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12월 08일 (수) 오후 12시 01분 37초 제 목(Title): 지각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오늘도 회사에 지각을 해 버렸다. 출퇴근 관리가 빡빡하지 않은 편이라 30분 이내의 지각이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시간 약속에 늦으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마음은 편하지 않다. 한때 지각의 주요 원인이 전날의 음주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주량에 좀 자신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눈 앞에 술잔이 할 일 없이 놓여있는 꼴을 보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술자리가 자연스레 과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비라는 난치병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음주 다음 날에는 오전 중에 화장실에서 먼 곳에 있기가 무척 두렵기도 한 까닭이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지각의 이유가 달라져 버렸다. 다빈이는 보통 8시~8시30분 사이에 깬다. 그러고는 맨 처음 하는 일이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행여나 그때 내가 화장실에라도 앉아 있는 상황이라면, 화장실 문 밖으로 "아빠가 어딨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뛰어 다니는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변비 아빠라서 화장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화장실까지 찾을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 싶다. 이럴 때면 거의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픈 생각에 잠자코 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으나, 아빠를 찾하 헤메는 애절한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자면 아이에게 절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문을 열고 내 위치를 확인시켜 주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아빠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린다. 요새는 아이가 좀 아픈 상태라서 일단 일어난 다음에 내 품에서 다시 잠이 들곤 하는데,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이가 일어나면 1) 물 먹이고, 2) 비타민 먹이고, 3) 아침 먹이고, 4) 좀 놀아 주다가 출근을 했다. (우리 회사 출근 시간이 좀 늦은 편이다.) 그러다 보면 항상 시간 잡아먹는 것은 내 계획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출근이 늦어지는 것이다. 물론 나도 회사에 가는 것보다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훨씬 행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오래간만에 출근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가 일찍 나가는 날이니까 같이 나가잔다. 내 출근 시간은 10시까지. 시간에 맞추려면 9시 30분에 나가서 밟아대며 출근해야 한다. 하지만, 다빈이가 나가는 시간은 10시 30분. 의례 늦잠을 자는 엄마로 인해 다빈이가 아침을 먹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듯 보여 출근을 늦추고 몇번 도와줬더니, 아이가 그걸 기억하고 같이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내 딴에는 도와준다고 했던 일이 결국 두 사람(아이와 엄마)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아서 오늘은 아이 엄마가 샤워를 끝마칠 때까지만 같이 있어줬다. 다행인 점은 오늘 눈 예보 덕분에 길바닥에 차가 그다지 많지 않아서 40분 가량 지각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20분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분으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지겨운 밥벌이를 행복한 마음으로 하려고 애쓰는 똑같은 하루를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