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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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roce ( 크로체)
날 짜 (Date): 1997년07월26일(토) 19시50분53초 KDT
제 목(Title): 어떤 꿈


 낮 12시 반쯤에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토요일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잠이 좀 모자랐던지 노곤함이 몰려왔다. 
대나무 돗자리가 깔린 매트리스 위에 엎드렸다...

 고아원 아이들은 어림짐작으로 대여섯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옆으로 겹겹이 
붙은 침대들의 길이가 키에 꼭 맞아서 한참 자랄 나이인 그 아이들에게는 곧 
작아져서 몇 달 뒤부터는 아마도 쪼그려서 자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다. 좀 더 널찍하고 기다란 침대가 있어야겠다. 고아원에는 아이들이 다섯명 정
도밖에 없었는데, 한 여자아이는 그중 나이가 많아서 누나이자 엄마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아이들에게는 좀 더 아늑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을 2층으로 개조하고 방을 윗층에는 3개, 아래층에는 2개를 만들고 2개의 방 
사이의 공간은 거실과 부엌으로 활용키로 했다. 2층에서는 아래층을 거치지 않
고 마당으로 바로 나가 놀 수 있도록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정면으로 돌계단을 
만들었고, 일층 또한 양측에 돌다리를 놓았다. 정면으로는 커다란 문을 틔워놓
고, 디딤돌을 두었다. 이 아이들은 맨발로 다니니까 집 주변을 흐르는 작은 도
랑을 만들어 발을 씻고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맑은 물이 그리 깊지 않게 천천히 
대리석으로 된 도랑을 따라 흐르게 하기 위해서 집 왼쪽으로 도는 코너 쪽에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대형 플라스틱 관을 통해서 약간의 물이 흘러들어오면서 
집 오른쪽 뒷편에서 앞으로 돌아나오는 물의 흐름과 충돌시켜 속도를 조절했는
데, 그 플라스틱 파이프는 물이 발목 정도밖에 흘러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사실
상 왼 편에 있는 커다란 사찰로 가는 비상구로써 구실을 할 것이다. 만들어놓고 
보니 신기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이러한 미로같은 장치는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
라 생각했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집을 완성하고 나서 마당에 나와 집을 보니 마치 신라시대 때 만든 집 같다. 
단지 좀 다르다면 목재를 가지고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닌, 대리석을 갖고 상상력
과 의지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기에 맘에 안들면 즉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을 꾸고 있는 중이므로 불가능은 없다.  ^ ^;  )

 도랑에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디딤돌을 밟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집 왼 편으로 난 돌다리를 건넜다. 하늘이 흐려
서 그럭저럭 시원했다. 미쳐 집 뒷 편의 풍경은 보질 못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도랑을 통해 그 커다란 파이프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어디서 이 물이 흘러
들어오는지, 이 파이프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하고 궁금해진 것이다. 안 쪽
으로 5미터 쯤 들어가다가 탁 트인 공간이 나왔다. 파이프가 끝난 곳에는 파이
프의 두 배 정도 높이로 된 운하가 가로로 나 있었고, 물은 종아리 정도까지 흐
르고 있었다. 역시 이 작은 운하도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대리석보다는 붉은 
벽돌로 바닥을 깔면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집 주위를 돌던 도랑
을 붉은 벽돌로 바꾸는 작업을 하며 건너편 벽 쪽에 붙어 있는 돌계단 쪽으로 
올라갔다. 그것은 산이 아니라 거대한 사찰이었다. 산 위에 사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찰 자체가 작은 동산만한 덩치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최초로 목재로 된 조형물들을 구경했다. 대리석과 목재의 조화. 기본 골격은 전
부 대리석과 화강암으로 되어 있고, 델리케이트한 부분들은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올라가다 보니 아주 오래된 듯한 석불의 뒷모습이 보인다. 석불
은 법당의 전면에서 보면 절대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다. 높은 벽으로 둘러쌓
여 있고, 그 벽 너머에는 나무로 된 금불상이 따로 세분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
다. 그러니까 법당으로 들어서서 보면 금불상 3분이 정면을 보고 있고, 그 금불
상 뒤로 병풍처럼 화강암으로 된 벽이 둘러쳐져 있는데, 이 벽 뒤 편에 또 한 
분의 석불이 정면 쪽을 바라다 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 석불은 이 절이 지
어지기 전부터 있었나 보다. 이 비밀스러운 곳에도 기도하러 오는 사람이 있는
지, 향을 피우는 단은 있었지만 엎드려 절할 만한 공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벽
은 그리 높지 않아 발 뒤꿈치를 들고 그 너머로 훔쳐볼 수 있었다. 젊은 스님들
이 아주 열심히 염불하고 있었다. 다시 왔던 방향으로 돌아 나오는데, 이 절의 
주지스님인듯한 분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나의 존재를 알아 차리지 
못한 모양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왔던 돌계단을 걸어내려와 아래쪽
으로 걸어내려갔다. 거기에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강이 마을로 흘러내
려가고 있었다. 점점 내려가면서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심이 깊어지자 나는 
강둑 위로 걷기 시작했다. 아주 맑은 강이었다. 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수초같은 것도 없는, 대리석 바닥이 그대로 비치는 강이었다. 저멀리 또하나의 
거대한 사찰이 보이고, 강 양변으로 집과 빌딩들이 드문드문 보였는데, 대리석
의 바닥을 흐르는 맑고 깊은 그 강을 중심으로 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오른 쪽을 보니 그쪽은 갖가지 물놀이 시설이 있었다. 캐리비언 베이를 연상케 
하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물이 흐르는 미끄럼틀을 타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물
론 그런 시설 또한 다른 누군가의 작품일 것이고, 그것을 즐기는 데에 대한 대
가는 없다. 모든 건축과 시설들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고쳐지곤 하
였고, 그 창조된 공간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이 마을 전체의 크기도 
지금 현재로서는 아담한 크기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늘어가고, 창조적 상상력에 
따라 시시각각 무한대로 늘려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레냄새가 났다. 아마도 
점심메뉴는 카레덮밥이겠구나 하고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데, 물미끄럼틀을 
타는 어린이들 뒤 편에 성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냥 첫눈에 봐서는 도저히 잘
생긴 인상이 절대 아닌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이기적
인 욕망에 의한 고뇌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람이 죽어서 가는 내세가 있다면 그곳은 
현세에 살면서 비슷한 생각과 염원,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디선가 그러한 내용을 담은 책이 있었지.

   남을 위해 기도하고 뭔가 유익하고 즐거운 것들을 창조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마을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신에 따라 환경을 좌우할 수 있는 법칙이 공통적으로 주
어진다면 극락과 지옥은 그 곳 사람들의 마음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 것이란 생
각이 들었다. 악한 마음으로 살다가 나보다 더 악한 이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간
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것이란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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