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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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낮은곳으로렓)
날 짜 (Date): 1997년07월15일(화) 19시25분16초 KDT
제 목(Title): 태진님께...



  글을 더 안쓰시겠다는데, 뒷소리하는 것 같지만... 제 글에 대한
답글을 불교보드에 올리시기 곤란하면 철학보드에 올리셔도 좋습니다...

  저 앞 "re)sca 님에게..."이란 글에서...

>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위해서 신학을 한다는 건
>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말이 좀 이상한 느낌은 들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근데...

> 단지 저는 '깨달음'이란 불교적 접근법이 마음이 이끌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 뭔가 찜찜하고, 허전하게 느껴지구요.
> 모든게 말장난 같구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님도 이미 이런 이야기가 그런
류의 "어불성설"임을 느끼고 있는 듯 한데요...


  그 다음 글 "zeo님에게..."에서는 이렇게 적으셨더군요...

> 저는 복음주의권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어떤 사람보다
> 시야가 넓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 이 보드의 주제가 되고 있듯이 불교가 참된 humanism일까요?
>
> ...
>
> 신밖에서만 참된 Humanism이 있을수 있다는 독단과 마찬가지로,
> 신안에서만 참된 Humanism이 있을수 있다는 독단도 성립할 수 있음을
>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이 역시 "어불성설", "시야가 넓다"라는 말들을 고려하면 좀
이상하지요?


  태진님이 처음 이 보드에서 기독교도로서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을 보였을 때 저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을 항상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님이 계속되는 글에서 님의 종교의 틀에서 옳다고
판단되지 않는 것은 계속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저는 님도 저 위 말썽게스트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표현의 정도 차이겠지요...

  님과 같은 유신론자들은 신이 있는 세계관이 형이상학적으로
완결된 세계관이기 때문에(사실은 그리 완전하지도 못합니다만)
그것에 매혹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신이 없이 다른 식으로
형이상학적 욕구(세계의 궁극 본질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만족시키면 뭔가 불안하고 이상하게 보지요...
  하지만, 유물론자들은 세계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다고
보며 이것도 형이상학적 욕구의 충족 방법으로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물론자들은 신에게 의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그것으로 당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당당함은 물론
우리가 보는 어떤 현상도 신이라는 존재없이 해석이 가능했다는
경험을 배경으로 하지요. 그래서, 유물론자들은 무신론자입니다.
유물론이 무엇을 계기로 시작되었건 단지 기독교가 미워서 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불교적 휴머니즘도 잘못된 거 아니냐는
도전을 받고 있으니, 혹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유물론자들은 물질을
숭상하고 인간존엄성을 부정한다는 곁다리 생각에 잘못된 생각을
가진 분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군요... 모든 유물론자들이
옳은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유물론자들이 왜곡된 인간성을
올바로 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가며 싸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희생이 오히려 모욕당하고
짓밟힐 것을 알고 있기까지 했다는 것도...)
  신이 없는 세계관은 뭔가 불안하고 이상하게 보는 님이 유물론자
들의 깨달음의 세계와 그 당당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보드에는
기독교 신자로서 개방적인 몇 분이 계시지만, 신이 없는 세상이 또
단단할 수 있음을 보는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제가 보기에는 그저
"허무하고... 참된 휴머니즘이 아닌..." 생각의 하나로만 보일 것
같습니다...

  불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의 몇몇 형식은 어떤
종류의 신을 숭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불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에는 신이란 것은 없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깨달음과 그 깨달음을 얻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깨달음의 경지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안다면 부처가 되었겠지요... ^^),
몇가지 곁다리로 맛을 본 것 만으로도 예를 들어 저에게는 훌륭했
습니다...
  저야 현대 사회가 제공하는 온갖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적 지식으로
겨우 저의 세계관을 얻어내고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런 것이
없던 "그 옛날에..." 어떻게 같은 결론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했고요...
  제가 저의 세계관을 얻기 위해 교회도 몇 번 가 보고 성서도 읽어
보았습니다만, 교회가 제공하는 세계관과 인간관이라는 게 간단한
성경문구에 부여되는 그 해석학적 언어의 현란함에도 불구하고 내용
상으로는 공자맹자 하던 우리네 옛 사상보다도 덜 하더라는 실망
스러움을 얻었던 것과 비교가 됩니다.
  저의 이런 유물론, 불교, 기독교에 대한 생각이 허무하고, 말장난
이고, 헛된 휴머니즘이며, 깊이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의 어불성설로
보이시나요?

  태진님은 글에서 상당히 철학적인 용어들을 많이 적으셨습니다만,
"판단은 그 준거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는 기본적인 철학적
고려는 하셨는지요... 님의 판단의 준거에서는 충만해보이고 인간
다운 것이, 다른 판단의 준거에서는 허망해 보일 수 있으며, 님의
판단 준거에서는 허무하고 헛된 휴머니즘이, 다른 판단 준거에는
세상을 가득 채워주고 인간다움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로 세상은 상대적 판단만 가능하고 (어떤 형태의)절대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타 종교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런 판단 준거의 차이가 가져오는
가치관과 옳고 그름에 대한 차이를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요?
  그런 고려가 없는 님의 글이 아무리 몇개의 철학적 용어로 치장
하고 시야가 넓음을 주장해도, 종교적 독단에 빠진 저 위 말썽
게스트 글과 결국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 lime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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