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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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
날 짜 (Date): 1999년 7월 13일 화요일 오후 08시 11분 48초
제 목(Title): 다시 읽는 글: 어느 신혼부부 이야기 


   수필란에서 수리샛별(chaos)님이 93년 옮기신 글입니다.

   * * *

글 쓴 이(By): chaos (수리샛별)
날 짜 (Date): 1993년06월09일(수) 13시58분39초 KST
제 목(Title): 어느 신혼부부이야기

#214   조완제   (wanje   )
어느 신혼부부 이야기.                        05/16 22:13   184 line

   "자기야? 나야..."
   "이시간에 웬일이야? 몇 시간있으면 퇴근할텐데..."
   아내였다. 어쩐 일로 이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우리는 결혼한지 한달된 신혼부부다. 아내와 나는 친구약혼식
에서 처음 만나 일년만에 결혼을 했다. 나는 그녀를 처음봤을 때
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접근을 못하다가
알게된지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데이트신청을 했다. 아내는 흔쾌
히 신청을 받아 드렸다. 사실 아내는 혼기가 꽉 차있었다.  그래
서 아마도 마음이 다급했을 거다. 더운밥, 찬밥 가릴 형편이  못
되었다.아내는 겉으론 차갑게 보이지만  꽤  다정다감했다(물론
이것이 내숭이란 것을 요즘 알았지만).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점
점 마음이 끌렸다.
   그녀와 데이트를 시작한지 삼개월째에 접어 들었을 때다.  그
녀가 집으로 나를 초대하는 거였다. 자기가 맛있는 거  해줄테니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제주도로 여행가셨고, 남동생
과 함께 집에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웬 제주도? 결혼  30주년기
념여행이란다. 나는 갈까 말까 망서리다 남동생이 있다는 소리에
안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가봐야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
낼 수도 없는데 뭐... 그래서 나는 친구결혼식에도 가야  하기에
이따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결혼식에 가니 오랫만에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갈비탕을 먹고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제가 쏟아  졌
다. 그동안 꽤 오랫동안 못만나서 였다. 그녀집에 가기가 싫어졌
다. 그래서 잠시 자리를 빠져나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나 못갈 것 같아..."
   "아니 왜요? 아까는 올 것 처럼 얘기하더니..."
   "친구들이 자꾸 붙잡아. 그리고 나 여기서 맛있는 거 많이 먹
었어."
   "그래요? 사실은 내가 보기 싫은거죠? 자기하고 보낼려고  오
늘 약속도 안했단 말이예요."
   "보기가 싫긴... 남동생있다며?"
   나는 자기란 말에 뿅 갔다. 그녀에게 자기란 말을 들은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아내는 만난지 3개월째부터 나에게
자기란 말은 쓴거다. 그전까지는 '완제씨'하고 불렀다. 나는  기
분이 좋아졌다.
   "자기... 안오면 나 화낼 거예요."
   나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없이 곧 가겠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녀석 잘해 봐라."
