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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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v.Manstein) <is03.fas.harvard> 
날 짜 (Date): 1999년 10월  5일 화요일 오전 06시 23분 52초
제 목(Title): 생명과 선택. 



2년 전 쯤, 교포후배하고 중국음식을 먹으며 한 논쟁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낙태는 선택의 문제이며, 부모와 애에게 불행한 출산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주를 믿는 나로선 그 입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경제적인 문제나, 신체적 문제로 한 생명을 지운다는 것이 내겐 편의적 해결로 
보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입양을 시키면 될 것이고, 장애가 있다면 
(최소한 미국에선) 국가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그 친구에게 말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내겐 딸아이 하나와 막 태어난 아들 녀석이 있다. 신기하게도 
두 놈다 초음파 사진에 찍힌 모습들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때 그 친구를 보면, 내 주장을 더 그럴 듯 하게 할 수 있는 증거로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친구하고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같은 문제를 두고 다시 
논쟁을 하진 않을 듯 하다. 

내 머리에 세상의 때가 끼기 시작하였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철이 들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피임으로 우리가 죽인 많은 생명들에게 죄책감을 한 
때나마 가졌던 나로선 아주 큰 성장을 하였으니까. 

내 입장의 변화의 원인은 단순하다. 우리 두 아이와 우리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인 지, 얼마나 큰 노력을 요구하는 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딸 아이의 머리가 깨져서 CAT Scan기계안에 넣어 
놓고 초조히 기다리던 순간을 되돌리면 아직도 섬짓하다. 속된 말로 부모 노릇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젠 나는 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선택할 권리를 엄마들에게서 빼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지울 권리와 
동시에 지우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뜻한다. 아이에게 현실적인 권리는 없다. 
선택할 자유를 가진 당신들에게 주어진 특권인 것이다. 많은 생각끝에 행사하는 
당신의 절대 권력이라면, 나는 그 선택에 이의를 달 수 없다. 

아마도 그 권력의 절대성이 우리 부부로 하여금 편집증적으로 피임하게 하고 
있으리라. 우리는 용감하지 못하여서, 인생의 굴레가 되어도 아이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선택의 순간에 아픈 결정을 
내리는 이들의 뜻을 존중하고 싶다. 그 선택이 단지 편의적인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알고, 순순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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