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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7년10월30일(목) 16시04분38초 ROK
제 목(Title): 그냥 읽고 말어.


xx야 안녕? 나다.

다른 사람한테 메일 보내면서 메일링 리스트 보고 있는데, 네 것이 보여서 몇 자 
적어 보낸다.
그동안 이렇게 메일이 있다는 것도 별로 신경을 안쓰고 살아왔구나.

나 어제 여의도 가서 아는 과장님이랑 술 마시고 12시 넘어 들어갔다.
삼차까지 갔는데, 술로만 3차 가기는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나 전에 사고 쳤을 때 집에까지 바래다 줬던 과장인데, 이번에 그거 갚는다고 내가 
저녁 사드리겠다고 만났지. 그래서, 우선 샤브샤브에 가서 저녁 먹으면서 하이트 
두 병. 나와서 한 잔 더하자 하고는 근처 일본식 집에 들어가서 안주랑 정종을 
시켰는데 (나 따끈한 정종 좋아하걸랑), 한 컵씩이 나온거야.
이 컵이라는걸 상상을 해봐, 보통 우리가 우유 내지는 오렌지 쥬스 따라 먹는 
유리컵으로 한잔 가득 나오더라. 근데 잘 받는거야. 그래서 마셨지. 그리구, 한 
컵씩 더 시켰지. 또 다 마셨지. 원래 1,3,5,7..등등 홀수로 마시는거라나? 한 
컵씩을 더 시켰지. 따끈한 정종... 10시 조금 넘어 가게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하고 나왔지. 난 그냥 올라고 그랬는데 또 한 잔 더 하자는거야. 여의도 사거리에 
라이프 쇼핑 알지? 그게 거평마트로 바뀌었걸랑. 그 꼭대기에 할리데이비슨 
카페라고 있는데, 여기가 여의돈지 어딘지 구분 안가게 외국인들도 많이 오고 
음악도 라이브로 해주는 곳이지. 거기서 이번엔 밀러를 시켰지. 한 병 마셨지. 다 
마셨더니 또 시키는거야, 젊은 맥주 엑스필.. 뭐 그건 다 마시지도 못했는데 또 
쫓아내는거야, 12시 넘어서 영업 끝났다고. 으~~ 돈 내고도 별로 환영 못받는 
곳이지.
그래서 집에 왔다. 택시 잡는데도 한참 걸렸어. 또 집에까지 바래다 주셨지. 아니, 
바래다 줬다기 보다는 그냥 택시 타고 같이 와준거지, 뭐. 그 과장님 집이 
대방동인데, 거기 가는 택시는 또 내가 잡아 드렸다. 하여간에, 그렇게 집에 
왔는데, 어라? 문이 안 열리는거야. 내가 열쇠로 열었는데도. 벨을 계속 눌렀지. 
아빠가 나와서 열어 주더만. 엄마가 문걸이 걸어놓은 거야. 흑흑. 나 자식 맞냐? 
그래서 내 방 들어가서 문 걸고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일곱시인거야. 잽싸게 
챙겨서 일어 학원 갈라고 그러는데, 술 마시고 나면 목 마르잖냐. 부엌에 가서 물 
마시는데, 설겆이 거리가 눈에 띄는거야. 그거 그냥 두고 밥도 안 먹고 나오려니 
찔리는거야. 잠시 고민을 했지. 근데 어제 밤 엄마한테 찍힌것도 있고 하니까 
학원을 하루 포기하더라도 점수 따는게 낫겠다 싶었어. 진도도 제대로 못 따라가고 
버벅대는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 낮에 산 해설서도 위안이 됐지. 크크 
나의 영악한 행동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지비. 설겆이 깨끗이 해 놓고 밥 먹을 준비 
하니까 엄마도 별 말씀 없으시고 그냥 어제 누구랑 마셨니? 그 말씀만 하시더만. 
오전에 속이 좀 쓰리긴 했는데, 낮에 뜨끈한 삼계탕 국물 먹고 나니까 좀 낫다. 
아!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내일은 아침에 절대로 늦지 말고 학원 가야겠다.

그럼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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