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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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123) <arch.ewha.ac.kr> 
날 짜 (Date): 1999년 2월 25일 목요일 오후 03시 58분 05초
제 목(Title): 예의바른(!) 아내




위의 3년3개월 남편 게스트님 글을 보면 우리 부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불만을 사지도 갖지도 않으려고 애쓰는 것 말입니다.

아내는 개성(開城)집 막내딸입니다. 우리 집은 서울 토박이. 

전 집 나와 오래 유학해서 흐려졌지만, 대개 이 두 지방 사람들은 "남에게 민폐 

끼치면 죽음" "남의 보증을 서는 건 자멸" 등을 신조로 삼는 사람들 입니다.


근데 아내도 영락없는 개성 여자입니다. 2년차 주부인데 남편에게 경어를 사용

하며, 남편시집살이하기와, 부모님 엄청 어려워하는 것에다가, 불만을 모았다가 

주말 밤에 한꺼번에 논리적으로 진술하는 거 모두 장모님이랑 똑 같습니다. 

근데 그 불만을 들어보면 그때 그 자리서 말했으면 서로 얼굴 붉혔을만한 내용

이 꽤 있습니다. 즉 순전히 아내의 참을성으로 다툼이 안생기는 쪽팔린 상황이

지요. (세대에 상관없이 장모님을 닮는 거 보면 참 신기합니다. )


그러니 "신경"을 쓰게 됩니다. 늦게 들어갈 시 아내에게 핸드폰으로 자초지종 

정확히 보고하는 거, 담 날엔 이쁜짓 해야하는 거, 아내 좋아하는 비디오 두 개

에 내 꺼 하나꼴로 빌리는 거, 처가댁 대사(소사까진 아직 안됨) 날짜를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위의 남편 게스트님과 똑같습니다.

친구네에서 보는 사소하고, 때론 유치한 툭탁거림이 자주 생기지 않는 건 좋지

만, 때론 차가움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근데 지난 달에 드디어 헛점을 노출하기 시작하더니 (오랫만에 오신 아버지의 

권주에 넘어가더니만 헤롱거리다 방에 들어가 그냥 잠) 다음날 "그간 힘들었다"

고 하더군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 지키는" 부부상을 그렸대나 봅니다. 

그래서 이미 충분했으니, 이젠 흐트러져도 좋다고 했죠. (부부 맞아?)


우리에게 정말 행운이라 느끼는 것은, 불만 토로하기 전에 솔선해서 서로 위하

는 방식을 처음부터 취한 거라 하겠습니다. 물론 아내는 나이가 어려서 스트레

스를 받았겠고, 저도 가끔 자신의 집에서 이상한 "백년손님 대접" 느낌이 들곤

했지만....

이제 서로 서서히 얼굴이 두껍게 되어 가겠지만, 남편인 저로서는 사실 바라던 

바였고, 달라져도 염치 차리기와 깔끔 떠는데 선수인 고지식한 아내가 그리 

빨리 다른 사람이 될 거 같진 않습니다. 

요즘같은 때엔 꽤나 특이한 축에 드는 부부지요? 참고로 전형적인 개성댁 

따님들 꽤 괜찮은 결혼상대입니다. 미혼남성들 고려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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