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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nymousSeri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7년09월30일(화) 13시02분33초 ROK
제 목(Title): 결국 나의 몫은


가만히 내게 남은 역할을 생각해본다.
꽉 막혀 답답하고 찢겨 휑한 마음을 저버리고 나의 머리는 
혼자서 들떠 분주하다. 실연을 유희로 즐기고 있나.

말못할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것 빼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지나쳐
갈것 같았던 사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수 없는 말로 그가 내게 관심을
표시했던 때. 나는 그저 믿지 않는 표정으로 그런 말, 그런 행동 감당할수
없어라고 말했을 뿐. 어떤 판단도 하지 못한채 그냥 바보처럼 끌려다녔던 
몇번의 데이트. 그는 때로 바짝 다가오고 또 때로 한발짝 물러서기도 하며
내 마음을 안달케 했다. 의외의 호출, 꿈만 같은 새벽 데이트, 스킨쉽으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육체적 살가움...
나는 일기장에 '이런 그를 사랑하게 되는구나'라고 썼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 했고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다시 한 사람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이 있을줄이야.

이제 그는 나를 떠나려 하나 보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일뿐인데. 
아무것도 잃은건 없다고 자위해보지만 그래도 슬픈걸 어떡해.
그는 처음부터 다른 한 사람의 저울질 상대로 나를 선택했던거라는 인상.
이제 저쪽으로 떨어지고 만 그의 선택.
그의 행복을 빌자. 아픔으로 마음을 추스리자. 아무리 다짐하지만 여태 날
떠나지 않는 미련과 질투. 그때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그가 선택한 사람과 헤어지면 다시 내게 기회가 있을까. 치사하고 비굴한 
생각. 

가을은 실연에 딱 적당한 계절이네. 
다른 때의 실연보다 낭만이 있어 보이네.
그도 그의 길을 가고 나도 나의 길을 가는 일만 남았네.
떨어지지 않는 입과 어색한 눈웃음, 숨김의 호들갑과 경계의 무표정.
너무 날 멀리하지 말아주길. 실연했어도 추억 하나 얻었다 안도하고 있는
사람 너무 비참하게는 만들지 말아주길.
내 눈물 훔칠 손수건이나 하나 주었을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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