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edding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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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WeddingMarch ] in KIDS
글 쓴 이(By): BONG (   봉)
날 짜 (Date): 2010년 08월 19일 (목) 오전 05시 07분 24초
제 목(Title): Re: 위로


글들을 읽고 나니 괜히 우리 부부도 그런 "쿨"한 관계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했었는데, 역시 난 귀가 얇아서.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내가 밥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는 괜시리 밥 안 
차려 놓은 와이프를 미워해 볼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게다가 집에 잠시 와 
있는 와이프의 사촌인 중학생 둘이 보자마자 냉면을 끓여달라니 미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올라서 옷 갈아입자마자 티비 보고 있는 아이들 옆에 
누웠습니다.  좀 있다가 와이프가 오더니 무국 끓여놨다고 밥먹으라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그냥 눈감고 있었더니 이불을 살짝 덮어주더군요.  이 부분에서 
뜬금없는 억지로 미워하기 전술은 사라졌지만, 바로 내려가면 또 우스운 거 
같아서 한 10분 더 있다 내려가서 전날 준비해 놓은 재료로 해물 파전 부치고 
냉면 끓여서 아이들하고 와이프하고 사이좋게 나눠먹었지요.

며칠 전에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 형수에게 편지 쓰고 있더군요. 사진 
보낸다고.  나도 안 하는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넘어서 이제 형수에게까지 
정성을 보내는 걸 보면서, 일에서는 행복하지 않지만, 가정이 행복하니 난 
행복한 거라고 다시금 되새기게 됐습니다. 모르는 한글철자는 구글로 찾아서 
써나가는 와이프가 참 고맙습니다.  지금 하는 일 그마두고 싶다고 투정하는 
남편에게 자기가 먹여살릴 수 있다고 위로해주는 와이프가 정말 고맙지요.  밥 
안차려준다고 투정할 수가 없네요.  

나도 와이프도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까지도 지금도 앞으로도 문제들이 
있겠지만, 좋은 것만 보고 살려 합니다.  다들 어렵지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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