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10년 08월 26일 (목) 오후 12시 29분 45초 제 목(Title): 나이를 먹는다는 것 뛰노는 아들 녀석을 보고 있자면 내 어릴적의 치기어린 모습들이 그려진다. "똑똑하다" "듬직하다"라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살던 나였던만큼 내 주장이 강했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얼마나 유치했을까. 자기 주장이 강하고 확고하다는 점은 결코 단점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장점 그 자체라고도 보기 힘들다. 세상만사가 의례 그렇듯이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이고,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둥글어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평균에 비해 한참이나 모가 나있는 편이겠지만) 나를 느끼게 된다. 의견 충돌이 생길 때마다 '내가 틀린건 아니지만, 이게 네가 틀렸음을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정도는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둥글어지는 성격은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일테면... 6녀 중의 다섯째인 집사람과 결혼하기 얼마 전에 장인어른이 위암으로 절제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섯명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그 사실은 통보되지 않았다. 단지 병원에서 도와줄 역할을 담당할 집사람과 단 하나뿐인 처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난 속으로 '참 성격도 이상한 양반이네'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굳이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하자면, "딸 뿐인 양반이니 가족력이 중요한 암의 발병을 굳이 사돈에게 알리고 싶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가끔.. 정기검사에서 뭔가가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하러 입원을 하시는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언질 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곤 한다. 가끔 드리는 전화를 통해 우연히 때가 맞아 병원에 가신 것을 알게 된 것이니, 미처 모르고 넘어간 일은 또 몇번일까 싶다. 이때마다 "자식도 없는 노인네들이냐?"고 짜증을 내며 미리 알려 달라고는 하지만,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괜한 걱정할까봐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믿으려 애쓰고 넘어갈 뿐이었다.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왜냐면 나는 "병은 알려야 한다"는 속설을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병처럼 쪽팔린 병도 아니고,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피해야 하는 병도 아니거늘.. 그러다 며칠 전. 나보다 일곱살이 많은 매형이 정밀검사 차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걸 전해들은 계기도 우연히 엄마가 누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때마침 매형이 입원한 날 저녁이었고, 누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 일 아니라는 누나의 말에 안심을 하지 못하는 엄마는 내게 무슨 일인지 알아 내라는 특명을 내렸고, 어렵사리 누나와 통화하여 매형이 입원해 있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게 뭔 비밀이라고. 하지만, 누나는 병문안을 가겠다는 내 얘기를 강력하게 거절했다. 아무한테도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매형한테는 처가에서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다는 거다. (무슨 번 노티스를 찍는 것도 아니고, 비밀에 비밀의 연속이다.) 내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가는 걸로 해도 안되겠냐고 해도, 아이들에게조차 출장을 간 것으로 얘기를 했기 때문에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단다.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나는 조금 더 내 나잇값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