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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1997년07월10일(목) 19시39분06초 KDT
제 목(Title):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3






지리한 장마가 걷혔는지 꽤 따사로운 햇살이 창밖 가득하다.

따사로운 햇살은 이곳에서 봤을 때 느낌이고, 잠시라도 밖에 머무를라 치면

그것은 여지없이 뜨거운 태양이 되고 만다.

옥상에 널어놓은 자질구레한 빨랫거리들이 한없이 나풀거린다.

바람도 조금 분다. 아마도 열기 가득한 바람이리라.


이곳.

나에게 평온함을 가져다 준 이곳.

사람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가르쳐 준 이곳.

이곳에서 난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를 내안의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내 무의식의 세계에서조차도 그녀는 나에게 있어 새로움을 가져다 주었고

변화를 거부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말없이 차가움을 간직한 그녀.

그러나 한켠으로 웃는 모습이 너무나 맑은 그녀.

그 맑은 웃음으로 인해 나는 잠시 쓴 웃음을 지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 웃음이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고 그리고 따스한 온기를 전해온다.



삼월이었다. 

잠시의 이탈과 잠시의 집중, 그리고 여전한 내 틀에 박힌 일과를 나는

스스로 거부할 아무런 명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순응이라는 말로 대신할 뿐.

순응이라는 것이 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거부하기 싫었다. 그 거부가 나를 더욱더 안타깝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다 내리지 못한 눈이었던가. 삼월에 내리는 눈은 그렇게 

잔인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게다. 나에게 있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했다.

더이상의 방치는 곤란한 모양이었다.

작은 풍파가 일었다.

그것은 작은 풍파였다. 내 마음속의 소용돌이들이 하나둘씩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것은 내안에 숨겨져 있었던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츰 그 범위를 더해갔다.

결국 그것이 나를 가득 채우고야 말았을때 난 알 수 있었다.

작은 외침이 그 커다란 저항을 이겨냈다는 것을.

작은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외침을 넘어서

나를 지배하고 싶어했다.

바로 그때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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