   "야~ 완제도 장가가겠네."
   "완제가 언제 여자가 생겼지?"
   "그러게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네."
   자식들... 샘이 나는 모양이지.
   나는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타고 부리나케 그녀의 아파트로 갔
다. 그녀와 남동생(지금은 처남)이 반갑게 나를 맞았다.  그러더
니 그녀는 맛있는 것을 만들겠다고 부엌으로 가고  나는  처남과
거실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허~ 그런데 예비처남의 눈매가
매섭다. 말투도 날카롭다. 아마 나를 테스트해보는  것  같았다.
처남이 그녀의 부모님에 앞서 나의 됨됨이를 보는 것이었다.  그
녀는 이미 부모님에게 나에 대해 얘기를 했는 모양이다. 나는 조
심스럽게 처남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어차피 넘어야 할  관문아
닌가? 그녀는 계속 부엌과 거실을 왔다갔다 하더니 부엌으로  우
리를 부른다.
   엉~ 이거 피자쟎아? 나참~ 나 피자 잘 안먹는데...
   "빨리 맛이 어떤가 먹어 보세요."
   "알았어."
   나는 가뜩이나 배가 부른 상태에서 느끼한  피자를  먹으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그녀가 나를 주겠다고 만든 것인데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러나 예상과 달리 피자는 맛이 있었다. 물론 피자헛에서 먹
던 피자와 차이가나지만 그녀의 음식솜씨가 형편없을 거란 생각
때문에 기대를 안해서인지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그녀는  맛이
있다는 소리에 배시시 웃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물론 그녀가  만
든 것이 아니었다. 이미 다 장모님이 만들어 논 것을 그녀가  약
간 손만 본 것이었다. 나는 처남의 질문공세에 정신이 뺏겨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하여간 이날 이후로 그녀는 나를 자기라 부르며 나를  남편감
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나도 그녀의  애교가  싫지
않고 또 그녀의 집안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곧이어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정식으로 그녀집에 가서 그녀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
리고 두달후에 결혼식을 올렸다.
   나는 드디어 노총각딱지를 떼어 버린 것이다. 마냥 행복했다.
결혼식하기 전에 여러가지 문제로 충돌이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애정에 금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신혼여행때부터 그녀는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 반말을 하는 거였다. 나는 처음에는 그녀가 내 것이  되었
다는 생각에 별로 신경을 안쓰다가 주도권다툼(?)의 일환으로 못
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서서히 말을 안듣기 시작했다. 연애
때는 그렇게 말을 잘 듣더니만...
   그녀 왈.
   "뭐 어때 결혼했는데. 결혼전이야 자기에게 예쁘게  보일려고
존대말을 썼지만 지금이야 그럴 필요 있어?"
   으이그~ 이 여우. 그러니까 완전히 내숭이었군. 나를  잡을려
고 마음을 굳게 먹었었군. 이거참... 그래도 나는  그녀의  그런
태도가 싫지 않았다. 나와 나이차가 세살인데 반말 좀  하면  어
때... 오히려 친구같고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데 뭐...

