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jusamos (!@#$%^&*()) 날 짜 (Date): 1999년 8월 13일 금요일 오전 06시 07분 06초 제 목(Title): [결혼이야기3] 불쌍한 것들… 얼마전, 정말 없는 시간 쪼개서 와이프랑 애들 데리고 캐리비안 베이에 갔다왔다. 계속되는 밤샘 작업에 그칠지 모르는 야근이 벌서 석달째… 휴일이면 정말 집에서 쉬고 싶고, 잠이나 퍼지게 자고 싶지만, 뻑하면 휴일도 일하러 나가기에 그러지도 못하고… 그러는 나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와이프는 "넌 너무 게을러~ 휴일이면 말야, 애들 데리고 야외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놀아줘야 애들 정서에도 좋고 너도 나중에 왕따 안당하는건데, 나이들어서 애들한테 왕따당하고 싶니?" 하고 나를 쫀다. 넘 피곤해서 그렇다고 얘기해도, 예전에 안피곤할 때는 갔었냐면서 그건 근본적으로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박박 우긴다. 사실 그건 인정한다. 시간이 많을 때도, 귀찮다면서 아무데도 안 갔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 등쌀과 왕따라는 협박에…한국인의 4명중 한명은 왕따를 당한다는 데.. 우리 식구가 4명이니까 난 왕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멀리는 못 가고 압구정동 고수부지로 가끔 간다. 그렇다고 내가 압구정동에 사는 것 은 아니다. 난 산본에 사니까 압구정동 고수부지에 가려면 우리집에서 장장 35킬로는 가야한다. 어쨌든, 거기가면 애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평소 흙을 거의 못밟고 살아서인지(잔디도 많기도 하고…) 지칠줄 모르고 뛰어다니고, 동물을 거의 못봐서인지, 비둘기 모이 사서 비둘기들 한테 퍼주고(걔네들은 진짜 잘 먹던데… 그러다 배터져 다 죽었음 좋겠다. 난 비둘기가 싫어~)… 그렇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피곤은 하지만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 기도 한다. 캐리비안 베이… 그곳에 가게 된 것도 다 와이프의 강력한 주장때문이었다. "남들은 여름에 피서다 휴가다 하는데, 우린 왜 아무데도 안가? 이번엔 꼭 캐리비안 베이에 가고 말꺼야! 그렇게 알고 준비해! 내가 가자는 날 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해!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태어나서 바다 구경은 한번도 못했는데, 그런데라도 한번은 데려가줘야 할꺼아냐? 지금 유치원 방학인데, 방학동안 추억꺼리를 만들어줘야지!" 그래서 난 얘기했다. "그래도 지원이 배고 7개월 됐을 때, 너랑 나랑 설악산 갔다가 속초 해수욕장 구경하고 왔잖아? 그때 뱃속에서 걘 봤을꺼야~" 결국, 난 또 본전도 못건질 말만 한 셈이 됐다. 와이프의 그 한심한 듯 쳐다보는 눈빛을 지금 이 순간에도 잊을 수 없다. 어쨌든, 날짜는 정해놓고, 회사 사람들한테는, 난 무조건 그날이면 가야한다고 박박 우겨서 분위기 조성을 해놓고 계속 밤을 샜다. 가기 전날은 꼭 집에 들어 가 자고 다음날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야 하기에…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하늘은 내 편이 아니다. 왜일까? 내가 너무 게을러서 스스로 돕지 않고 있는건가? 느즈막한 저녁에, 사장엉아가 나한테 이렇게 얘기하는거다. 사장 엉아는 내가 다음날 휴가간다는 것을 몰랐었지만… 왜냐면, 이순신 휴가거덩~ 이혼당하지 않기위해서는 꼭 가야하고,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나(능력이 좋은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 긁적긁적) "급한 일이 생겼다. 제안서 하나만 써라. 뭐, 잘 쓸 필요는 없고, 삼성생명에 외부데이터를 이용한 통합DB 구축 및 마케팅 자동화 시스템 구축 제안서를 그냥 쓰면 돼. 천천히 해서, 내일 아침 7시까지 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되니까 넘 부담갖지 말고 써놔야 된다. 정말 중요한 거야…" 으……….. 돌아버리겠다. 왜? 도대체 누가? 뭣땀시? 꼭 제안서라는 것을 하루나 이틀, 잘해야 나흘 여유를 주고 쓰라는 거지? 어쨌든, 난 그걸 쓰느라 밤을 꼬박 샜다. 결국 아침 7시까지 올려놓고, 이거저거 뒤치닥거리다 집에 들어오니 아침 9시… 넘 피곤해서 그냥 자빠져 잤다. 일어나보니, 12시 45분… 와이프는 도끼눈이었다. 그 눈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은 캐리비안 베이에 가야 한다는 굳은 의지 가 담긴… 어쨌든, 난 부시시 일어나서, 차를 몰고 캐리비안 베이로 갔다. 가는데 둘째 아이가 엄마한테 묻는다. "엄마~ 우리 비둘이 먹이주러가?" 불쌍한 것들… 못난 애비 만나서 어디 간다고만 하면, 비둘기 먹이주러 가는 것으로 알고… 그날, 결국 폐장할 때까지 놀고, 집에 오니 밤 12시였다. 다음날은 토요일 이었고, 우리 회사는 원래, 공식적으로는 토요일은 휴일인데도(사실 근 석달 간은 안 지켜지지만…), 그날 밤 사장엉아는 나한테 난리를 쳤다. 도대체 오늘 어디갔냐고… 급한 일이 생겼으니까, 내일 나오라고… 으아! 이렇게 살다간 금방 죽을꺼 같다. 하지만 맘대로 죽지도 못한다. 불쌍한 것들 땜에… 내가 죽으면 와이프는 따라 죽겠다고 했고(돈이 없으니까) 애들은 고아가 되기 때문에… 이 시대에 아버지질 해먹기 정말 힘들다.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