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aureen (E.scap.E)
날 짜 (Date): 1999년 8월 30일 월요일 오후 10시 31분 13초
제 목(Title): 가족간의 모임에서.



 동생이 신랑감을 이모댁 사람들에게 선 보이기 위해 우리집과
 이모댁 식구들이 정말로 간만에 한꺼번에 모이게 되었다. 
 한두명도 아니고 열두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이고, 딸네 애들 봐주랴, 아들네 애들도 봐주랴
 늘 피곤하신 이모와, 주중엔 직장에서 시달리느라 장난이 아닌
 이종사촌 언니를 생각해서 시내의 깔끔한 식당서 모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게 나와 엄마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모부가 거기에다 초를 치셨다.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딸하고 며느리를 불르면 되는데, 간만에 우리집에 오는데 밥도 안 해서
 먹여 보내면 되느냐고 하셨다고 한다. 애 둘 기르느라 힘든 사촌오빠네
 새언니도 수원서 호출을 당했고, 역시 애 둘 기르는 바라지하랴,
 직장 다니느라 맛이 간 사촌 언니도 호출을 당했다. '여자라서' 하는
 일이라서 하는 거라며 음식을 준비하셨다. 사촌오빠와 형부가 시금치 한 
 뿌리라도 다듬어 주셨다면 다행인 듯.

 남자들은 밥상을 차릴 때 숟가락 하나도 놓지 않았다. 물론 치울 때
 그릇 하나도 내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대화에만 열중했다.

 모임을 다 끝내고 와서 남편에게 물었다. 그 상황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냐고... 다른 여자분들이 다 일하고 있는데, 손 놓고 있는 남자들
 모습이 좀 안 되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남편도 꼼짝 않고 손님 행세를
 했던 사실만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최소한 숟가락 만이라도 놓는 것이
 그 집 여주인 손을 덜어주는 일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날의 타성에 젖은 어른들의 집에서야 이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지만, 적어도 내 집에서  그런 일을 용납하고 싶지 않은 '전통'이다.
 

 

* * * 나는 커서 텔레토비가 될래요 * * *
넓고 푸른 꼬꼬마 동산엔 텔레토비 친구들이 살고 있어요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