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9월 13일 (월) 오후 06시 30분 04초 제 목(Title): 금연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후배와 30만원짜리 내기를 했다. 담배를 끊기로.. 결과부터 얘기를 하자면, 내가 30만원짜리 술을 사야 한다. 이미 실패를 했으니까. 금연 내기는 한 5주쯤 전에 시작되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에 밤이 되면 항상 가래가 끓고 콜록거리는 다빈이 때문에 담배를 끊고 싶어졌다. 물론 가래와 기침은 우리 가계의 유전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까지도 없지만, 아무래도 기침의 원인이 집에서 내가 내쉬는 숨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내용인데, 집에서는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보면 하루 한 개비(?) 분량의 니코틴이 검출된다고 하더라. 그때에는 옷이나 머리카락 등에 묻은 니코틴이 원인이라고 생각을 했었기에 집에 들어가서 잘만 씻으면 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신종플루가 유행이던 때에 그 생각을 고쳐 먹었더랬다. 그때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던 중이었기에 퇴근해서는 병원에 가서 자고 아침에 다시 출근하는 일을 며칠 했더랬다. 그때 잠을 자면서 마스크를 하고 있었는데 (플루 감염도 걱정이 되었지만, 겨울에 건조한 실내에서 마스크를 하고 자면 마치 가습기를 틀고 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단지 몇시간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에서 심한 담배 냄새가 난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아이에게 니코틴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내 호흡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주보고 누워서 자장자장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 깔깔대고 웃으면서 얼굴을 부여잡고 코를 부비부비 하던 모습..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라고 자랑스러웠던 그 모습들이 이제는 니코틴 전달의 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금연 3주간은 잘 참았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전자담배도 알아봤지만, 그건 결국 담배를 피우는 거랑 똑같을 뿐이어서 관뒀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담배 생각이 괴롭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마누라가 날 괴롭히거나, 되도 않는 일로 치받는 회사 사람이 생겼을 때에 잠시만 참아주면 끝이었다. 술자리에서도 대화가 끊어지지만 않는다면 담배 생각이 나진 않았다. 그런데.. 제발 고기 좀 먹여달라는 우리 팀 애기들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값싸게 먹이려고 농장에 데리고 갔을 때에 발견한 담배. 내 동생이 편하게 담배를 피우려고 여기저기 짱 박아놓은 담배를 발견한 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뭘 하던지간에 담배 생각이 났다.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담배 한대 정도는..' '고기 냄새가 배었으니 담배 냄새가 안 날텐데..' 심지어는 "벌써 3주째 금연이시네요? 대단하세요"라는 말조차 담배를 권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고는 그로부터 2주간 조금씩 담배를 피운다. 일주일에 한갑정도. 마음 한켠으로는 '이 정도야...'라고 생각하지만, 아이한테 무척 미안해진다. 왜냐면 다빈이가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볼 때마다 "담배 피우면 안돼요. 우리 아빠도 담배 안 피워요" 그러기 때문이다. 다빈아, 미안해. 아빠가 약속을 못 지키고 있단다.. --- 며칠전 생일축하 문자를 받고는 틈이 날 때마다 그 생각이 난다. 연락을 해야 하는건가? 단순히 내 생일이 생각나서 문자를 보낸건가? 왜 난 그 아이의 생일이 기억나지 않는거지? 내 두뇌회로는 담배와 비슷하게 처리하고 있는 중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