   "왜 전화했어?"
   "응... 자기..."
   그녀는 약간 뜸을 들였다.
   "오늘 저녁에 자기가 밥차려 먹어..."
   "왜? 무슨일있어?"
   "응... 오늘 대학교 친구들에게 결혼턱 내기로 했어."
   "집들이 하면 되쟎아?"
   "아니 남자친구들도 있어서 그래."
   아내는 남녀공학을 나왔다. 그러니 같은 과에 남자가 있을 수
밖에.
   "뭐 어때. 집들이때 과친구들 모두 오라고 하면 되쟎아."
   "안돼. 그많은 애들을 어떻게 다 불러."
   "알았어. 그런데 나도 나가면 안되냐?"
   "안돼!"
   "왜?"
   "사실 오늘 남자애들만 나오거든."
   "뭐라고? 이 여*네가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 그걸  말
이라고 하냐? 어떻게 남자애들만 나오는데 너 혼자 가냐? 너  미
쳤어? 당연히 내가 따라 가야지."
   나는 정말 화가 났다. 한편으론 그녀가 낯설어 보이기까지 했
다. 그녀가 꽤 여자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정말 내숭이었나? 게다가 나하고 같이 가면 될 것을  왜
굳이 혼자 가려 하는 건지... 나는 계속 화를 냈다.
   "못간다. 너 가면 끝장이야."
   "무슨말은 그렇게 심하게 해? 너가 뭐야? 말이면 다 말이  되
는 건 줄 알아?"
   "뭐라고? 야 이제 이것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군. 너  하여
간 가면 끝장인 줄 알아."
   그리고 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 왔다. 벧을 눌러도 아내가 나오질 않았다. 나는 폭
발직전이었다. 그렇게 나가지 말라고 했건만... 그래 우린  끝장
이다. 나는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열쇠로 문을 따고 집에  들어
갔다. 거실의 불을 켰다.
   엉~ 그런데 소파에 아내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음... 그래도 남편의 권위를 살려주는구만. 나는
그녀에게 다가 갔다. 엉~ 그녀의 얼굴은 눈물자국 투성이다.  게
다가 눈이 부어 있었다. 아마도 아까의 심한 소리에 가슴이 아팠
는 모양이다. 많이 울은 것 같다. 너무 미안했다. 사실 그렇게까
지 할 필요없었는데... 그러나 말은 내 속마음과 다르게 튀어 나
왔다.
   "바보같이..."
   그녀는 아무말이 없다. 나는 개의치 않고 욕식에 들어가 샤워
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올때까지 그녀는 계속 소파에 앉아 있
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밥 안줄거야?"
   나는 목소리를 약간 줄여서 물었다.
   "자기가 해 먹어."
   거참... 화낼 수도 없고.
   "거긴 갔다 왔어?"
   "묻지마 괴로와."
   아마 안간 모양이다. 펑크를 낸 눈치다. 그러더니 아내는  안
방으로 들어가더니 주섬주섬 옷가지를 싸는게  아닌가?  허참...
어떻게 말려야 하나...
   "이봐 좀 참아. 어린애도 아니고 이게 뭐야? 대화로 해결하자
고."
   "혼자 많이 대화해. 나는 자기같이 몰상식한 사람과 살 수 없
어."
   어이구~ 참자 참아. 나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면서  계
속 말로 해결하자고 했다. 그러나 막무가내다.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안절부절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결혼선배들에
게 많은 조언을 들어 두는 건데. 나는 안되겠다 싶어 남편의  권
위고 뭐고 다 버리고 무조건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계속 말이 없다. 허~ 이거참 신혼 한달만에 이게 뭐야? 나는  앞
날이 막막했다. 이러다가 정말 아내에게 완전히 꽉 잡혀  사는거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은 아내를 잡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돌려
세웠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녀가 나의 눈을
피했다.  자꾸 빠져 나가려는 그녀를 꼭 붙잡고 계속 쳐다  보았
다.
   그러자 그녀는 마음이 좀 풀리는지 입을 열었다.
   "자기 왜 그리 옹졸해?"
   "뭐가?"
"나를 그렇게 못 믿어?"
   "못 믿긴... 나는 단지 당신이 걱정되었을 뿐이야. 그리고 다
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새댁이 시커만 남자들을 혼자서
만난다는 것이 좋게 보일 수가 있겠어? 안그래?"
   "알아... 나는 가정교육도 안 받은 사람인 줄 알아? 그렇지만
애들에게 한번정도 한턱을 내긴 해야 해. 대학 사년동안 같이 다
녔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게다가 그애들이 짓궈어서 아마  자
기가 나왔으면 오해가 많이 생길 것 같았어. 더구나 집들이는 더
더욱 그래. 그리고 또 혹시 나만 빼놓고 자기가 애들하고 술마시
러 갈까봐 그랬어. 그리고 그애들에게 저녁만 사려고  생각했어.
자기가 나왔으면 그애들이 자기를 그냥 보내 줄 것 같아? 걔네들
군대갔다와서 지금 취직하려고 하는 애들이야. 다 백수라고.  아
마 자기를 완전히 빈털터리로 만들었을거야. 자기가 월급이나 많
이 받아?"
   "그래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이렇게 빌쟎아..."
   그리고는 그녀의 볼에 가벼운 뽀뽀를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첫 부부싸움은 끝났다. 그녀의 완벽한 승리
(?)였다. 이번일로 아내에 대해서 더 많이 안 것  같다.  그런데
이거참 나 이러다가 완전히 쥐여 사는 거 아니야?

   선배님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 * *


                                                             푸르니 

             논리의 수미(首尾)가 일관된 생을 우리는 희구한다.      - 전 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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