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9년 8월 6일 금요일 오후 01시 26분 41초 제 목(Title): 낙서 어려서부터 난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다. 밥 잘먹는다고, 착하다고, 공부 잘한다고...(예쁘다는 말은 못들어봤지만..흐흐..) 지금 아이를 키워보니, 내 딸에게도 그런 칭찬을 하게된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착하다는 말은 예쁘다는 말이 차마 안나오는 어린애한테 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미련스럽게도 그 말을 다 큰 어른이 될때까지 믿었었다. 그래서 내가 인간성이 엄청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남편이 내게 못됐다...고 얘기하면 그가 속이 좁아서 나의 진면목을 모르기때문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가끔 거울을 보면서 얼굴이 맘에 안들때는 그래, 40까지만 참자! 40이란 나이가 내게 빨리 왔으면.. 이랬다. 왜냐하면 40부터는 얼굴에 그사람의 인간성이 반영된다고 했으니까..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젊음을 잃고 추하게 시들어갈 때 내 얼굴에서 나는 밝은 빛을 보면서 감탄하겠구나.. 나는 이제 40을 그리 멀지 않게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거울 보기가 두렵다. 거울 속에는 연륜이 적당하게 싸여서 젊은 시절의 모든 날카로움을 부드럽게 감싼 온화한 미소의 여자 대신에 세월에 찌들어서 독이 오를대로 오른 한마리의 쌈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그제, 어머님과 또 한 판 싸웠다. 나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는지..목소리하나 높이지 않고 시어머니를 울린다. 그래서 어머니가 "어디 네 하고 싶은 말 다 해봐라.."이러면 솔직이 겁이난다. 내 말 한마디가 어머니한테는 비수가 될것이므로. 그렇지만, 나는 또 어머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맞출수가 없다. 그것은 나더러 5-60년대로 돌아가 살라는 건데..나역시 그건 죽어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는거다. 가족 구성원이 만족할 만한 돈이 없고, 한참 어린 애들의 요구도 만족시키면서 자기의 삶의 질을 높일만한 시간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없는 것이 곧 "죄"라는 걸 어머님은 이미 간파하고 계셨나보다. 나한테 "내가 없는 죄밖에 더있노.." 이러시곤 한다. 너희에게 돈달라는 것 빼고는 못해주는게 뭐가 있냐는 말씀이다. 그러나, 어머님의 너그러움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자식들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우리 어머님은 며느리에게 잘하려고 무진 애를 쓰신다. 나는 어머님이 고맙고 또 고맙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짐스러운 마음도 있다. 자식에게 짐 안되겠다는 친정 부모님과 비교도 된다... 그러니, 어머니와 내가 다툰다해도 서로 해결될 부분이 거의 없다. 다툰다고 돈이 더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 입장에서야, 모르면 더 좋았을 며느리의 실체를 확인하셨는데도 억울함을 속으로 삭히는 과정만이 남게 되는 것이고, 나는... 더이상 나에게서 전통적인 며느리 상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 되었다. 남편이 친정에 하는 것이 너무 섭섭해서 저도 어머님한테 잘하고 싶다가도 더 잘하지는 말아야지..해요.. 이 말을 하니까, 어머니의 고개가 푹 꺾였다. 그리고, 나도 밤새도록 내가 뱉은 그 말이 내 귓가를 맴돌았다. 우리의 상처를 누가 치료해줄까...이런 상처를 치료하는 병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빨리 어머님이 섭섭함을 잊으시고, 내가 친정부모님한테 얼마나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나..하는 부분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어제, 오늘...전투기간에는 나도 잠을 잘 못잔다. 수빈이는 할머니와 내가 앉아서 심각하게 얘기하면 옆에서 자꾸 나를 끌어당긴다. 표면적으로는 냉장고에서 뭘 꺼내달라는 말이지만...속으로는 "엄마 할머니랑 싸우지 말아요... 할머니 불상하쟎아요...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이러는 게 분명하다.. 우리의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시간이 빨리 가기를... 거울 속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나를 빨리 만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