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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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9년 9월  3일 금요일 오후 07시 39분 18초
제 목(Title): 낙서 3



우리집은 다시 안정된 상태로 접어들었다.
내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머님이 참고 넘어가셨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사과할까 망설이고, 재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어머님은 
예전처럼 나와 남편의 출근을 위해 아침을 차려주시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내게 의논해 주신다..

나는...내가 불만을 표출하는 강도만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뭔일이 터지기 전에는 입에바른 말도 스스럼 없이 하면서..
한 번 내 감정을 표출하고 나면 나 스스로 수습을 잘 못한다..

그렇지만, 싸우고나면, 특히 이렇게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면 어느 정도의 수확이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진심을 어떻게든 알았으니까, 상대방이 싫어할 것 같은 일은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어머님은 예전처럼, 아들 위주, 남자 위주의 발언을 내 앞에서는 덜 
하신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나는 좀 살 것 같다..

전보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나는 어머님께 상처를 드렸다는 미안함때문에, 불만 섞인 마음이 많이 없어지고,
그래도 잘해드려야지..싶다.

돌아가신 다음에는 가슴에 후회로 남지 않도록.
마찬가지로, 이제까지는 어머님과 사는 우리집에서 거의 존재가 무시되었던 우리 
친정 부모님께도, 나는 악착같이 잘 해드리고 싶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눈치를 주면 막싸워서라도,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후회없이 
해드리고 싶다.

우리 시어머니는 나한테, 자기가 언제 아들과 며느리를 차별했냐고..
맹세코 그런 적 없다고 하신다..
그 말이 그렇게 미덥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며느리를 차별한게 아니면 여자를 
차별하신거겠지.. 어머니 자신이 그렇게 살아오신 것은 "희생"일지 몰라도
며느리에게 같은 삶을 요구하시면 굴레일 수 밖에 없쟎은가..

내 친구의 말이 정답일지 모른다...
시어머니에게서 친정 부모 처럼 대접받기를 원하는게 어리석은 거라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로 대접해 드리고, 친정 부모님은 친정 부모님으로 대접해 
드리는게 낫겠다 싶다.
그리고, 나에게 무척 중요한 건,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나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설득할 수 있는 주관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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