그래서 이 가게에서는 '조그만 가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조그
만 가게에 당신의 인정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우자'는 싯구절에 영향을 
받아 다들 친절한 마음씨로 손님을 대했다.
 하루는 이 열아홉살 먹은 아가씨가 맨늦게 가게 정리를 하고 문을 닫
고 밖으로 나오는데 지붕 위에 눈을 잔뜩 뒤집어쓴 웬 승용차 한 대가 
멈칫멈칫 무슨 가게를 찾는 것 같았다. 저만치 가다가 뒤돌아보니까 
그 차는 자신의 제과점 앞에 멈춰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가씨는 달려갔다. 달려가서 노크를 하니까 차창이 열리면서 
어떤 남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내가 몇백 리 밖에서 오는 길인데 내 어머니가 지금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담당 의사를 만났더니 하루이틀밖에 못 살 테니까 
만날 사람 만나게 하고 자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자시게 하라고 했
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아들이 어머니한테 '어머니, 자시고 싶은 음식이 뭡니
까?'하자 어머니는 '예전에 어느어느 도시에 가니까 아주 맛있는 제과
점이 있더라. 그 집 과자가 생각나는구나'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제가 당장 갔다오겠습니
다'하고 아침에 출발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와서 고속도로에 차가 잔
뜩 밀리는 바람에 밤 10시나 되어 도착하게 되었다. 가게가 정확히 어
딘지도 모를뿐더러 짐작되는 제과점은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실망하
던 차에 아가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설명을 듣고 제과점 아가씨가 말했다. 내가 이 가게 종업원이니까 잠
깐만 기다리시라고. 아가씨는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고 난로까지 켠 
다음 그 손님을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는 어떤 과자인지도 모르지만 
병석에 누워 계신 분이니까 소화가 잘될 것, 부드러운 걸로 자기가 골
라드렸다.
 과자를 싸드리면서 아가씨는 눈길에 조심해서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손님이 값이 얼마냐고 묻자 아가씨는 돈을 안 받겠다고 말했다. 왜 돈
을 안 받느냐고 놀라서 쳐다보자 제과점 아가씨가 이런 얘기를 했다.
 '이 세상 마지막에 저의 가게 과자를 잡숫고 싶다는 손님께 모처럼 
저희가 드리는 성의입니다. 그 대신 혹시 과자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
니 명함을 두고 가십시오.'

***

 손님은 감격한 채 떠났고, 그 아가씨는 자기 지갑에서 따로 과자값을 
꺼내 자기가 대신 그날 매상에 추가시켰다. 그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
는데, 노인이 과자를 먹다가 목이 메어서 고생하는 불길한 내용이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마음이 집히는 데가 있어 명함의 연락처로 전화
를 걸었다. 그러자 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귀로에 길이 
막혀 예정보다 늦게 도착을 했는데, 아들이 도착하기 30분 전에 돌아
가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맑은 정신으로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
이 '그 가게 참 좋은 가게로구나'라는 것이었다.

***

 그 말을 전해 듣고 아가씨는 물었다. 장례식이 언제냐고. 그래서 내일
이라고 하니까 이 아가씨는 자세한 얘기도 하지 않고 가게 주인한테서 
휴가를 얻었다. 그리고는 따로 공장에 가서 장례식에 가지고 갈 과자
를 주문했다. 자기가 과자값을 내고. 그 길로 장례식에 참석을 했다. 
과자를 갖고 장례식에 간 것이다.
 어제 과자를 사갔던 그 손님이 깜짝 놀랐다. 그 고마웠던 아가씨가 
장례식까지 찾아온 것이다. 영단에 향을 사르고 이 아가씨는 마음 속
으로 말했다.
 '처음 뵙는 손님, 이 세상 마지막으로 우리 가게의 과자를 먹고 싶다
고 말씀하신 분, 미처 시간을 대지 못해 서운하셨겠어요. 좋아하시는 
과자를 떠나시는 길에 갖고 가시라고 인사차 왔습니다.'
 이렇게 축원을 했다.

***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비록 조그만 가게이지만 그 제과점 아가씨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천사와 보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상인의 길은 곧 인간의 길이다. 단지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인정이 오고가야 한다. 다시 말해 
사고파는 차디찬 그런 거래가 아니라 인정이 오고갈 수 있는 인간의 
길이 되어야 한다.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Ask not who you are,but whom you really wanted to be.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