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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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miz (Daughter)
날 짜 (Date): 1999년 7월 30일 금요일 오후 07시 46분 38초
제 목(Title): Re: 여우가 되어간다.



이런말하면...행복한 가정에 초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게스트님의 글을 미소지으면서 읽다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나도 그런 여우였었거든요.

어머님은 먼 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그러니까 시아버지, 시누이, 시동생과) 
살고 계셨고, 우리는 우리대로 살고...

전화로, 상상속의 인물을 만들어내곤 했죠.
남편도 위해주고, 살림도 잘하고..등등..
그냥, 그 때에는 시어머니링 일부러 부딪힐 것 없다는 생각에..
내가 남편에게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알면 너무 감시의 눈을 번득이실 것 같아서..
우리끼리 행복하고, 남편도 만족하면서 살면 되니까..

그러다가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시누이와 시동생이 동시에 외국에 나가는
사태가 2-3년에 걸쳐서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어머님이 우리 집에서 애를 봐주면서 사시게 되었는데..
처음에 참 힘들더라구요..

사실, 멀리 떨어져 살 때는 어쩌다 한 번 오시거나, 우리가 내려가거나..해서
며칠만 만나니까, 며칠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 잘 보일려고 애를 썼었죠.

속으로는 "이제 3일 남았다..그 담에 XX(남편) 두고 보자.."

그러다가 어머님과 헤어지는 순간, "해방이다!!!, 여보 나 해방됐어!!!"
하고 춤추고 난리를 피웠었죠.. 남편은 "더이상 마누라의 눈치를 안봐도 되었구나.."
였고요.

그러다가..어머님이 더이상 가시지 않게 되었을 때..그것도 어머님이 갑자기 
결정해서 우리랑 함께 계시겠다고 들어오셨고, 우리는 그 때 변변한 벌이도 
없었고요..

그 때부터 살림 잘하시고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절약정신의 표상이신 
어머니와 그 어머니로부터 같은 기질을 물려받은 남편과 그런거 별로 모르던 
미즈의 생활이 벌써 1년 반 정도 지났읍니다.

그동안, 많은 에피소드(어머님은 모르실지 모르지만)가 있었고..지금도 그런걸 
만들면서 살고있지만...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무작정 잘 보이는 건 다시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지금의 현실과, 자기 주장을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게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후일을 생각한다면요..

그리고,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깨달은 건데..어머님 역시 저에게 
항상 희생하고 사는 것만을 요구학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서로가 불편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도로 살기를 어머님도 바라시는게  
아닐까..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 주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방법적으로는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겠지만요..

너무 섣부른 충고가 아니였기를 바랍니다...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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